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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연쇄살인마 이춘재 재조명 “불 찾아다니는 불나방처럼 나도 모르게?”(꼬꼬무)[종합]

김유진 기자 조회수  

[TV리포트=김유진 기자]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 이춘재가 재조명됐다.

15일 방영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83회는 30년간 못 잡은 최악의 연쇄살인마 이춘재 사건을 재조명했다.

사건은 2019년 5월 경기남부경찰청에 온 한 통의 제보전화로부터 시작됐다. 제보자는 “지인이 범인인 것 같다”고 말했고 미국에 산다고 했다. 

당시 사건을 맡은 이성준 형사는 사건 파일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자 사건의 기록을 찾아봤다. 

사건 기록에 따르면 당시 13살 중학생, 고은양이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 고은양의 가족들이 밤새도록 온 동네를 샅샅히 뒤졌지만 고은양을 찾지 못했다. 

결국 고은양은 두 손과 두 발이 뒤로 꺾인 채 묶여있는 시신 상태로 야산에서 발견됐다. 부검 결과 고은양은 성폭행을 당한 뒤 목에 졸려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범인은 칼로 고은이의 가슴을 난도질을 했다. 하지만 범인은 찾지 못했고 30년 동안 미제 사건으로 묵혀져 있었다. 

이 형사는 우리나라 과학수사가 많이 발전을 한 것을 감안, 이제는 범인의 흔적을 이제는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과학수사를 위해 관할 경찰서 서른 군데를 뒤졌는데 증거품을 찾지 못했다.

이때 관할 지역인 오산에서 백골 시신이 발견되고 이 형사는 일단 오산으로 갔다. 사건 현장에서 누군가 이 형사의 어깨를 툭툭치며 “요즘 무슨 사건 하고있냐” 물었고 이 형사가 고은양의 사건을 언급하자 해당 형사는 “그거 우리 과수팀 사무실에 있는데” 라고 했다.

결국 이 형사는 기막힌 우연으로 오산경찰서 과학수사팀에서 증거품을 찾게 됐다. 이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강필원 소장에게 증거품 박스를 넘겼다.

하지만 30년 가까이 DNA 분야만 연구한 베테랑인 강 소장도 난처했다. 강 소장은 “30년 넘은 감정물을 많이 다뤄보지 못했다”면서도 우선 증거품을 살펴보자고 했다. 

다행히 증거품은 종이 봉투에 담겨져 있어 비교적 부패되지 않고 오래 보존될 수 있었다. 증거품에는 피해자의 속바지가 있었다. 

황정희 국립과학수사 연구원은 “30년 전 증거물치고는 상태가 양호했다”며 당시 상황을 기억했다.

강 소장과 팀원들은 범인의 흔적을 찾기 위해 현장 재구성을 진행했다. 사건 현장 사진을 보면서 당시 상황이 어땠을까 추리했고 범인의 흔적이 어디에 있을 지 추측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강 소장은 “DNA세포가 어디에 집중적으로 묻어있을까 고민했다. 상식적으로 의류를 잡았을 경우 피해자는 저항을 했을거다. 피의자와 실랑이를 했다면 허리부분에 있지 않았을까 하고 의심했다”고 말했다. 

결국 강 과장은 의류의 허리라인을 자라 약품과 장비로 DNA로 추출했다. 약 2주의 소요 시간이 지나 한 남자의 DNA가 검출됐다.

강 소장은 “남성의 DNA를 확보했는데 사건의 DNA라고 확신할 수가 없었다. 용의자 DNA와 대조를 해야한다”며 데이터베이스 대조작업을 실시한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2010년부터 구속, 수감사를 대상으로 DNA 검사를 진행,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하고 있다. 강 소장은 DNA 대조를 의뢰하고 퇴근했고 다음날 출근했더니 일치 건이 나왔다고 했다.

일치하는 DNA는 현재 교도소에 있는 수감자, 이춘재였다. 30년 동안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화성연쇄살인 3건의 용의자 DNA가 이춘재의 DNA와 일치한 것이다. 고은양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9번째 피해자였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0명의 여성이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된 사건이다. 그나마 8차 사건은 범인이 검거되면서 모방범죄로 결론이 났었다. 

