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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규 감독 “‘동궁’ 세트장 화재…큰 사고였는데 인명 피해 없어 다행” [RE:인터뷰③]

강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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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지호 기자] 최정규 감독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동궁’ 촬영 중 발생한 세트장 화재를 떠올리며 당시의 심정을 전했다.

최정규 감독은 2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동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동궁’은 귀(鬼)의 세계를 넘나드는 능력을 지닌 구천(남주혁)과 귀신의 소리를 듣는 궁녀 생강(노윤서)이 왕(조승우)의 부름을 받고 동궁에 깃든 저주를 파헤치는 미스터리 오컬트 사극이다.

드라마 ‘악마판사’, ‘붉은 달 푸른 해’ 등을 연출한 최정규 감독은 ‘불가살’, ‘손 the guest’를 집필한 권소라·서재원 작가와 손잡고 본격적인 크리처물에 도전했다.

작품을 공개한 최 감독은 “떨리기도 하지만 기쁘다. 많은 분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공개 이후 시청자 반응도 직접 찾아봤다는 그는 “반응을 쭉 봤는데, 연달아 보다 보니 밤 11시인가 12시가 됐다”며 “후반 작업을 끝낸 지 몇 달이 지났지만 여러 소회가 한꺼번에 몰려왔다”고 털어놨다.

새로운 장르를 향한 설렘은 제작이 본격화되면서 만만치 않은 과제로 다가왔다. 최 감독은 “원래 새로운 것과 도전적인 작업을 좋아해 처음에는 굉장히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촬영과 제작 준비, 콘셉트를 구체화하면서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힘들었지만 그 과정 자체는 재미있었다”고 돌아봤다.

가장 큰 고민은 오래전부터 익숙하게 전해져 온 초자연적 존재를 어떻게 새로운 이미지로 구현할 것인지였다. 그는 “귀신이나 이면 세계는 인류가 오랜 시간 가지고 있던 개념이다. 결국 관건은 그것을 시청자가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어떻게 시각화하느냐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VFX와 미술, 조명, 촬영 기법을 모두 동원해야 했다. 무엇이 가장 효과적이고 직관적인지, 또 어떤 모습이 가장 아름다울지를 두고 콘셉트 아트 디자이너와 미술팀, 제작진이 많은 회의를 거쳤다”며 “제작 직전뿐 아니라 촬영 중에도 계속 아이디어를 보완하고 발전시켰다”고 밝혔다.

배우들이 실재하지 않는 존재를 상상하며 연기해야 했던 만큼 가능한 부분은 실제 형태로 제작했다. 촬영 현장에서 화제를 모은 이른바 ‘초록 쫄쫄이 군단’ 역시 배우들의 몰입을 돕기 위한 장치였다.

최 감독은 “배우들이 눈앞에 없는 대상을 상상하며 연기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허공을 상대로 연기하는 순간을 최대한 줄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꺼먹살이와 쌍두사목을 비롯한 귀매를 최종 모습과 완전히 같지는 않더라도 콘셉트가 느껴질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배우들 앞에 보여줬다”며 “초록색 의상을 입은 배우들도 귀신이 인물을 만지고 붙잡는 움직임을 직접 표현했다. 가능한 부분은 실제 미술과 소품으로 구현한 뒤 VFX로 보완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고 덧붙였다.

작품 속 귀매들은 한국 설화와 괴담, 기담을 바탕으로 완성됐다. 귀신이 품은 원한을 물리적인 모습으로 드러내고, 각 귀매가 극 안에서 맡은 역할과 원전의 특징을 함께 살리는 것이 중요했다.

특히 꺼먹살이는 인물들과 직접 교류하고 변신까지 해야 하는 존재인 만큼 구현이 쉽지 않았다. 최 감독은 “다른 귀매들은 빠른 액션이나 공포스러운 분위기처럼 역할이 비교적 명확했지만 꺼먹살이는 인물들과 관계를 맺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름에서 연상되는 어둠과 그림자를 바탕으로 색감을 정하고, 흙으로 빚은 인형이나 돌 석상의 질감을 가져왔다”며 “토속적이면서도 한국적인 이미지를 담기 위해 여러 형태를 시도한 끝에 지금의 모습이 완성됐다”고 말했다.

