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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힘든데 왜 그리 즐거웠을까”…’김부장’ 이승영 감독이 밝힌 23% 드라마의 비결 [RE:인터뷰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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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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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지호 기자] 눈빛이 마음의 창이라는 뻔한 말처럼, 창작자에게도 숨길 수 없는 것이 있다. ‘김부장’을 연출한 이승영 감독은 그 따뜻한 시선을 작품에 담아내고자 하는 사람이었다.

이승영 감독은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25일 종영한 SBS 드라마 ‘김부장’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부장’은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아빠가 하나뿐인 딸을 되찾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가 되어 싸우는 ‘아빠 유니버스’ 복수 액션 드라마다. 최고 시청률 23.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이날 이 감독은 예상보다 큰 흥행을 거둔 소감에 대해 “아직도 조금 현실적이지 않게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그는 “요즘은 작품이 재미없으면 시청자들이 곧바로 이탈하지 않나. 그런데 대부분 끝까지 꾸준히 봐주신 것 같아 정말 좋았다”며 “방송이 나가는 동안 회사 내부에서는 오히려 긴장을 많이 했다. 지금은 파티 분위기지만, 당시에는 회차가 공개될수록 더 긴장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김부장’이 폭넓은 시청자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로는 진정성 있는 가족 서사와 적재적소에 배치된 코미디, 배우와 스태프들이 현장에서 만들어낸 에너지를 꼽았다.

그는 “처음 대본을 봤을 때부터 딸을 찾으려는 아버지의 마음이 군더더기 없이 진정성 있게 이어졌다”며 “자칫 이야기가 뻑뻑해질 수 있는 순간마다 작가님이 잘 쓰신 코미디가 유쾌하게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액션 역시 드라마에서 쉽게 시도하기 어려운 규모와 난도였다. 배우와 스태프들이 현장에서 부딪치며 크고 작은 기적 같은 순간들을 만들어냈다”며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이렇게 즐거울 수 있지’라는 이야기가 계속 나왔다”고 밝혔다.

모든 공을 함께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돌린 이 감독에게 스스로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없는지 묻자, 이 감독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각 분야의 전문성을 존중한 점을 꼽았다.

그는 “젊을 때는 내가 직접 답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가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결정해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며 “하지만 작품을 계속하면서 나보다 더 깊고 중요한 생각을 하는 스태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들을 때 드라마가 훨씬 탄탄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범죄 스릴러 장르를 주로 연출했던 이 감독에게 액션과 코미디는 상대적으로 낯선 영역이었다. 그는 “그래서 더욱 코미디를 잘하는 배우와 액션에 능한 무술팀, 그것을 제대로 담아낼 촬영팀이 필요했다”며 “각자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잘하려는 사람들을 막지 않은 채 전체 이야기 안에 녹아들 수 있도록 격려한 점은 스스로 칭찬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극 초반 화제를 모았던 인공지능(AI) 활용 장면에 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해당 장면은 당초 대본에는 없었지만, 김부장이 과거 얼마나 뛰어난 요원이었는지를 시청자들에게 한눈에 보여주기 위해 새롭게 추가됐다.

이 감독은 “김부장이 과거 대단한 요원이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시청자는 그것을 직접 본 적이 없었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뒤에 등장하는 액션보다 화려하고 강렬하면서 캐릭터의 힘까지 보여주는 장면을 썼는데, 구현 난도가 너무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편에 들어갈 자원과 시간이 한정돼 있어 고민하던 중 AI를 활용해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며 “완성 장면이 나오기 6개월 전부터 여러 업체를 만나고 데모 영상을 확인하면서 신중하게 파트너를 찾았다”고 전했다.

당시만 해도 AI 기술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지만, 빠른 기술 발전이 작업에 힘을 보탰다. 그는 “AI가 잘 이해하는 부분이 있고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연출팀과 실행팀이 목표를 공유하고 끊임없이 소통해야 했다”며 “실패하더라도 서로를 비난하지 말자는 각오로 다소 비장하게 출발했다”고 회상했다.

완성된 장면에 대해서는 “너무 튀지도, 다른 장면보다 뒤처지지도 않게 작품 안에 녹아들었다”며 “실험적인 시도였지만 결과적으로는 만족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AI 장면이 작품 전체보다 지나치게 부각되는 것은 경계했다. 이 감독은 “‘김부장’의 극히 일부분에서 서사를 위해 실험적으로 AI를 사용한 것이다. 다른 99%의 장면은 배우와 스태프들이 직접 땀을 흘려 완성했다”며 “AI 활용이 그 노력에 영향을 주거나 작품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보이기를 원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AI를 통해 제작비를 얼마나 절감했는지 묻는 질문에는 비용보다 구현 가능성이 중요했다고 답했다.

그는 “얼마를 아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장면을 찍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다”며 “원하는 액션 규모를 실사로 모두 구현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자원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소규모 예산의 작품도 이전에는 시도하지 못했던 상상력을 구현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특히 땀 냄새 나는 리얼리즘이 중요한 드라마에서 AI를 사용하는 일은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 실제 촬영보다 더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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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영 감독은 높아진 시즌2 기대감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생각을 전했다.

