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박귀임 기자] 이제 배우 김남희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미스터 션샤인’으로 존재감을 터트린 김남희는 연기력을 제대로 인정받았다.
tvN 토일드라마 ‘미스터 션샤인’(김은숙 극본, 이응복 연출)에 출연한 김남희는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TV리포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김남희는 “무명 8년차에 ‘미스터 션샤인’으로 그 타이틀이 벗겨졌다. 모리 타카시는 죽었지만, 드라마는 계속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시원섭섭한 감정이 든다”고 남다른 종영소감을 밝혔다.
‘미스터 션샤인’에서 김남희는 모리 타카시 역을 맡아 열연했다. 모리 타카시는 동경에서 일왕 다음으로 유명한 화족(華族-메이지 유신 이후 새롭게 개편한 귀족계급) 집안의 장남으로 조선 침략의 야욕을 드러내는 인물. 유진 초이(이병헌)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김남희는 오디션을 통해 모리 타카시 역에 캐스팅 됐지만, 이응복 감독의 역할이 컸다. tvN ‘도깨비’에 이어 ‘미스터 션샤인’까지 김남희를 믿고 선택해준 것. 그는 “이응복 감독이 먼저 저를 선택해줬고, 김은숙 작가님까지 설득해줬다. 믿고 캐스팅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고마움을 드러냈다.
‘미스터 션샤인’ 속 캐릭터가 모두 사랑 받았지만, 가장 큰 수혜자로 김남희를 빼놓을 수 없다. 일본인으로 오해할 법한 열연과 인상 깊은 존재감 때문. 유명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까지 기록했다.
“저한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었어요. 사실 극을 이끈 주인공도 아니었는데, 그에 비해 호화스러운 반응이어서 진짜 신기하더라고요. 댓글 중에도 제일 보람됐던 것은 ‘정말 밉고, 싫고, 죽여 버리고 싶은데 연기 정말 잘한다’는 거였어요. 겨우 이거 했는데 이런 반응을 해주시니,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죠. 모리 타카시가 제 배우 인생에 도움을 가장 크게 받은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김남희가 모리 타카시를 연기하는데 있어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 일본어도 모르는데다 한본어(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어 쓰는 말)까지 해야 했으니, 그 부담감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 대사는 일본어 교사에게 배웠고, 한본어는 자신의 감정에 맞게 다시 대본에 적었다. 이 작업을 거친 후에 김남희의 모리 타카시가 탄생했다.
김남희는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었다. 이 정도 캐릭터는 일본인이나 교포를 캐스팅하는 것이 맞다. 사실 제가 이 역할을 소화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 모두가 걱정하기도 했다”면서 “실제로 한 씬을 마스터하는데 최소 4일에서 7일이 걸렸다. 그렇게 해야 툭 치면 나오는 수준이 되더라. 그 외에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현장에서 느껴지는 것 등 상황적으로 저를 압박하는 것들도 많았다. 수천 번을 외워도 하루 지나면 까먹더라. 외우고 또 외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이렇게 큰 드라마에 큰 역할을 해본 적이 없었다. 큰 도전이자 기회였다. 그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면서 “일본어는 워낙 잘하는 분들이 많아서 그 정도만 해보자 싶었다. 한본어는 잘하면 정말 소름 끼칠 거라 생각했고, 못하면 진짜 바보처럼 들리겠더라. 그런 걱정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김남희의 우려와 달리, 모리 타카시는 완벽 그 자체였다. 일본어부터 한본어까지 거침없었던 것. 이에 시청자들은 환호했고, 극의 몰입도도 올라갔다. 김남희가 노력한 부분이 빛난 대목.
“일본어를 전혀 못해요. 그래서 일본어 대사도 엄청 어려웠죠. 실제 일본인들이 들으면 발음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어요. 시청자들이 보기에 무리가 없었으면 했는데, 요즘 반응을 보면 엄청난 대사기극을 한 것 같아요. 제 수준에 비해서 엄청난 극찬이죠. 이런 반응은 예상 못했어요.”
김남희가 생각하는 모리 타카시는 어떨까. 그는 “‘미스터 션샤인’ 대본을 처음 봤을 때부터 너무 나쁜 사람이었다. 반일감정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싶었고, 저는 무조건 욕을 먹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 댓글과 평가에 상처 받지 않았다. 오히려 욕하는 것도 제가 잘해서 영향을 미쳤다고 느꼈다”
호평이 쏟아졌지만, 김남희는 아쉬움이 더 컸다. 그는 “지금은 힘들었던 감정은 다 털어냈다. 보람만 남았다. 그리고 더 잘할 걸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사 같은 건 어떻게든 외워서 시청자들에게 그럴싸하게 했지만, 연기적으로 더 잘 표현할 걸 그런 아쉬움과 후회가 남더라”고 털어놨다.
‘도깨비’에서는 단역이었지만,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조연으로 그 비중을 늘렸다. 초반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컸다. 2013년 영화 ‘청춘예찬’으로 데뷔한 김남희는 무명에 가까운 배우였기 때문. 이는 기우였다. 김남희가 모리 타카시를 완벽하게 표현하면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응복 감독의 혜안과 김남희의 실력이 시너지를 낸 셈이다.
호평이 쏟아졌지만, 김남희는 겸손하고 또 겸손했다. “‘미스터 션샤인’을 보고 있는데, 제 연기는 못 보겠더라고요. 아직 연기하는 제 모습이 부끄러워요. 잘한 것 같기도 하고, 못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제가 나온 주요 장면들은 인터넷으로 짧게 찾아봐요.”
김남희는 ‘도깨비’와 ‘미스터 션샤인’에서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이는 몸무게 감량 때문. 이에 대해 “몸무게를 감량할 의도는 없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살이 빠지더라. ‘미스터 션샤인’ 촬영 중간에는 아파서 입원하기도 했다. 그렇게 자연적으로, 강제적으로 살이 빠졌다. 그리고 컨디션에 따라 얼굴이 다르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익숙하다”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박귀임 기자 luckyim@tvreport.co.kr /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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