꺼먹살이를 향한 애정 속 이어지는 팬들의 굿즈 요청에 관해서는 “굿즈 계획은 내가 세우는 게 아니라서 아마 많이 좋아해 주시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나도 집에 하나 가져다 두고 싶다. 꼭 나오길 바라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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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감독은 작품의 시작이자 끝을 함께하는 ‘태초의 귀매’에도 특별한 의미를 담았다고 밝혔다. 그는 “궁은 당시 사람들의 욕망이 가장 깊게 모이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그 지점을 귀의 세계와 연결하면서 ‘태초의 귀매’라는 존재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품 속에서 많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오프닝에 잠깐 등장하는 사운드와 이미지, 그리고 구천이 눈을 갈아 끼운 뒤 이어지는 장면들도 모두 ‘태초의 귀매’와 연결성을 암시하기 위한 연출이었다”며 “세계관을 설명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오랜 준비 끝에 촬영을 이어가던 ‘동궁’은 지난 2024년 경기 연천군에 마련된 세트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며 큰 위기를 맞았다. 불은 약 3655㎡ 규모의 세트장 건물 한 동을 태운 뒤 진화됐으며,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최 감독은 “그날 아침 뒤늦게 연락을 받았다. 많은 분이 이미 현장을 수습하고 기본적인 조치를 해주신 뒤였다”며 “너무 큰 사고였지만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사실이 가장 감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연출자와 제작자 입장에서는 정말 힘든 일이었다. 고민도 클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많은 분이 격려해주고 함께 위기를 돌파해주셨다. 그 점이 정말 감사했다”고 전했다.

쉽지 않은 촬영을 버텨낸 배우들을 향한 애정도 드러냈다. 생강 역의 노윤서를 ‘노 선생님’이라고 부른 최 감독은 “솔직하고 직선적인 매력을 지닌 배우”라며 “처음에는 그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몰랐지만 함께 작업하면서 배우 본연의 성품에서 비롯된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노윤서는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든 순간에도 늘 ‘해보죠’라고 말하며 대담하게 돌파했다. 어려운 상황 앞에서 주저하기보다 먼저 부딪치는 태도가 굉장히 멋있었다”고 칭찬했다.

구천 역의 남주혁에 대해서는 “말보다 태도에서 배역을 향한 진심이 느껴졌다”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구천이라는 인물에 깊이 몰입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또한 “남주혁은 외적으로도 굉장히 멋진 배우지만, 언뜻 드러나는 눈빛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며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으면서 모든 짐을 스스로 짊어지는 구천과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남주혁은 고난도 와이어와 액션 장면 대부분을 직접 소화했다. 최 감독은 “대역을 거의 사용할 수 없는 방식으로 액션을 수행했다”며 “전투 장면의 화려함뿐 아니라 이후 구천이 얼마나 지쳐 있는지까지 그 얼굴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대비 역을 맡은 장영남에 대해서는 “어떤 역할을 맡든 그보다 더 잘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완벽하게 수행하는 배우”라며 “배우가 지닌 에너지와 감정을 더 잘 전달하는 연출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고 존경을 표했다.

시즌2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최 감독은 “후속 시즌을 염두에 두기보다 지금 작품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임했다”며 “세계관이 촘촘하고 세부 설정이 많아 일부가 ‘떡밥’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의도적으로 시즌2를 위해 남겨둔 것은 아니”라고 웃어 보였다.

이어 “어디까지 보여주고 얼마나 설명하는 것이 현재의 포맷과 제작 여건 안에서 효과적일지를 고민한 결과”라며 “아직 공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후를 생각하기보다 지금은 한 분이라도 더 ‘동궁’을 봐주시고 재미있게 느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크다”고 강조했다.

강지호 기자 /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동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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