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석재현 기자] “시원했어요. 경준이로서도 시원하게 내뱉었고, (오)정세 선배님과 시원하게 연기 합을 맞췄죠.”
‘스토브리그’에 출연한 배우 홍인이 TV리포트와의 인터뷰에서 드라마 종영소감을 밝혔다. 그는 “오정세 선배님에게 특히 감사하다. 상황에 맞춰서 돌발적으로 튀어나오는 즉흥 애드리브까지 다 받아주셨고, 리허설 때 미리 양해를 구하면 쿨하게 괜찮다고 답하셨다. 그래서 매우 좋았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어 “권경준이 권경민(오정세 분)의 옷깃을 털어주는 행동이나 옆구리를 툭툭 치는 행동 등은 합의 없이 개인적으로 따로 준비했던 연기였다. 경준이 아버지 권일도(전국환 분)와 동급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건데, 이것마저 선배님이 받아주셨다”고 덧붙였다.
‘스토브리그’에서 권경민의 사촌이자 재송그룹 회장 권일도의 아들 권경준 역을 맡은 홍인은 6회부터 등장해 시청자들에게 밉상캐릭터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드라마 방영 전에 일찌감치 출연이 결정됐으나, 흐름상 중간 투입인 만큼 부담감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물 흐리지 말자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오정세, 전국환 선배님께 방해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토브리그’가 개인적으로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고백했다. 연기자로 데뷔한 이래 최초로 두 작품 동시 출연이었기 때문. 홍인은 ‘스토브리그’ 출연 전 이미 MBC ‘더 게임: 0시를 향하여’에 합류해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홍인은 “이전까지 두 작품을 동시에 참여한 적이 없었다. 적은 분량이어도 배역을 분석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라서 못하겠다고 거절했다. 하지만 ‘스토브리그’가 주는 기운이 매우 좋았고, 언젠가는 여러 작품을 동시에 소화해야 할 일도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스토브리그’는 최고시청률 19.1%(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인기리에 종영했고, 출연했던 배우들 한 명 한 명 집중조명 받으며 화제가 됐다. 홍인 또한 권경준 역을 찰떡같이 소화하며 활약했다.
홍인은 이번 역할을 위해 특별히 준비했던 과정들을 공개했다. 그는 “‘나의 아저씨’부터 과거 악역을 연기하면서 선보였던 것들을 하나씩 소거하면서 대중에게 아직 보여주지 않은 걸 찾아봤다”며 “그 결과 대사나 말투, 시선 등을 느릿하면서 여유롭게 소화하며 연기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경민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모습을 표현하려고 촬영 내내 굽 있는 깔창을 깔아 두기도 했다”며 “드림즈 구단을 방문한 장면에서도 의도적으로 (박)은빈 씨를 노려봤다. 팀의 실세를 먼저 살피는 경준의 성격을 드러내기 위함이었다. ‘스탠드 업’이라고 외쳤던 것도 그중 하나였다”고 덧붙였다.
드라마가 끝난 후, 홍인은 자신을 향한 반응에 대해 “많은 분들이 저에게 욕을 많이 하시더라. 권경준이 얻어터지는 짤도 많이 봤다. 제 계획대로 된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스토브리그’로 홍인을 처음 알게 된 이들도 있지만, 그는 지난 2002년작 영화 ‘턴 잇 업’으로 입문해 어느덧 연기생활 19년 차에 접어들었다. 홍인은 “영화를 찍을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고, 춤에 빠져 살았다. 그때 만난 음향감독님이 연기를 하라고 조언했으나, 새겨듣지 않았다. 대학교 원서를 넣을 때, 영화를 찍었던 게 떠올라 영화과에 지원했고 그 길로 연기를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연기자가 되어야겠다고 스스로 마음 잡은 건 영화 ‘헤드윅’을 보고 나서부터였다. 작품이 매우 좋았고, 뮤지컬 버전에 참여하고 싶었다. 때마침 창작 뮤지컬을 하던 도중, 왼쪽 귀에 난청이 왔고 그 여파로 쓰러져 병원신세를 졌다. 병실에 누워있으면서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제대로 되보자고 다짐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연기자 홍인의 원동력이 된 요소가 하나 더 있었다. 자신의 최애영화 ‘달콤한 인생’과 이를 만든 김지운 감독, 그리고 이병헌이었다. 그는 “수차례 돌려봤을 만큼, ‘달콤한 인생’을 좋아한다. 대본도 개인 소장 중이다. 영화를 볼 때마다 이 분들과 언젠가 꼭 함께 하겠다는 목표를 스스로 세웠다”고 말했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이 맞는 걸까, 홍인은 영화 ‘밀정’에 단역으로 출연하면서 오랜 꿈을 이뤘다. 그는 “(이병헌 선배님을) 처음 만나는 현장에 송강호 선배님도 계셨다. 두 분이 와인병을 따려고 하는데, 제가 해결하겠다고 자진해서 나섰다. 병따개 소리가 그렇게 청량하게 들렸던 건 처음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병헌 선배님이 제 이름이 특이하다고 기억해주셨다. 최근 영화 시사회 현장에서도 만났는데, 먼저 인사해주셨다. 선배님과의 추억 하나하나가 매우 소중하다”고 웃었다.
첫 번째 목표를 이룬 홍인의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홍인은 “단순히 ‘믿고 보는 배우’를 넘어 저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만큼 연기를 잘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그는 “많은 배우들이 고민하듯, 저 또한 작품이 끝나고 좀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샘솟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더 게임: 0시를 향하여’ 촬영일정을 소화하면서도 그의 고민은 이어질 것이다. 홍인은 “저 스스로 대본이 막힐 때마다 선배님들은 어떻게 해낼까 대입해보고 해결책을 찾아간다. 한 번쯤은 이 인물의 삶을 잘 살았다고 언젠가는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석재현 기자 syrano63@tvreport.co.kr / 사진= 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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