[TV리포트=김수정 기자] 배우 조민수는 영화 현장 안팎으로 ‘멋진 어른’이다. 생각과 말에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긴다. 박근혜 정권 당시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일이 끊긴 후배 독립영화인들에게 물질적, 정신적 도움을 준 것은 물론, 촛불집회에 매일 참석해 목소리 높이기도 했다.
영화 ‘마녀'(박훈정 감독)로 만난 조민수는 블랙리스트 후배 영화인들을 도운 이야기를 꺼내자 손사래 치며 “나보다 더 좋은 일 많이 하시는 분 많다. 쑥스럽고 민망하다”고 말했다.
“솔직히 저는 정치 잘 몰라요. 직업인 연기도 잘 모르겠는데 정치는 더더욱 모르죠. 그런데도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세월호는 어른들이 잘못했다는 거예요. 화가 나더라고.(눈물) 세월호를 모티브로 한 디아크의 ‘빛’ 뮤직비디오가 있다길래, 출연했죠. 어른들이 잘못한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 수 있으니까. 그런데 그 뮤직비디오가 어느 순간 사라졌어요. 미국에 사는 조카가 친구들이 ‘너희 나라에서 슬픈 일이 일어났다며’라며 ‘빛’ 뮤직비디오를 보여줬대요.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도움을 줬을 뿐이에요.”
조민수는 ‘마녀’의 현장에서도 든든한 선배였다. 나이가, 연기 경험이 많다고 괜한 훈계나 조언을 건네지 않았다. 대신, 후배가 편한 분위기에서 연기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는 데 열중했다.
“신인들은 헷갈려 해요. 조언을 해줘도 소화 능력이 부족하거든요. (김)다미가 혼돈이 올까 봐 조언이나 제 생각을 섣불리 말해주진 않았어요. 다미가 제게 조언을 구해오면 ‘나한테 묻지 마. 감독님한테 가서 물어봐. 다른 사람 얘기 듣지 마’라고 했어요. 대신 저는 좋은 현장 분위기만 만들어줬죠.”
조민수는 영화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하고 깊게 생각한 것은 바로 연출자라고 했다. 그는 박훈정 감독에 대해 “엄청난 융통성을 지닌 선한 사람”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훈정 감독은 좋은 사람이에요. 물론 낯을 많이 가려서 사람을 많이 타긴 하죠. 그가 만든 영화는 잔인하고 세지만 사람은 정말 선해요. 쉬는 시간마다 꼭 막내까지 챙기며 먼저 가서 말 걸고. 현장에서 지켜본 바로는 박훈정은 정말 선한 사람이더라고요. 제가 고민이 있어 말하면 아낌없이 함께 고민해주고요. 선장이 그러니 현장이 좋을 수밖에 없죠.”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엔터스테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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