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지현 기자] 어쩌면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가 밴드 국카스텐의 하현우라는 사실을. 그러나 ‘복면가왕’의 묘미는 정체가 누구인지 훤히 보이는 상황에서도, 복면을 뚫고 목소리가 울렸을 때 새롭게 부여되는 그 의미에 있다.
지난 5일 방송된 MBC ‘일밤-복면가왕’에서는 우리 동네 음악대장(음악대장)이 하현우로 밝혀졌다. 그는 10연승 고지를 앞두고 무대에서 내려와야 했다.
그가 복면을 벗고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놀라는 이는 없었다. ‘복면가왕’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음악대장=하현우’라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었기 때문. 그럼에도 20주간 지속된 그의 무대는 매번 새로웠고, 매번 놀라웠으며 매번 감동적이었다. 기꺼이 손뼉을 치게 만드는 열정이 엿보였다.
그간 한국의 음악 예능, 특히 서바이벌 포맷의 프로그램들은 많은 한계점을 노출하고 있었다. 노래 부르는 이가 지닌 자체 고유의 색을 즐기기보다는 관객과 시청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고음 가수’가 선호되는 현상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노래를 부르는 이는 경쟁자를 이기기 위해, 더 어려운 고음이 요구되는 노래를 선곡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려야 했다. 가수의 고음 소화력이 높을수록,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수록 높은 점수를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음악대장, 하현우는 달랐다. 이 같은 음악 예능의 성향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새로운 모험에 도전하기를 꺼려하지 않았다. ‘매일 매일 기다려’, ‘하여가’와 같은 폭발적인 보컬이 필요한 선곡은 물론, ‘백만송이 장미’나 ‘봄비’ 같은 짙은 감수성을 지닌 곡들로 선곡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특히 신해철을 위한 헌정 무대들은 그의 깊이를 더해줬다. 기교를 버리고 원곡이 가진 음악의 색에 충실한 ‘일상으로의 초대’와 ‘민물 장어의 꿈’은 신해철을 향한 하현우의 존경심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연승에 대한 욕심보다는 음악의 순수함에 더 집중하려는 그의 진심은 청중단을 넘어 시청자에게도 전달됐다.
이날 하현우는 ‘이 정도면 됐다’는 듯 크게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아주 오래된 연인들’을 차분하게 불렀을 뿐이다. 물론 곡 소화력은 여전히 훌륭했다. 휘파람과 함께 재해석된 이 노래는 색다르게 느껴졌다. 그가 10연승을 진심으로 욕심냈다면, 옥타브가 높은, 대중이 선호하는 곡을 선택했으리라. 그러나 하현우는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보컬의 넓이를 보여준 것에 만족하는 눈치였다.
무려 20주간의 시간 동안 달려 온 하현우. 가면이 닳을 정도로 노래한 그 시간 동안 그는 선곡과 다음 무대에 대한 엄청난 압박감에 시달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고통을 감수한 대가는 결실로 돌아왔다. ‘나는 가수다’에서 미처 다 보여주지 못한 매력을 어필하는데 성공했고, 대중의 관심을 음악대장이 아닌 국카스텐으로 돌리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음악대장은 하현우의 일부일 뿐 그에게는 전신, 국카스텐이 있다. 그리하여 하현우의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다.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MBC ‘복면가왕’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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