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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TALK] “‘그알’ 돌아간다면? 故김성재 사건 양심선언할 사람 있다” (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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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설이의 막후TALK> 막후(幕後)의 사람들, 나오는 사람이 아닌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국가수사본부’ 박진아 작가, 배정훈 PD

[TV리포트=박설이 기자]탐사 다큐 프로그램 장인 두 사람이 만났다.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 제작진 출신의 PD와 작가가 ‘국가수사본부’로 의기투합했다.

경력 23년 박진아 방송작가의 ‘그알’ 경력은 4년 6개월, 배정훈 PD와는 ‘그알’에서 만난 적은 없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 특집 ‘모닝와이드’로 한 달간 동고동락하며 시작된 오랜 인연이다. “나중에 프로그램 꼭 같이 하자”는 막연한 약속은 세월이 지나 현실이 됐고, 두 사람이 같이 기획한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3일 대중에 공개됐다.

3월 어느 날 서울 목동 SBS 사옥 보도국 회의실에서 박진아 작가와 배정훈 PD를 만났다. 탐사 보도 프로그램에 전면으로 나서는 PD 말고, 뒤에서 움직이는 작가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궁금해 박진아 작가를 단독으로 만나고자 청했고, 박 작가의 SOS로 배정훈 PD가 인터뷰에 동석했다.

Q_’그알’, 배정훈 PD와의 인연은?

박: 방송 작가는 올해로 딱 23년, 시사교양에만 쭉 있었어요. ‘그알’은 2006년부터 2년, ‘궁금한 이야기 Y’ 등 다른 프로그램 하다가 2012년에 다시 돌아가서 2년 6개월, 총 4년 6개월 했죠. 2014년 8월 떠났어요.

배정훈 PD와는 프로그램을 기획에서 제작까지 한 건 처음이에요. 알고 지낸 인연은 오래됐는데 같이 하자고 했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았어요. 제 필모와 배 PD의 필모가 유사한 게 많은데 타이밍이 다 달라요.

배: 같이 한 건 2010년 남아공 월드컵. 현지에서 한 달 동안 숙식을 같이 했어요. ‘생방송 모닝와이드’. 전 막내 조연출이었고 여기는 왕작가님. 보기보다 제가 어려요. 한 열 살 차이? (박에게) 몇 살이에요?(웃음) 보기보다 (박 작가님) 연배가 있고, 제가 보기보다 어려요.

박: 저희가 ‘국수본’ 하면서 경찰분들 섭외하러 같이 다녔는데, 가장 놀라시는 지점이죠.

Q_’그알’ 작가로 산 4년 6개월의 삶은 어땠나요?

박 : 그때는 괴로웠는데 돌이켜보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생각보다 잘 맞았어요. 작가 처음 시작할 때부터 꿈의 프로그림이기도 했고요. 처음 갔을 때 어렵고 힘든 게 있었죠. 생각보다 연차가 낮았을 때여서 엄청난 프로그램을 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고 힘들었지만 소재의 무게감도 힘들고, 진행 과정도 녹록지 않았지만 저에게는 행복했고 작가로서 집중력 있게 성장시켜준 프로그램이어서 애정이 많이 가요.​ 작가 선배님들 대단하신 게, 저는 2년 했다가 다른 거 하고 다시 돌아가서 2년 6개월, 그것도 3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나왔는데, 더 길게 하신 작가 선배님들이 많아요. 존경스러워요. 내가 버틸 수 있던 시간이 2~3년 정도였구나 싶더라고요.

Q_탐사 보도, 발제부터 방송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박 : 소재를 발굴하죠. 선정 기준은 ‘해야 할 이야기인가’이고요. 사회 흐름에서 이슈가 되는,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는 반면 숨어있는 이야기를 찾는 과정이 있죠. 그 과정은 화석을 찾아내듯, 원형은 분명 존재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것이 있고요. 아주 오랫동안 팔로우하며 경작해온 이야기, 아직은 때가 아니지만 가지고 가야 하는 이야기, 이렇게 세 가지 정도가 있죠. 소재가 결정되면 그때부터는 취재에 들어가고, 작가는 취재의 얼개를 짜요. 아무 방향 없이 무조건 PD를 현장에 내보낼 수는 없으니 PD와 함께 이 이야기를 어떻게 가져가느냐, 당연히 현장 상황에 따라 내용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단 설계하죠. 그리고 누굴 만나 어떤 질문을 할지, PD가 어느 현장에 갈지 상의하고, 가야 할 장소와 사람을 섭외합니다.