연쇄 살인으로 묶인 이유는 범인의 시그니처 때문이다. 발견된 시신 모두 피해자들이 입고 있던 스타킹이나 속옷으로 묶여져 있었다. 이렇 듯 범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피해자의 물건을 사용하며 피해자를 살인했다. 고은이 시신도 고은이 필통에 있던 커터탈로 훼손됐다.

화성연쇄살인사건에만 한 해 투입된 경찰은 205만명, 용의 선상에 오른 사람은 3천명이 넘었다. 

이춘재는 부산교도소에서 25년째 복역 중인 무기수였다. 이 형사는 2019년 부산교도소로 연락해 단독접견실을 요청했다. 교도소측은 “(이춘재는)1급 모범수다. 독실한 불교신자로 잘 지내고 있다. 무슨일이냐”라고 물어 이 형사를 당혹하게 했다고.

이춘재의 과거 기록을 살펴본 결과 이춘재는 화성 사건의 10번째 희생자가 나오고 3년 뒤 1994년 청주에서 젊은 여자를 살해한 죄로 교도소에 수감됐다. 당시 시신은 둔기에 맞은 뒤 성폭행 흔적이 있었고 온 몸이 스타킹으로 묶여있었다. 

또 저항한 흔적이 없었고 수면제 성분이 검출되 것을 감안, 면식범에 의한 계획적인 살인 가능성이 컸다고 경찰들은 판단했다.

경찰들은 가족들부터 탐문했다. 모두가 슬퍼하는데 가운데 이춘재 혼자 덤덤해 보였다고 했다.이춘재는 피해자의 형부였다.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다녀간 곳도 이춘재의 집이었다. 

당시 이춘재는 “우리집에 온 건 맞는데 약속이 있다면서 금방 나갔다”며 절대로 아니라고 범죄를 부인했다.

하지만 이춘재의 집에서 피해자의 혈흔이 나오자 이춘재는 “아내가 가출해서 홧김에 처제를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경찰이 “세 번을 칼로 찌르지 않았냐”고 묻자 이춘재는 “세 번이 아니라 네 번이라니까요”라고 구체적으로 진술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 이춘재는 집에서 오렌지 주스를 꺼내마시는 처제의 습관을 인지하고 주스에 수면제를 탄 것으로 조사됐다. 이춘재는 1.2심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최종선고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 형사는 부산교도소 접견실에서 이춘재를 만났다. 이 형사는 이춘재를 보자마자 “화성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때문에 왔다”고 했고 이춘재는 “근데 왜 저를?” 하며 남의 일 이야기 하듯이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DNA 이야기가 나오니까 순간 이춘재의 표정이 싹 굳었다. 그러면서도 이춘재는 “고향이 화성이니 사건은 많이 들어봤지만 저와는 상관없다”고 느긋하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당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증거는 5, 7, 9차 세 사건에서의 증거품에서만 DNA가 검출된 상황. 나머지 사건은 증거가 없는 상태였다. 이 사건의 범인이 전부 이춘재임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범행에 관한 구체적인 자백이 필요했다.

이 형사는 “프로파일러는 조사관이 아닙니다. 편하게 이야기 나눠보시겠어요?”라고 이춘재에게 제안을 했다고 한다. 이 형사는 “프로파일러들이 다 여자다. 이춘재가 접견실에 들어올 때 프로파일러들을 봤다. 이춘재가 급 호기심을 보였다. ‘네 그러죠’ 라고 대답했다”라고 설명했다. 즉 프로파일러가 여자인 걸 확인한 이춘재는 호기심을 보였고 대화를 받아들인 것.

프로파일러들은 “지내기 불편한 건 없으세요? 식사는 하셨어요? 음식이 입에 맞으세요?” 등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일상적인 이야기로 시작했다. 그러자 이춘재의 표정이 밝아졌다. 

사건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한 이유에 대해서는 ‘라포 형성’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서로 공감하면서 친밀감을 쌓는 과정이다.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사건과는 별대의 이야기들을 전개한다. 어렸을 때 성장환경, 성격 특성을 찾아내는 여러 가지 대화를 시도하게 된다. 라포, 소위 친밀감을 형성하면서 범죄자의 지금 상태를 분석한다. 이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하고 있고 스스로 어떤 결정을 내려서 자백을 하게 만드는지를 보는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때 접견을 마치려는 순간 이춘재가 돌발 행동을 했다. 손을 내밀어 프로파일러들과 형사들에게 악수를 청했다는 것. 이어 다음날도 접견이 이어졌다.

