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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거장의 시작을 알린 마스터피스가 마침내 스크린으로 돌아온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던 영화 팬들의 염원이 마침내 이뤄졌다. 수년간 이어진 관객들의 러브콜에 힘입어 코고나다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 ‘콜럼버스’가 국내 최초 상영 이후 8년 만에 극장가에 전격 등판한다.
‘콜럼버스’는 아버지를 지켜야 한다는 의무 때문에 도시를 벗어나지 못하는 진(존 조 분)과 어머니를 홀로 둘 수 없어 미래를 포기한 채 머무는 여자 케이시(헤일리 루 리차드슨 분)의 우연한 만남에 관한 이야기다. 신선한 미학적 체험을 안겨줄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를 꼽아봤다.
이 영화는 차세대 시네아스트로 꼽히는 코고나다 감독의 위대한 출발을 알린 영화다. 코고나다는 세계적인 거장 오즈 야스지로의 각본가 노다 코고의 이름에서 자신의 예명을 따올 만큼 고전 영화에 깊은 존경심을 표해왔다. 그리고 2012년부터 오즈 야스지로, 알프레드 히치콕, 스탠리 큐브릭 등 거장의 작품 세계를 분석하는 영상을 제작하는 비디오 에세이스트로 활동하며 자신만의 날카롭고 견고한 시선을 정립했다.
첫 영화를 준비하던 코고나다 감독은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이라는 주제를 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부모의 부재가 자녀들의 삶에 드리우는 부담감에 관해 집요하게 탐구하던 그는 기사를 통해 콜럼버스라는 지역을 알게 됐고, 아이디어를 확장할 수 있었다. 코고나다는 직접 방문해 도시를 마주하며 깊은 감명을 받았고, 덕분에 이 공간과 밀접한 이야기를 직조해 낼 수 있었다.

그렇게 탄생한 ‘콜롬버스’는 전 세계 영화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공개와 동시에 선댄스영화제와 고담어워즈 등 세계 유수 영화제의 주요 부문(각본상, 여우주연상, 신인감독상 등)에 노미네이트 됐다. 스크린에 혜성처럼 등장한 코고나다는 ‘애프터 양'(2021)으로 칸 영화제에 초청되며 영화계를 이끌어갈 새로운 감독으로 입지를 굳혔다. 이후 그는 드라마 ‘파친코’와 ‘애콜라이트’ 등을 세상에 내놓으며 작품세계를 확장해 왔다.
두 주연 배우의 밀도 높은 앙상블은 극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단단한 무기다. 우선, 한국계 미국 배우 존 존가 눈에 띈다. 그는 ‘서치’와 ‘스타트렉’ 리부트 시리즈로 할리우드에서 이름을 알렸고, 지난해에는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북극성’에 출연해 국내 시청자와 만난 바 있다. ‘콜럼버스’에서 존 조는 한국계 미국인 진으로 분해 특유의 절제된 감정선과 묵직한 아우라를 뿜어낸다. 완벽히 통제할 수 없는 내면의 고독을 섬세하게 쪼개어 표현한 그의 연기는 극의 몰입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그의 파트너로 호흡을 맞춘 헤일리 루 리차드슨의 활약 역시 눈부시다. 영화 ‘지랄발광 17세’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그는 ‘그녀들을 도와줘’, ‘파이프 피트’를 통해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구축했고, 시리즈 ‘화이트 로투스’를 통해 차세대 주연 배우로 거듭났다. 이번 작품에서는 가족을 향한 책임감과 미래를 향한 열망 앞에서 고뇌하는 케이시를 입체적으로 그려내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모더니즘 건축의 메카로 불리는 도시 콜럼버스다. 영화는 에로 사리넨, I.M. 페이, 리처드 마이어 등 전설적인 건축가들의 실제 건축물들을 카메라 앵글 안에 정교하게 포착했다. 코고나다 감독은 공간이 품고 있는 기하학적인 속성과 정적인 미감을 인물들의 고립된 내면과 정교하게 결합했다. 건축물을 하나의 독립된 대사이자 서사적 언어로 치환한 연출적 영리함이 돋보인다.
작중 두 남녀는 도시의 건축물들을 매개체 삼아 대화를 시작하지만, 어느새 서로의 일상과 상처를 내밀하게 파고들며 관계를 쌓아간다. 영국의 가디언지가 “영혼을 어루만지며 위로한다”라고 찬양하고, 워싱턴 포스트가 “시각적 즐거움만큼이나 오래 곱씹게 만드는 작품”이라 평했듯, 공간과 인간의 경이로운 대칭 구조는 높은 시각적 완성도 속에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 순간을 만든다.
‘콜럼버스’는 지친 현대 사회 속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나와 타인의 상처를 응시하게 한다. 건축을 매개로 감정을 극대화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며, 공간의 정취와 인물들의 깊은 눈빛만으로 극강의 카타르시스를 유도해 내는 코고나다 감독 미학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영화다.

코고나다 감독의 출발점을 확인할 수 있는 ‘콜럼버스’는 오는 3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주)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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