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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허장원 기자] 지진의 위협이 도사리는 근미래 도쿄를 배경으로 한 영화 ‘해피엔드’가 개봉 일주일 만에 4만 관객을 돌파하며 독립·예술영화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청춘 서사는 독립영화로는 드물게 상영관 확대와 각종 이벤트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감각적인 연출과 섬세한 서사, 깊은 울림을 남기는 메시지까지 더해져 청춘이라는 개념을 다시 사유하게 만드는 이 영화는 지금 관객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으며 극장가를 흔든다.

▲흔들리는 세상 속 조용히 진동하는 청춘의 파동
영화는 혼란한 사회와 마주한 청춘들의 미묘한 우정과 선택을 그린다.
같은 학교 음악 동아리 친구 유타, 코우, 아타, 밍, 톰은 서로 다른 인종과 성 정체성을 지닌 인물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AI 감시 시스템이 설치된 학교와 감정 없는 통제가 지배하는 사회 속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저항한다.
코우와 후미가 참여한 총리 반대 시위 장면, 교칙 위반을 자동 감지하는 감시 체제, 비일본계 학생들에게 일괄적으로 가해지는 벌점은 시스템과 다양성 사이의 갈등을 날카롭게 보여준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저항하는 청춘’이라는 전형적인 공식에 기대지 않고 현실에 균열이 생긴 세상에서 청춘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에 집중한다. 특히 감정의 폭발 없이 담담한 연출은 이들의 방황을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든다. 영화 속 우타의 자수는 청춘의 고뇌와 희생의 복합적인 내면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단단한 입소문이 만든 박스오피스 신드롬
‘해피엔드’의 흥행은 단지 숫자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개봉 전부터 팬들 사이에선 A3 포스터 등 굿즈 품귀 현상이 벌어졌으며 CGV 아트하우스를 포함한 주요 예술 영화관에선 연이은 매진 사태가 이어졌다.
지난 5일 기준 누적 관객 3만을 돌파했고 2주 차에 접어든 지금은 4만 관객 돌파는 물론 20% 이상의 상영관 확대를 이루며 이례적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실관람객들은 “OST와 연출, 영상미 모두 완벽”, “깊은 여운을 주는 수미상관 구조”라며 극찬을 쏟아냈다.
또한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된 작가 황선우, 김하나와의 GV는 관객들의 열띤 반응 속에 마무리되었다. 더불어 정성일 평론가와의 라이브러리 톡, 감독의 단편 ‘슈가 글라스 보틀’ 연계 상영 등 풍성한 이벤트가 흥행 열기를 더하고 있다. 이동진 평론가 역시 자신의 블로그에 별점 3.5점(5점 만점)과 함께 “세계보다 더 길게 진동하는 청춘”이라는 평을 남기며 공감을 더했다.

▲청춘을 다시 정의하기 위한 시도
‘해피엔드’가 돋보이는 이유는 청춘이라는 익숙한 키워드를 낡은 감상에서 구해내려는 태도 때문이다.
영화는 청춘을 영원히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찬란한 시절이 아니라 여전히 격렬하게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의 현재로 재정의한다. 관객은 영화 속 코우, 우타, 후미의 선택을 따라가며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다. 자신이 지나온 시기와 현재를 대조하고 청춘이라는 말에 깃든 노스탤지어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된다.
청춘은 가능성과 모호함의 공존이며 화려한 색채와 혼란스러운 질감이 뒤엉킨 시기이다. ‘해피엔드’는 그 감정들을 덤덤하게 직조해 낸다. 지나갔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 시절을 겪고 있는 누군가의 삶이기도 하다는 인식을 관객에게 남긴다.
영화는 청춘을 아름답게 박제된 기억으로 소비하기보다는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나의 위치를 점검하는 기회로 만들어준다. 결국 ‘해피엔드’는 청춘 고쳐 쓰기의 시도이자 불완전하지만 진실한 성장의 기록이다.
영화 ‘해피엔드’는 청춘을 향한 낭만적 환상이 아니다. 그것이 지나간 후에도 오래도록 꺼지지 않는 진동 같은 잔향을 남긴다. 이 영화가 말하는 청춘은 추억이 아니라 지금 이 사회 어딘가에서 고군분투 중인 살아 있는 감정이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고개를 돌려 과거가 아닌 현재 혹은 바로 옆에 있는 누군가의 청춘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면 ‘해피엔드’는 진정한 의미에서 시작된다.
허장원 기자 hjw@tvreport.co.kr / 사진= 영화사 진진,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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