이 형사는 “오늘은 조사를 진행해도 될까요?”라고 물었지만 이춘재 표정이 떨떠름 했다. 이춘재는 “프로파일러와 이야기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다시 프로파일러와 대화를 시작했다.

이춘재는 프로파일러가 가족사를 묻는 질문에 “동생이 둘 있는데 한 놈이 어릴 때 죽었어요”라고 말하는 등 속 깊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때 이 형사도 군대 이야기로 한마디 거들었다. 이 형사는 “(이춘재가)탱크를 몰았대요. 훈련을 나가면 자기가 제일 선두에 서서 가는게 너무 좋았대요”라며 이춘재가 눈을 반짝이며 군 시절 무용담을 이야기한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수사팀은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에 다시 찾아오겠다고 약속을 한 뒤 약속한 날 일부러 가지 않았다. 이춘재의 심리를 이용해보기로 한 것.

실제 화요일에 만난 이춘재는 수사팀에게 “왜 어제 안왔냐”고 물었다. 이때 이춘재 마음을 흔들기 위해 프로파일러만 접견실에 들어갔다.

이춘재는 “혹시 내가 입을 열면 당신들 승진도 하고 그럽니까?”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럼 제가 이야기 좀 해줄까요? 내가 모든 걸 말하면 많이 놀랄 겁니다. 곤란해질 수도 있는데”라며 마치 자기가 우위를 점하고 인심 쓰듯이 이야기를 꺼냈다.

프로파일러는 “누가 곤란하든 아니든 상관없다. 사실이면 진실을 이야기 해주는거다”라고 자백을 끌어냈고 이춘재는 프로파일러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종이하고 펜을 주세요”라고 했다. 이춘재는 종이에 ‘살인12+2, 강간19 미수15″이라고 적었다.

이춘재는 “12+2가 뭔지 알겠습니까”라고 되려 묻더니 “화성에서 2건 더 저질렀고 2건은 청주입니다”라며 화성연쇄살인사건 10건 외에 2건이 더 있다고 자백했다. 즉 처제살인사건까지 더하면 살인만 총15건이다.

이춘재는 이때를 기점으로 진술을 막 쏟아냈다. 이 형사가 “여중생을 야산에서 살해한 적이 있죠 그게 언제쯤인지 기억합니까”라고 묻자 “기억합니다 .풀이 마른 상태가 아니었으니 가을 정도 같네요 쌀쌀했던 느낌이 납니다”라고 하더니 사건 현장을 직접 그리기까지 했다. 

그 후로도 접견만 50번을 넘게 이어갔고 그 사이에 3,4차 사건 증거품에서도 이춘재의 DNA가 검출됐다. 나머지는 증거품이 없지만 이춘재의 자백과 진술이 있었다. 수사팀은 모든 사건에 대해 자백을 받는데 성공했다. 범인만 알 수 있는 세부적인 진술까지 다 받아냈다.

이춘재는 왜 자백했을까? 이에 대해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자신이 진범임을 밝혔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나 자신만의 비밀을 공유했을 때 상대방이 충격을 받는다 것에 더 큰 기대감이 있었을거다”라고 분석했다.

실제 이형사와 접견 때 이춘재는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몇년 전 교도소에 있을 때 입안 점막에서 DNA를 채취했다. 그때 곧 잡으러 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좀 늦게 왔다”고 말했다.

실제 사건과 숫자가 안맞다. 이춘재는 “8차도 제가 저지른 겁니다”라고 자백했다. 과거 연쇄살인마 유영철은 일부러 살인 횟수를 부풀린 것 처럼 이춘재 또한 8차 사건의 진범이 아닐 수도 있다고 의심했다.

당시 8차 살인 사건은 모방살인으로 마무리됐다. 목이 졸린 채 성폭행을 당한 딸이 일어나지 않았고 10달이 지나 22살 윤성여씨가 범인으로 잡혔다. 

