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양원모 기자] 드라마와 현실은 달랐다.
3일 저녁 KBS 1TV ‘이웃집 찰스’에서는 전북 정읍에서 아열대 채소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베트남 출신 호안 티 후이(29) 씨 사연이 소개됐다.
21살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한국인 남편과 국제 결혼에 성공, 어엿한 농장주로 거듭한 후이 씨는 밤낮도 잊고 일할 만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남편 김수연(50) 씨는 “와이프가 새벽까지 계속 고객들과 휴대전화로 상담하느라 잠을 못 잔다”며 투이 씨 대신 삼형제의 아침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들 반응은 싸늘했다. 첫째 선우는 수연 씨가 만든 주먹밥을 보자 “주먹밥 먹기 싫다. 학교 가면 그때까지도 참기름 냄새가 번진다”며 식사를 거부했다. 알고 보니 매일 같은 메뉴에 싫증을 느꼈던 것. 결국 투이 씨가 일어나 볶음밥을 만들었고, 아이들은 그릇을 싹싹 비워내며 먹어 웃음을 선사했다.
수연 씨가 아이들을 등원시키러 간 사이, 투이 씨는 간밤에 온 고객들의 문자에 답장하기 시작했다. 등원을 마치고 돌아온 수연 씨는 투이 씨에게 물을 건네는 등 살뜰한 모습을 보였고, 투이 씨는 “그렇게까지 안 해도 돼”라며 질색했다. 수연 씨가 “방송 나가는 거 아니냐. 이런 모습을 보여야 대한민국 남자들도 똑같이 할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자, 투이 씨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을 이어준 건 ‘한류’ 영향이 컸다고. 수연 씨는 “베트남 여행 갔다가 분위기가 되게 좋아서 ‘친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귀국한 뒤 SNS로 친구들 찾다가 와이프를 만났다”고 말했다. 투이 씨는 “오빠가 처음에 사진을 보여줬는데, 엄청 놀랐다. 얼굴이 되게 컸다. 무서웠다”며 웃었다.
나이도 있고, 놓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투이 씨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갔다는 수연 씨. 투이 씨는 ‘결혼을 직접 OK한 거냐’는 제작진 질문에 “나는 OK 안 했다. 다 엄마가 OK했다. 엄마가 (결혼)하라면 하는 거고, 하지 말라면 안 하는 것”이라며 “베트남에선 대부분 엄마, 아빠 뜻에 따라 결혼한다”고 설명했다.
연애 5개월 만에 초고속 결혼에 골인, 결혼 11년 차를 맞은 부부는 어느새 비닐하우스만 20동이 넘는 대농이 됐다. 투이 씨는 결혼 2년 만에 귀화하고 운전면허도 딸 만큼 한국에 빠르게 적응했다. 투이 씨는 “(한국이) 드라마에선 엄청 좋아보였다. 산도 없었는데, 막상 와보니 베트남이랑 똑같구나 생각이 들었다”며 “논도 있고, 다 있었다. 그래서 적응이 더 쉬웠다”고 말했다.
양원모 기자 ywm@tvreport.co.kr / 사진=KBS 1TV ‘이웃집 찰스’ 방송 캡처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