이 감독은 “방송이 나가는 한 달 동안 놀라고 긴장하고 조마조마했다. 시청자들의 사랑을 어떤 태도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어떻게 성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를 계속 고민했다”며 “실패를 견디는 것도 어렵지만 성공의 과정을 성숙하게 받아들이는 일은 더 어려운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시즌2를 하자고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이제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단계라고 들었다”며 “앞서 나왔던 이야기는 가벼운 농담에 가까웠고, 지금 책임 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큰 사랑을 보내주신 것에 감사할 뿐이다. 실제로 다음 이야기를 만들게 된다면 훨씬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재미를 넘어 의미와 위로를 전하고 싶다는 연출 철학도 밝혔다.

그는 “젊을 때부터 이 일을 통해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며 “드라마를 만들 때 재미와 의미를 함께 고민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액션과 코미디가 재미를 많이 책임져줬다면, 그 안에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는 지금도 스스로 묻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영화와 드라마는 큰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많은 사람이 소비하는 영역에서 만들려면 충분한 재미를 줘야 한다”며 “그 재미 안에 사람을 이롭게 하고 위로할 수 있는 의미를 어떻게 담을지 계속 고민하고 싶다”고 밝혔다.

연출자로서 마음이 가는 인물을 묻자, ‘정을 주고 사랑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답했다.

이 감독은 “요즘은 뉴스나 주변을 봐도 어릴 때처럼 영웅으로 삼고 싶은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며 “드라마나 영화에서라도 마음을 주고, 정을 주고, 사랑하고 싶은 캐릭터를 만나고 싶은 마음은 모두에게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그의 마음속 최애 캐릭터는 미국 드라마 속 영웅 ‘맥가이버’였다. 어떤 위기에서도 과학 지식을 활용해 상황을 해결하면서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는 인물. 그러나 이 감독이 ‘김부장’을 연출하며 그 자리는 소지섭이 연기한 김부장에게 넘어갔다.

이 감독은 “‘김부장’은 단순히 딸이 납치돼 복수에 나서는 ‘테이큰’식 인물이 아니다”라며 “예를 들어 장기 밀매 조직에 당할 뻔한 아이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과 앞뒤 맥락을 보면 결국 다른 사람까지 구해내려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기 일과 가족을 지키는 것도 벅차지만 정의로움을 포기하지 않는다. 딸과 평범하게 잘 살기 위해 끝까지 가면서도 친구들과 타인을 위해 사지로 걸어 들어간다”며 “영웅이 감당해야 하는 고통과 충돌을 소지섭 배우가 정말 잘 표현해 줬다. 김부장이 내 인생 캐릭터가 된 느낌”이라고 극찬했다.

소지섭과 최대훈, 윤경호가 만들어낸 케미스트리 역시 작품의 중요한 원동력이었다. 이 감독은 “‘김부장’ 이야기라 소지섭 배우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3박 4일 동안 이야기할 수 있다면 조연과 단역 배우들까지 모두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놀라운 경험이 많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윤경호에 대해서는 “굉장히 영리하면서도 타고난 유쾌함과 훈훈함을 가진 배우”라며 “박진철이라는 인물이 요구하는 에너지와 윤경호 배우의 장점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소지섭, 윤경호, 최대훈, 세 배우가 각자 잘해도 물과 기름처럼 따로 뜨면 작품이 어려워지는데, 다행히 실제 형제처럼 친하게 지내며 잘 융화됐다”며 “서로 배려하고 진짜 형과 동생처럼 지낸 것이 자연스럽게 시너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내향적인 성격 탓에 배우들과 사적으로 가까워지는 일이 쉽지 않다는 이 감독에게도 세 사람은 특별한 존재가 됐다.

그는 “배우들과 작품에 관한 소통은 열심히 하지만 개인적으로 살갑게 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그런데 이번 배우들과는 문자도 정말 많이 주고받았고 편하게 가까워졌다. 전작 배우들이 서운해하실 수도 있겠지만, 내향적인 사람도 편하게 말을 걸 수 있을 만큼 성품이 좋은 분들이었다는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이어 “세 배우끼리만 즐거웠던 것도 아니다. 메이킹 영상을 보면 소지섭 배우가 작은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상태까지 살피고, 딸 역할을 맡은 수민 배우가 현장에서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분위기를 풀어주는 모습이 담겨 있다”며 “조연과 단역, 스태프에게도 똑같이 친절하게 대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끝으로 차기작에 대해서는 ‘위로’라는 키워드를 꺼냈다. 이 감독은 “이번에는 규모가 크고 액션과 코미디를 통해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드라마를 경험했다”며 “다음에는 규모가 조금 작더라도 재미를 넘어 위로를 전하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 소수의 인원과 적은 예산으로 만든 작품이라도 우연히 본 드라마 한 편에서 큰 위안을 얻을 때가 있지 않나. 그런 드라마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앞으로를 기약했다.

강지호 기자 / 사진= SBS, SBS ‘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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