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지현 기자] 메디컬 드라마의 명작으로 꼽히는 MBC ‘하얀거탑’이 UHD로 재탄생돼 방영 중이다. 화질과 음질이 업그레이드된 덕인지 재방송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보는 이들이 제법 많다. 드라마 역시 음악처럼 기술의 발달로 이전의 명작들이 리마스터되는 현상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는 추억으로 기억된다. 유년 시절 가족들과 함께 ‘한 지붕 세 가족’이 방영되길 기다리며 한자리에 모였던 기억은 소중하기만 하다. 그때 순돌이는 국민 동생, 국민 조카였다. 시간이 흘러서 본 드라마 역시 추억 창고에 저장돼 있다. 7080년대 세대라면 기억할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들을 꼽아봤다.
발리에서 생긴 일 – 역대급 충격 드라마
권선징악, 나쁜 이는 벌을 받고 주인공들은 행복해진다는 한국 드라마의 공식을 완벽히 깬 드라마다. 13년 전 방송됐지만 ‘발리에서 생긴 일’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된다. 특히 주인공이 모두 사망하는 결말은 여전히 충격적인 엔딩으로 꼽히고 있다. 당시 신예였던 조인성이 스타덤에 오른 작품이기도 하다. 조인성 스스로도 자신의 얼굴 크기와 비슷한 주먹을 입에 넣고 흐느끼는 신이 10년여 넘도록 패러디될지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이 드라마는 엔딩의 공식뿐 아니라 삼각관계를 그리는 법도 참신했다. 여주인공 하지원은 소지섭뿐 아니라 조인성까지 두 남자를 동시에 사랑하는 입체적 인물이었다. 일방향으로 그려지는 남녀 관계의 도식을 넘어서는 것이라 신선했다. 다시 봐도 세련미에서는 밀리지 않을 것이다. (또 주인공들의 20대 리즈 시절을 모두 볼 수 있다.)
다모 – 폐인이라는 유행어의 시작
“아프냐. 나도 아프다”
희대의 명대사를 탄생시킨 MBC ‘다모‘도 다시 보고 싶다. 2003년 하지원, 이서진, 김민준이 주인공으로 나선 작품으로 연출은 이재규가 맡았다. ’다모‘의 성공을 예측하는 이는 없었다. 당시 하지원, 이서진이 현재와 같은 톱스타가 아니었고, 김민준은 연기 경험이 부족한 신예였다. 하지만 감감적인 연출과 탄탄한 스토리로 매회 마니아를 양성하더니 급기야 ’폐인’ 신드롬을 일으키며 승승장구했다. 멜로는 고급스럽게 절제됐지만, 액션은 중국 무협 영화가 떠오를 만큼 고급스러웠다. ‘폐인’이라는 단어가 공식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것도 ‘다모’가 처음이다. 그 인기가 안방을 넘어 극장으로 넘어가 따로 시사회를 했을 정도다.
마지막 승부 – 심은하라는 스타의 탄생
7080 세대라면 모두가 기억할 드라마가 아닐까. 인기 농구 선수들의 사진이 소녀들의 필통에 붙여져있던 그때, 농구를 소재로 한 드라마 ‘마지막 승부’는 최고의 인기를 구사했다. 현재는 한자리에 모으는 게 불가능한 장동건, 심은하, 손지창 등이 출연했다. 생 신인이었던 심은하는 청순한 매력으로 남성 시청자들을 넘어 여성 시청자까지 사로잡았고 당시 그가 맡았던 캐릭터 다슬이라는 이름은 청순함의 상징과도 같았다. 전국의 수많은 소년들이 이상형으로 다슬이를 꼽았고, 소녀들은 그런 소년들을 심드렁한 표정으로 바라봤던 때다.
하이킥 시리즈 – 한국 시트콤의 산증인
하이킥 시리즈 역사는 한국 시트콤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시리즈가 우수하지만 1편인 ‘거침없이 하이킥’과 2편인 ‘지붕 뚫고 하이킥’을 기억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이순재, 나문희부터 박해미, 정준하, 최민용, 서민정, 정일우와 박민영까지 캐릭터 한 명 한 명이 주조연 비율과 관계없이 살아있었고 작품이 끝난 후 모두 스타가 되는 행운을 누렸다. 여전히 수많은 마니아들이 각 편의 하이라이트 에피소드를 영상으로 다시 보기 할정도로 스테디 셀러인 작품이기도 하다. ‘지붕 뚫고 하이킥’ 역시 신세경, 최다니엘, 윤시윤이라는 스타를 낳았다. 특히 2편은 주인공들이 어떤 복선과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충격적인 엔딩으로 끝났다. 현재도 그 이유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사춘기’ – 마음까지 착해지는 드라마
90세대에게는 다소 낯선 드라마일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80년대에 청소년기를 거쳤다면 익숙할 것이다. 청소년 드라마 ‘사춘기’는 한창 민감한 시기를 보내는 중고등학생들을 그린 작품이다. 이 드라마를 기억한다면 정준이라는 배우도 떠올랐을 것이다. 매회 정준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사춘기’는 풋풋한 싱그러움이 가득했다. 서울이 아닌 춘천을 배경으로 해 더욱 순수함이 가득했다. 공부는 뒷전으로 미루면서 성적을 고민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일기장을 손에 놓지 못하는 10대 소년의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추억으로 떠오른다.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 포스터,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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