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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호평→2540억 벌어들였다…10년 만에 돌아오는 레전드 ‘전쟁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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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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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지호 기자] 전쟁영화는 시간이 지나면 낡는다. 당시의 전투 방식은 구식이 되고, 특수효과는 세월의 흔적을 남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작품도 있다. 총을 쏘지 않은 군인이 전쟁 영웅이 된 실화를 그린 영화 ‘핵소 고지’가 개봉 10주년을 맞아 다시 극장을 찾는다.

영화 ‘핵소 고지’는 제2차 세계대전의 가장 치열했던 전투에서 총 없이 75명의 생명을 구한 데스몬드 도스의 기적 같은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2016년 개봉한 ‘핵소 고지’는 멜 깁슨 감독의 영화 인생에서도 전환점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당시 반유대주의·인종차별 발언과 사생활 논란으로 한동안 할리우드에서 연출 활동이 사실상 중단됐던 그는 약 10년 만에 이 작품으로 장편 연출에 복귀했고, 다시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오르며 화려한 재기를 알렸다.

제작비 약 4,000만 달러 규모로 만들어진 ‘핵소 고지’는 전 세계에서 약 1억 8,000만 달러(약 2,540억 4,700만 원)이상의 흥행 수익을 거뒀다. 대규모 블록버스터는 아니었지만 입소문을 타며 장기 흥행에 성공했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쟁영화 가운데 손꼽히는 성적을 기록했다.

평가 역시 압도적이었다. 제89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을 포함해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편집상과 음향효과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기술력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주연을 맡은 앤드류 가필드는 이 작품으로 생애 첫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적을 쓰러뜨리는 군인이 아닌, 끝까지 생명을 살리려는 의무병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배우 인생의 대표작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핵소 고지’를 특별하게 만든 것은 흥행이나 수상 기록만이 아니었다. 이 영화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이유는 전쟁영화의 공식을 정면으로 뒤집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전쟁영화가 승리와 전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면, ‘핵소 고지’는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는 한 남자의 신념에서 출발한다. 전쟁을 소재로 하지만, 영화가 끝내 이야기하는 것은 승리가 아니라 인간성이다.

▲총을 들지 않은 군인이 가장 위대한 영웅이 되기까지

실제 주인공 데즈먼드 도스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신자로, 종교적 신념 때문에 사람을 죽이거나 총을 드는 일을 끝까지 거부했다. 그렇다고 전쟁을 피한 것은 아니었다. 징집을 피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스스로 입대했고, 의무병으로 전장을 선택했다. 영화는 바로 이 지점에서 기존 전쟁영화와 갈라진다. 도스는 훈련소에서 동료들에게 ‘겁쟁이’, ‘비겁한 군인’이라는 조롱을 받는다. 총도 들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전우를 지키냐는 비난도 이어진다. 상관들은 그를 군에서 내보내려 하고, 동료들은 폭행까지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되자 가장 먼저 바뀐 것은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1945년 오키나와 전투. 미군이 ‘핵소 고지(Hacksaw Ridge)’라 불렀던 마에다 절벽에서 일본군의 거센 반격이 시작되자 병사들은 절벽 아래로 철수했다. 수많은 부상병들이 고지 위에 남겨졌지만 도스는 혼자 전장에 남았다. 그는 적군의 총탄이 쏟아지는 가운데 부상병을 한 명씩 찾아 절벽 아래로 밧줄을 이용해 내려 보냈다. 그렇게 구조한 병사가 공식적으로 75명이다. 도스 본인은 “50명 정도”라고 기억했고, 전우들은 “100명은 넘는다”고 증언했다. 미군은 여러 증언을 종합해 75명을 공식 기록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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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놀라운 사실은 영화조차 실화를 모두 담지 못했다는 점이다. 도스는 실제로 일본군 부상병에게도 응급처치를 해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수류탄 파편과 총상을 입은 뒤에도 구조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들것에 실려 후송되는 과정에서도 자신보다 위급한 병사에게 자리를 양보했고, 부러진 팔에는 소총 개머리판을 묶어 임시 부목을 만든 뒤 스스로 걸어 내려왔다. 실제 이야기가 너무 극적이어서 오히려 영화에서 일부 일화를 덜어냈다는 사실은 ‘핵소 고지’가 얼마나 특별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는지를 보여준다.

▲전쟁영화인가, 반전영화인가…끝나지 않는 질문

‘핵소 고지’는 지금도 평가가 끊이지 않는 작품이다. 영화는 전쟁의 참혹함을 누구보다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포탄에 산산조각 나는 육체, 피로 뒤덮인 전장, 끝없이 이어지는 총성과 폭발음은 전쟁영화 가운데서도 손꼽힐 만큼 강렬하다.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편집상과 음향효과상을 수상한 이유 역시 이 압도적인 전장 묘사에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단 한 명도 죽이지 않은 군인인데, 영화는 가장 처절한 전쟁을 보여준다. 전쟁을 미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쟁이 얼마나 인간성을 파괴하는지 관객이 직접 체감하게 만든다. 그 속에서 도스는 총 대신 붕대를 들고, 적을 쓰러뜨리는 대신 사람을 살린다. 전쟁이 영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신념이 영웅을 만드는지를 영화는 끊임없이 묻는다. 그래서 ‘핵소 고지’는 단순한 실화 영화가 아니다. 액션 영화도, 종교 영화도 아니다. 전쟁이라는 가장 극단적인 공간에서 인간은 어디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킬 수 있는지를 묻는 작품이다.

10년이 흐른 지금도 영화가 다시 극장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많은 전쟁영화가 더 거대한 전투와 더 화려한 스펙터클을 내세우지만, ‘핵소 고지’가 끝내 기억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모두가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고민할 때, 끝까지 사람을 살리는 방법을 포기하지 않은 한 군인의 실화는 시간이 흘러도 결코 낡지 않기 때문이다.

총을 들지 않은 군인이 가장 위대한 영웅이 된 이야기, ‘핵소 고지’는 개봉 10주년을 맞아 오는 9월 2일 CGV에서 다시 관객들과 만난다.

강지호 기자 / 사진= 영화 ‘핵소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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