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임시완, 겁 없이 잘 하고 있어요.”
영화 ‘보안관'(김형주 감독, 영화사 월광·사나이픽처스 제작)의 이성민은 더할 나위 없이 편한 얼굴로 관객과 마주한다. 아내의 잔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동네 반백수 남자들을 거느리며 대소사를 관장하는 ‘기장 어벤져스’의 보안관 대호. 최근작에서 묵직한 메시지를 안겨온 그는 이번 ‘보안관’에서만큼은 대책 없이 웃기고, 작정하고 웃긴다.
‘보안관’은 부산 기장을 무대로, 동네 보안관을 자처하는 오지랖 넓은 전직 형사 대호(이성민)가 서울에서 내려온 사업가 종진(조진웅)을 마약왕으로 의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미생’ 등의 작품에서 인간적이고 진중한 연기를 펼친 이성민의 의욕 넘치는 오지랖 연기가 쉴 틈 없이 웃음을 안긴다.
“‘보안관’은 MSG 없는 건강한 웃음이 있어요. 그동안 국민이 놀랐던, 혼란스러웠던 생각을 털어내고 기분 좋게 웃기 딱 좋은 영화 같아요. 영화가 가진 풍자의 코드가 공교롭게도 시국이랑 딱 맞고요. 저 역시 만족스럽게 봤어요. 조진웅이도 ‘끝까지 간다’ 때의 느낌이라 하더군요. 기대 없이 왔다가 웃으며 돌아가는 거지.(웃음)”
이성민은 ‘보안관’을 통해 중년 로망을 대리만족했다며 웃었다. 마누라 속이 썩든 말든 하고 싶은 건 다 해야 직성이 풀리고, 탄탄한 구릿빛 몸매를 뽐내며 제트스키를 타고, 주변엔 늘 활기찬 친구들이 있는 대호의 캐릭터를 연기하며 중년 로망을 아낌없이 충족했다고. 김성균, 김종수, 조우진, 임현성, 배정남 등 오합지졸 무리가 바로 기장 어벤져스 아니겠냐고 강조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같은 느낌인 거지. 4~50대가 애매한 나이 같아요. 퇴직을 앞두고 있고, 노후는 걱정이 되고, 패기를 잃어버린 나이. 매사에 겁이 많아지는 나이죠. 그럼에도 아직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가 ‘보안관’인 것 같아요. ‘우리도 할 수 있다’, ‘아저씨도 할 수 있다’라는 식이죠.”
이성민 역시 패기를 잃고 힘이 빠졌던 시기가 있었다. 첫 주연을 맡은 영화 ‘로봇, 소리’의 흥행 부진 때문이었다. 영화의 호평에도 불구 흥행 성적표는 참담했다. 슬럼프라면 슬럼프였다.
“‘로봇, 소리’ 때 주연으로서의 부담감이 엄청났다면 ‘보안관’은 책임감이 더 커요. 사실, ‘로봇, 소리’ 끝나고 주연은 다시 안 하고 싶었거든요. 그 시기에 ‘보안관’이라는 좋은 작품을 만났고 다시 해보자는 마음으로 뛰어들었죠. 그럼에도 도망가고 싶을 때가 많아요. 그럴 때마다 함께 출연한 배우들에게 ‘우리는 뭉쳐야해. 어디 가지마. 밥도 이리와 같이 먹어’라고 해요.(웃음) ‘라디오스타’에 깜짝 출연한 것도 비슷한 마음 때문이었어요.”
이성민은 주연으로서 겪는 부담감과 책임감은 숙명이라고 했다. 이 부담감은 주연이 받는 출연료에 포함된 비용이라고도 힘줘 말했다.
“내가 받는 돈이 커질수록 감당해야 할 무게가 커져요. (조)우진이도 요즘 드라마 ‘도깨비’ 덕분에 유명해져서 예능에도 나오고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졌잖아요. 그에 따른 성장통이 분명 있을 거예요. 저 역시 겪었던 일이거든요. 점점 겁도 많아지고, 불편함도 늘고. 그런면에서 (임)시완이는 겁 없이, 계산하지 않고 잘하고 있어요. 그 나이대는 겁내면 못해요. 그때 하고 싶은 것 다 해야 4~50대에 편하게 연기한다고요. 시완이도 배우로서 갈 길이 멀죠. 다만 제가 걱정되는 건 시완이가 이 고통의 굴레, 무게감을 갖고 몇십 년을 어떻게 더 버틸 수 있을까라는 거죠. 저는 끽해야 10~20년일 텐데. 시완이는 이제 20대잖아요. 앞으로 갈 길이 멀잖아요.”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및 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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