이때 작가는 PD가 현장의 이야기를 담아낼 때 그 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얘기를 할 수 있는 자료를 조사하죠. 논문을 뒤진다거나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다거나 유사한 사례, 판례를 찾는 작업을 해요. 그렇게 2~3주, 물론 이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릴 수도 있고요. 그렇게 취재가 되면 PD가 찍어온 영상, 작가가 인터뷰한 이야기 등 쌓인 것을 60분의 시간 안에 녹여낼 수 있게 구조화하는 편집 구성안 작업을 하고, 이를 가지고 PD와 편집을 하고, 편집이 끝나서 60분의 내용물에 대한 대본을 작성합니다.

​제가 문예창작과 강의를 할 때 “시사교양 방송작가는 뭐 하는 사람이에요?”라는 물음에 “시사교양 작가는 이름이 없는 사람입니다”라고 해요. 어떤 일을 하는지 드러나지 않거든요. 시청자가 보는 화면 속 이야기 속에 작가는 녹아 들어가 있잖아요? 강의가 끝날 때는 “시사교양 작가는 이름이 많은 사람입니다”라고 얘기해요. 언제나 거기 있는데 한 번도 드러나지 않는 일이 작가인 것 같아요.

Q_탐사 프로그램에는 보통 작가 몇 명이 투입되나요?

박: 메인작가, 대본 쓰는 작가, 취재작가, 그 사이 구성의 틀을 잡거나 메인작가가 크게 설계한 안에 에피소드를 담당하는 일을 하는 구성작가. 대부분의 시사 프로그램이 그럴 거예요.

Q_방송작가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섭외잖아요? 탐사 보도 섭외에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지…

박: 시사교양 작가에게 가장 섭외하기 어려운 사람은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이에요. 전화나 만나서 섭외하기 전 준비 과정이 오래 걸리고요. 만나는 시간도 힘들고, 끝나고 나서도 힘들어요. 제가 한 모든 프로그램에는 피해자가 있었기 때문에 모든 섭외 과정이 다 힘들었어요. 나쁜 짓을 한 사람의 주변인을 섭외하는 것은, 물론 많이 거절당하지만 거절당하는 게 힘들지는 않아요. 거절도 결국 목소리라고 생각하면 되고, 거절이 의미하는 게 뭘까 생각하면 되니까요. 시사교양 작가에게 거절 당하는 건 그리 힘든 일은 아닐 거예요.

Q_섭외 노하우가 있을까요?

박: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멋진 대답을 못하겠어요. 만날 하는 말이 진정성? 그리고 인터뷰 대상자에 대한 이해와 공부가 먼저라고 생각해요. 누굴 만날 때 아무 준비 없이 만나기보다는, 어떤 형사님을 만난다고 했을 때 그 형사님이 어떤 사건을 했는지 기본적으로 알고 가야죠. 피해자를 만난다고 하면, 그 피해자 정보는 당연히 없잖아요? 유사한 사건의 유사한 피해자가 했던 얘기를 보고, 이런 사람에게 이런 질문이 적당한지 확인하고 고민해요. 스킬보다 중요한 건 인터뷰 전 준비 과정이에요. 노하우가 크게 있지는 않아서 준비를 많이 하죠.

Q_탐사 보도 프로그램의 작가, 연출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박: 면접을 보셔야죠. 저 면접 세게 보는 작가예요.(웃음) 탐사 보도를 하고자 하는 작가들에게 근성, 끈기, 독기가 있어야 한다고 얘기를 많이 하죠. 예전에 저도 독기가 무기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알’로) 4년 6개월을 보내고 시사교양 작가로 사는 게 20년이 넘어가면서, 지금 가장 필요한 자질은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에요. 사회적으로 이슈를 바라보는 균형적 관점이기도 하고, 치우치지 않고 사안을 바라보는 균형적 철학,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는 것까지. 예전에 버텨야 한다고 얘기를 많이 했는데 지금은 버티지 말고 지키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악으로 깡으로 버티면 스스로 이길 수가 없거든요. 결국 자기를 지키는 방향으로 갈 때 오래할 수 있고 즐겁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각자의 마음 속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가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시사교양 작가에게 제일 중요한 건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도 이야기 원형을 살리는 것, 변질되지 않게 가져와서 잘 전달될 수 있게, 거기에서 자기의 매력을 발산하는 것이 중요해요. 세상에 대한 관심이 많아야죠. 이야기는 세상에 있으니까. 나 혼자 어떤 관점을 가지고 탐사에서 할 수 있는 메시지가 나오지는 않아요.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도 많아야죠.​

배: 저도 비슷한데, PD는 공감 능력이 필요해요. 왜냐하면 저희는 직접 취재 대상을 만나서 눈을 보고 대화를 나눠야 하니까요. 작가님이 말씀하신 작가의 자질과 PD의 자질이 상당히 흡사하지만, PD는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다 보니 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는 공감력이 있어야 돼요.