윤성여씨는 동네 농기구 수리공이었다. 경찰이 제시한 증거는 체모였다. 당시 방사성동위원소감정을 통해 체모의 성분을 분석했는데 체모에 중금속 성분이 많았다는 것. 

그래서 경찰은 직업상 중금속을 많이 다루는 공장 노동자들의 체모를 죄다 뽑아다 분석을 했다. 경찰은 윤성여씨에게 고문과 폭행을 반복했다.

성여씨는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했다. 한쪽 다리가 가늘도 짧은 탓에 서 있기도 힘들었다. 잠도 안재주고 물도 안주며 고문을 받던 성여씨는 결국 강압수사에 의한 허위 자백을 하고 억울한 옥살이를 시작한 것이다.

추가로 자백한 4건의 살인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어있었다. 추가 범죄(화성2건, 청주2건)에도 같은 시그니처가 있었던 것. 왜 화성연쇄살인사건에 포함이 안됐을까?

우선 청주 2건은 범행 수법은 비슷했지만 지역이 달라서 경찰서 간의 공조가 제대로 안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외에 수원 화서동에서 벌어진 여고생 살인사건은 이춘재 말고 무고한 용의자가 또 있었다. 조사 과정에서 모진 고문을 당하다가 심지어 사망했다. 이 외에 9살 현정양이 하굣길에 사라진 사건은 시신을 발견하지 못해 단순 실종 사건으로 처리됐다.

해당 사건에 대해 이춘재는 “산길에서 우연히 만났다가 숲으로 데려가서 죽였습니다”라고 자백했다. 이춘재의 증언에 따라 경찰은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다. 하지만 뼈조각 하나 발견되지 못했다. 알고보니 현정양이 실종되고 몇달 후 경찰은 산에서 뭔가를 발견했다. 현정이의 가방과 부패된 양손 뼈였다. 심지어 양손은 줄넘기로 묶여져 있었다. 이때 경찰이 가족들한테 알리고 수사를 했어야 하는데 경찰이 사실을 은폐했다.

이 당시는 윤성여씨를 검거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모방범이라도 잡았다’는 분위기에 사람들은 안심했고 경찰들도 모처럼 기세등등했다는 것. 심지어 윤성여를 잡은 경찰은 특진까지 했고 사건은 결국 실종사건으로 은폐됐다.

윤성여씨는 그 뒤로 어떻게 살았을까. 20년 동안 옥살이를 한 뒤 42살에 광복절 특사로 출소를 했다. 애써 과거는 잊고 공장에서 열심히 일을 했다고 전했다. 

진범이 잡혔다는 이야기를 들은 윤성여씨는 덜컥 겁부터 났다고 했다. 겨우 일군 안정된 삶이 무너질까봐 무서웠다는 것.

고민하던 성여씨는 늦게라도 사실을 밝히고자 재심을 청구했다. 이때 박준영 변호사가 손을 내밀었다.

박 변호사는 “불법체포감금, 폭행가혹행위 , 서류허위작성 등 무죄를 입증할 명백한 증거가 있었다. 이춘재의 증거와 자백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박 변호사는 체모감정소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 와중에도 조작이 있었다는 것도 밝혀냈다.

이어 박 변호사는 법정에 이춘재를 증인으로 요청했다. 윤성여씨는 법정에서 이춘재를 보고 “화가 끝까지 올라왔다. 그거 참느라고 힘들었다. 몇 대 때리고 싶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박준영 변호사의 증인심문이 시작됐다. 진범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여러가지 부분들을 심문했고 이춘재가 구체적으로 자백했다. 

박 변호사는 “범죄를 하기 전에 증인이 어떤 생각이 있었을 것 아니냐”고 묻자 이춘재는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다. 사실 사람을 죽이고 나서 순간적으로는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거는 그냥 한순간에 지나가는 짧은 생각일 뿐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불을 보고 찾아다니는 불나방처럼 그냥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런 일들이 일어나게끔 내가 행동을 하고 있더라”라고 말했다.

이춘재는 14건의 살인과 9건의 강간 혐의가 인정됐다. 그 외는 공소시효 만료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다.  

김유진 기자 eugene0120@naver.com / 사진=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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