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이제 할리우드에서 한국인 배우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이병헌, 스티븐 연, 다니엘 헤니, 김윤진, 산드라 오까지.
2018 F/W 헤라서울패션위크 참석 차 내한한 제이미 정도 할리우드를 달구고 있는 대표적 한국계 배우다. 그는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스포츠 바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다 MTV 오디션을 통해 발탁, 리얼리티 프로그램 ‘리얼 월드’로 얼굴을 알렸다.
데뷔 이후 제이미 정은 ABC 드라마 ‘사무라이 걸’, 영화 ‘드래곤볼 에볼루션’, 영화 ‘써커펀치’, ‘씬 시티:다크히어로의 부활’ 등에서 강인한 여성을 연기해왔다. 동양계 여성 배우로서는 드물게 액션 연기까지 소화하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확실히 다지고 있다. 의미 깊은 성과다.
2018 F/W 헤라서울패션위크 참석차 한국땅을 밟은 제이미 정은 4일간의 짧은 일정이지만 한국 디자이너, 영화 감독과의 미팅 등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 다음은 제이미 정과 나눈 일문일답
-짧은 일정으로 내한했다.
한국은 이번이 네 번째다. 부산국제영화제 때 온 적도 있고, 대학 시절 한국 학생과 교류 차원에서 온 적도 있다. 이번엔 한국 디자이너들을 만나고, 그들의 미국 진출을 함께 고민하고 돕고자 내한했다.
-한국 영화인을 만나기도 했나
지난해 한국에서 흥행한 영화의 감독님을 만났다. 앞으로 더 자주 한국에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차근차근 밟아가는 단계다. 올 때마다 한국어가 느는 걸 느끼는데, 더 자주 오는 게 목표 중 하나다. 언젠가 한국 영화에도 참여할 수 있길 바란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배우들과 서로 교류가 있나
물론이지. 최근엔 스티븐 연도 만났고, 우리들끼리 작은 커뮤니티가 있어서 서로 도와주는 편이다. 골든슬로브나 아카데미 시상식 같은 곳에서 오며 가며 만나기도 하는데, 대부분 작품에서 한국인 역할이 한 명이다 보니까 일을 하며 만나게 되는 경우는 적다.
-할리우드에서 분 미투(Me Too) 캠페인이 한국에서도 뜨겁다.
할리우드에서의 미투 캠페인은 성적인 이야기보다, 양성평등과 여성의 권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할리우드는 성별에 따라 배우들의 출연료가 다르다. 예전엔 이러한 불평등에 목소리 내는 게 조심스러웠다. 여성으로서 받을 불이익 때문이었다. 숨기고 부끄러워하기만 했던 일을 당당하게 말하게 됐다는 점에선 여성으로서 자랑스러운 일이다.
-미투 캠페인으로 생긴 피부에 와닿는 변화가 있나
많은 사람이 동등한 권리, 여성의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모든 변화는 이러한 대화가 선행된 후에 일어난다. 여성들이 서로를 챙기고 보살피기 시작했고, 권리에 목소리 높이기 시작했다.
부정적인 일이 있다면 미투 폭로를 가짜 뉴스라고 치부해버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 마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처럼 말이다. 페미니즘을 두고 공화당이니, 민주당이니 하며 정치적으로 해석하며 분열을 일으키려 하는 움직임은 분명 아쉬운 지점이다.
-과거 SNS에 일본 여성 사무라이 사진과 함께 “내 또 다른 자아”(My alter ego)라는 글을 게재해 논란이 일었다.
일본인이 아닌 강한 여성에 대해 쓴 글이었는데 잘못 전달됐다. 일본을 옹호한다는 게 아니라,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 시기 ABC TV드라마 ‘사무라이 걸’에 출연했거든. 민감한 역사적 사안인데 섬세하게 전달하지 못한 건 분명 내 잘못이다. 상처받은 분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고 싶다. 더 많이 공부하고, 더 주의해야겠단 생각을 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경제학 학사다. 학창시절과 비교했을 때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연기는 늘 하고 싶었던 일이다.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내 마음속에는 연기에 대한 갈망이 항상 있었다. 배우라는 직업은 미래가 불확실하잖나. 때론 무섭기도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
-배우로서 언제 가장 행복한가
스크린을 통해 완성된 결과물을 봤을 때. 하루 17시간씩 몇 주 동안 촬영한 작품이 아름다운 영상물로 탄생했을 때 가장 행복하다.
-가장 힘든 순간이 있다면
아무래도 거절당할 때가 아닐까.(웃음) 100번 오디션 보면 그중 한 번만 오케이(OK) 받을 때 지칠 수밖에 없다. 거절당하는 일을 개인적인 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게 중요하다.
-관심 있게 본 한국영화가 있다면
한국영화는 굉장히 새롭다. 늘 새로운 취향과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게 바로 한국영화 같다. ‘올드보이’, ‘옥자’, ‘설국열차’ 모두 인상 깊게 봤다. 특히 ‘설국열차’는 사회계층에 대한 이야기를 날카롭게 꼬집었다고 본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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