Q_두 분의 MBTI가 궁금해요.

박: 저희 그런 거 되게 몰라요. 트렌드를 쫓아가려 노력하는데, 저는 그래서 캡처해 놨어요.

배: 저도 캡처했어요. 저는 ENFJ.​ 우리 같은 거였나?

박: 저는 완전 I예요. 후배들이 캡처해 줬어요, 못 외운다고. 저는 ISTJ. J 빼고 다 다르다!

배: 저희 처음에 ‘국가수사본부’ 기획할 때, 연남동에서 에어비앤비 구해서 회의했거든요. 심심해서 젊은 친구들이 하는 방탈출게임 같이 했어요. 우리 다 처음 했는데 탈출했잖아요. 꽤 어려운 난이도였는데.

박: 너무 신기했던 게 그 안에서도 일할 때 캐릭터와 역할이 드러났어요. 저는 전체를 보고 PD는 먼저 가서 뒤지고. 그 캐릭터가 보여서 신기했어요. PD와 작가는 잘 맞아야 돼요. 안 그러면 힘들어요. 싸우기도 싸우고, 프로그램이 잘 안 나오더라고요.

배: 우리는 10년 넘도록 싸운 적이 없어요.

박: 이번에 생각해봤어요. 성향이 달라서 잘 맞는 것 같아요. 저는 원래 이성적인 사람인데, 제가 감성적인 사람이 될 때가 있잖아요? 그때는 (배PD가) 이성적이게 되고.

Q_사건의 종류에 따라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규격화된 틀이 있나요?​

박: 전혀요. 똑같은 사건이어도 이야기가 다르기 때문에 패턴화된 구성이 없어요. 그래서 어렵죠. 비슷한 종류의 사건이라도 메시지가 다를 수 있거든요. 매뉴얼이 없어서 구성이 늘 어려워요. 탐사는 정보를 전달하는 보도와는 다르잖아요? 심층적이고 메시지의 방향이 분명해야 하고 과정이 담겨야 하고요.

사람들이 외면하는 발제는 잘못된 발제라고 생각해요. 어두운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밝고 건강한 사회로 가고자 하는 거고 사람들이 그것을 알아야 하잖아요. 아무리 하고 싶은 얘기, 좋은 메시지가 있는 얘기라고 해도 사람들이 보지 않으면 실패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해야 하고,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죠. SBS 교양국이 잘하고 있는 부분이 사람들에게 얘기를 전달하는 스토리텔링 방식이 공고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PD와 작가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Q_SBS 탐사보도 PD 중 신변의 위협을 느낀 분들이 있죠. 작가는 어떤가요?

박: 맞아요. 보통 PD들이 그렇죠. 전면에 나서니까. 아까 작가가 이름이 없다고 했잖아요? 사람들이 작가의 존재를 크게 생각하지는 않아서 위협을 받는다거나 한 적은 없어요.

배: 전 (작가님이) 시키는 대로 하는 건데…(웃음)

박: 위험한 현장인 걸 뻔히 알면서 보내지는 않아요. “가볼 테면 가 봐” 정도지, “가!” 이러지는 않아요.

배: 안 가면 어떻게 될까 생각을 하잖아요?

박: 안 가면 어려운 상황이 된다는 걸 설명은 하겠죠.(웃음)

Q_언젠가 다시 ‘그알’에 돌아간다면 다루고 싶은 사건이나, 아직도 제보를 기다리고 있는 사건이 있다면?

배: 못하고 나온 아이템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죠. 듀스 김성재 살인사건이요. 제보는, 더 있다면 좋겠죠. 양심선언 할 분들이 몇 분 계시거든요? 그 분들이 생각을 바꿔주신다면 고마울 것 같습니다.

박: 아까 ‘경작’이라는 단어를 썼잖아요? 사건들이 작가 개인의 저장 창고에 있는 건 아니에요. 그때 당시 하고 싶지만 못했던 미해결 사건이 있었는데 몇 년이 지나 ‘그알’에서 다른 제작진이 해내기도 하거든요. 공유되는 이야기의 화석인 셈이죠. 제가 못했던 이야기는, ‘그알’이 건재하다면 누군가 할 거라서 제가 못했다고 아쉬운 이야기는 아니에요. 제가 돌아가서 저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그알’에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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