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강해인 기자] ‘핸섬가이즈’의 신스틸러 배우 빈찬욱은 자신만의 속도로 연기의 외연을 확장 중인 단단한 배우다.
평소 빈찬욱이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본명이에요?”라고 한다. 오디션 현장에서도 “빈 씨 중에 유명한 사람이 누가 있지?”라는 질문을 받을 정도라고. 그의 아버지는 잘하든 못하든 기억에 오래 남는 이름이라며 “어디서든 잘해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길을 걷고 있는 이 배우에 관해 조금 더 알아보고 싶었다.
어떤 계기를 통해 배우의 길을 걷게 되었나요?
중학교 때 매 학기 장래 희망을 쓰는 데, 2학년 때까지 그때그때 생각나는 걸 썼어요. 그런데 문득 ‘왜, 난 꿈이 없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다른 친구들은 있는데 나만 없다는 게 기분이 이상했죠.
그러다 ‘해운대’를 관람하고 펑펑 울었던 날이 있어요. 그때 사람을 웃고 울릴 수 있는 배우라는 직업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죠. ‘이거다!’ 싶어서 집에 와서는 “엄마, 나 연기할래”라고 말했어요. 당시 비몽사몽 상태였던 어머니는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셨지만, 형은 진지하게 “예고(예술고등학교)를 알아봐”라고 조언을 해줬죠.
그때부터 예고를 준비했던 거군요?
당시 가장 많이 언급되던 고등학교를 검색해서 찾았고, 그게 안양예고였어요. 여기 지원해서 붙으면 연기를 하고, 떨어지면 포기하자고 마음먹었죠. 당시 입시 전형에 시 낭독을 하고, 특기를 보여줄 수 있는 실기 시험이 있었어요. 저는 노래를 불렀고, 붙었죠.
돌아보면, 안양예고 때 선생님을 정말 잘 만났다고 생각해요. 제가 연기를 처음 만나는 순간이었는데, 정말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신 덕에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연기뿐만이 아니라, 배우로서의 태도와 마음 가짐도 알려주셨죠. 지금도 연락을 드리고, 매년 찾아 뵙고 있을 정도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그렇게 연기를 시작하면서 낯설거나 어려웠던 점은 없나요?
아직 연기를 포기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연기라는 게 언젠가는 제게 손을 내밀어 주더라고요. 그래도 처음 연기를 시작했던 고등학교 1학년 땐 많이 힘들었어요. 연기라는 게 너무 심오하고 힘들었고, 저한테 재능이 있는지 걱정도 됐죠. 입학하고 한 달 내내 코피를 흘리기도 했어요.
그러다 2학년 때 학교 공연 ‘레미제라블’에 참여하게 됐어요. 공연을 마쳤을 때 조금 단단해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지금도 그 공연으로 커튼콜(공연 후 출연진이 관객의 박수에 답하며 다시 무대에 오르는 것)을 처음 받던 순간이 기억나요. 6개월 동안 연습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고, 너무 벅찼죠. 사실, 무대 조명이 강해서 관객이 잘 보이지는 않았어요. 그런데도 눈물을 뚝뚝 떨어지더라고요. 그때, ‘평생 배우해야 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조심스러운 질문이지만, 또래의 다른 배우들이 다양한 무대에서 먼저 활동하는 것을 보고 조급함을 느낀 적은 없나요?
누군가와 비교하면서 살면 건강한 배우가 될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들은 그들의 길이 있고, 저는 저만의 길이 있겠죠. 인생을 두고 봤을 때는 저는 제 페이스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성공에 관해 질투한 적은 없지만, 누군가의 연기를 보고 열등감을 느낀 적은 많아요. 특히, 현장에서 제 눈으로 직접 볼 때 그런 감정을 많이 느끼죠. 대본에서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면 많이 놀라요.
배우로서도 한 사람으로서도 단단한 사람이라는 게 느껴지네요. 평소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어 가나요?
감독님과 이야기와 인물의 톤 앤 매너를 의논하고, 그 작품에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이 있는 레퍼런스를 찾아봐요. 그리고 저는 음악을 들으면서 연기를 준비해요. 저 혼자서 그 인물의 등장곡을 만들어 보는 거죠. 클래식, 영화 OST, 클럽 음악 등 정말 다양한 곡 목록을 가지고 있어요. 이번에 ‘핸섬가이즈’에서 용준을 준비할 땐, 드라마 ‘셜록’의 OST를 들었어요.
‘해운대’를 보고 배우가 됐다고 하셨는데, 영감을 주는 다른 작품이 있을까요?
‘굿 윌 헌팅’(1998) 속 맷 데이먼을 정말 좋아해요. 영화에서 맷 데이먼이 착용했던 십자가 목걸이를 매일 하고 다닐 정도죠. 지금도 착용하고 있어요. ‘굿 윌 헌팅’에서 맷 데이먼은 캐릭터의 결핍을 정말 잘 표현했어요. 그 결핍의 감정을 쌓아 올렸기에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로빈윌리엄스의 대사, “네 잘못이 아니다”가 나오는 순간 감정이 폭발했던 것 같아요.
다양한 현장을 경험하는 중인데, ‘연기’에 관해 요즘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요?
연기라는 게 답이 없는 것 같아요. 좋은 연기의 기준이 다르고, 상대 배우가 준비해 온 연기가 제가 생각한 것과 다를 수도 있죠. 그래서 지금은 현장에 있는 다른 배우들과 같이 만들어 가는 연기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
제 은사님은 “연기는 너의 진실과 나의 진실이 만나는 거다.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이다”라고 말씀하셨어요.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였죠. 현장에 가기 전에 미리 답을 정해두고 가면 실망하고, 소통이 어려울 수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10개를 준비해서 가면, 10개를 다 버리고 온다는 생각으로 준비해요. 제가 준비한 걸 다 보여주려고 하지만, 고집하지는 않는 거죠.
3부, 빈찬욱, 강하늘 미담 공개…”8년간 챙겨준 미친 사람” [인터뷰③]에서 계속…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빈찬욱, ‘핸섬가이즈’˙’해운대’˙’굿 윌 헌팅’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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