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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이나 거절했는데…’국민 배우’ 김혜자가 9년 만에 선택한 韓 영화

허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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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허장원 기자] 배우 김혜자가 오는 21일 개봉하는 9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 ‘여전히 찬란하게’로 관객 앞에 선다. 

지난 8일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 작품은 상영 매진을 기록했고, 같은 날 영화의전당 루프씨어터 야외 무대인사에는 약 1,000명의 관객이 몰렸다. 2017년 ‘길’ 이후 처음 영화 현장에 돌아온 연기 인생 65년 차 배우의 귀환에 높은 관심이 쏠렸다.

▲ 여섯 번 찾아간 감독…”들꽃처럼 있고 싶다”던 마음 돌렸다

캐스팅은 절대 쉽지 않았다. 지난해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을 마친 김혜자는 연기를 잠시 내려놓고 조용히 지내고 싶다는 뜻을 밝힌 상태였다. “들꽃처럼, 이름 없는 꽃처럼 있고 싶다”며 고사하는 그에게 송일곤 감독은 손 편지를 보내고 직접 집을 찾았다. 송 감독은 “선생님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6번 정도 직접 선생님 댁으로 찾아가 함께 식사를 하고 긴 이야기를 나눴다. 작품을 왜 김혜자라는 배우가 꼭 하셔야만 하는지 그 진심 어린 이유를 전달했고 다행히 그 진심이 선생님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돌아봤다. 그는 “선생님께서 작품이 가지고 있는 깊은 울림이 본인을 거쳐 관객들에게 진정성 있게 전달될 수만 있다면 기꺼이 출연하고 싶다고 말씀해 주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가장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극적인 캐스팅이었기에 너무나 감사하고 즐거웠으며 영광스러운 작업이었다”고 덧붙였다.

대본을 읽은 김혜자는 ‘참 울림이 큰 영화, 슬픈 역사다’라고 느꼈다고. 무대에 오른 그는 “제가 영화를 자주 하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엄청나게 망설였던 것이 사실이다”며 “하지만 작품이 정말 너무나 좋다. 영화가 극장을 찾은 여러분들의 지친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진심을 내비쳤다.

▲ 1942년 산골 마을 두 소녀…비극 너머의 찬란한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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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1942년 일제강점기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라는 역사적 비극 속에서 꿈과 일상을 빼앗긴 소녀들의 삶을 그린다. 열일곱 살에 헤어진 순옥(김혜자 분)과 정임(차미경 분)은 노년에 재회해 지난 기억을 되짚는다. 일본군이 처녀들을 잡아간다는 소문에 화장막에 숨어 지내면서도 한글을 익히고 악보 읽는 법을 배우며 첫사랑에 눈뜨는 소녀들의 일상이 펼쳐진다. 정임에게 치매 증세가 나타나며 두 사람이 간직한 사건과 감정도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낭독극 형식의 희곡을 스크린에 옮긴 송 감독은 “’여전히 찬란하게’는 그리움과 기억에 대한 영화다”고 소개하며 “아름다운 대본이 영화화돼 보다 많은 관객들이 그 올곧은 마음과 감동을 함께 공감했으면 좋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첫발을 내딛게 됐다”고 연출 배경을 밝혔다.

17세 순옥을 연기한 박서경은 “인물이 역사적인 부채감이나 슬픔만을 안고 살아가지 않도록, 그 나이대 소녀의 모습으로 존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17세 정임 역의 최주은은 “감독님께서 정임이는 시골 소녀인 만큼 인위적인 메이크업을 하지 말고 피부도 까맣게 탔으면 좋겠다고 주문하셨다”고 떠올렸다. 두 소녀와 인연을 맺는 소년 두영 역의 문성현은 경상도 남자의 정서와 말투를 살리는 데 공을 들였다. 순옥의 손녀 지안으로 분한 이세영은 “오래전부터 김혜자 선생님의 열렬한 팬이었고 언젠가 꼭 한 번 같은 작품에 출연해 옆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 건강 이상설 일축…데뷔 65년 ‘국민 배우’의 일곱 번째 영화

앞서 6일 개막식 레드카펫에서 연분홍 한복 차림의 김혜자가 부축받으며 여러 차례 기침하는 모습이 포착되자 건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영화 관계자 측은 “단순한 감기 증상일 뿐”이라며 건강 이상설을 일축했다. 1961년 KBS 1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60여 편의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영화는 ‘눈물의 여인'(1969), ‘만추'(1982), ‘마요네즈'(1999), ‘마더'(2009),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2014), ‘길'(2017)에 이어 이번이 일곱 번째다. SBS는 데뷔 65년을 기념해 지난 4일 특집 다큐멘터리 ‘김혜자의 안부-죽지 마세요’를 방송하기도 했다.

송 감독은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한마음으로 눈물을 흘리며 작업했고 마지막 순간까지 합심해 만든 만큼 우리의 진심이 관객분들의 가슴에 꼭 닿기를 바란다”고 소회를 전했다. ‘꽃섬’으로 베니스영화제 젊은 비평가상을 받은 그는 상실과 관계, 위로를 다뤄온 연출 세계를 이번 작품에서도 이어간다. 개봉일은 오는 21일이다.

허장원 기자 / 사진=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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