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은정 기자] 황선홍과 안정환이 티격태격 케미와 함께 20년 우정을 더욱 돈독히 했다.
8일 오후 방송된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에서는 황선홍과 안정환의 마지막 야생 생존기가 그려졌다.
이날 황선홍은 “오늘 굴 캐면서나 호미로 나물 캘 때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 의문이 들더라”며 자연 생활에 문득 현타를 느꼈다. 2003년 선수에서 은퇴한 황선홍은 이후 코치, 감독으로 활동하며 계속 축구 인생을 살았던 것. 그는 “텐트에서 자보고도 싶고 이런 생활도 해보고 싶었지만 축구 말고 다른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안정환이 “2002년 폴란드 전에 골을 넣으셨잖냐. ‘그 한 골을 넣기 위해 평생 축구를 했다’고 하셨던 말이 기억난다”고 말하자, 황선홍은 “그 한 골이 절실했다. 월드컵에 4번을 나갔는데 아무것도 한게 없었으니까”라며 “진짜 노력을 많이 했다. 그 한 골 넣고 1승 하기 위해 평생을 달려왔다”고 털어놨다.
황선홍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으로 첫 출전, 1994년 미국 월드컵에도 선발됐다. 하지만 큰 결과를 내지 못했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출국 전날 치러진 마지막 평가전에서 골키퍼 태클로 큰 부상을 출전이 좌절됐다. 그렇기에 2002년 월드컵은 황선홍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그는 “골을 넣고 첫 승하고 동료들끼리 얼싸안고 팬들한테 환대 받으면서 모든 걸 참아냈었다”고 말했다.
이 모습을 보던 빽도커 설기현은 황선홍의 말에 공감했다. “2002년 월드컵 위한 훈련이 힘들어서 지친 상태에서도 헬스장에 가면 다 와 있었다. 보통 어린 친구나 경기 못 나가는 친구들이 굉장히 열심히 했었는데 저때는 선배들까지 다 내려왔었다. 정말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안정환은 황선홍의 미국전 머리부상을 언급해했다. 황선홍은 “내 모습을 파인애플이라 그러더라. 어떻게 그렇게 해줬는지 모르겠다. 요즘에는 예쁘게 나오더라”면서 붕대를 칭칭 감아뒀던 자신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했다.
안정환은 “내가 2002년 월드컵 멤버에 들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황선홍, 최용수 두 스트라이커의 존재가 있었으니까”라고 돌아봤다. 이에 황선홍은 “네가 롱런하고 잘할 줄 몰랐다. 방에 가보니 화장품이 이만큼 있으니까 안되겠구나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욱한 안정환이 “그럼 반짝하고 사라질 줄 알았냐”고 토로진 말로 묻자 황선홍은 “다른 생각이 많을 줄 알았다. 근데 너한테 밀려서 게임을 뛰지 못할 줄은 몰랐다”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골 넣은 선수는 보통 다음 경기 100% 출전. 하지만 황선홍은 폴란드전에 첫 골을 넣었음에도 안정환으로 교체됐다. 안정환은 “아마 첫 골 넣고 히딩크 감독한테 갔으면 출전했을 거다. 박항서 코치님한테 가서 제가 기용된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박)지성이를 봐라. 지성이 감독이한테 가고 탄탄대로 달렸잖냐”고 덧붙였다. 황선홍 또한 “감독님한테 물어봤는데 섭섭하다고 하더라”고 농담을 하며 “그런데 (네가 선발되어) 결과가 좋았잖냐”고 선배의 면모를 보였다.
죽통 밥과 삼겹살로 푸짐한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두 사람은 호칭으로 설전을 벌였다. 예전과 같이 형이라고 불러달라는 것. 안정환은 “감독님이라고 부를 때랑 형이라고 부를 때 대우가 다를텐데 괜찮겠냐?”고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황선홍은 “너 감독님이라고 부르면서 다 하잖냐. 감독님이라고 하면 이상하다. 거리가 있어 보인다”면서 ‘형’ 호칭을 요구했다. 이에 안정환은 “황형♥”이라면서 장난기를 드러내 웃게 했다.
한편 내일 아침 찬 거리를 준비해야 한다는 자연인의 말에 황선홍과 안정환은 표정을 굳혔다. 바다 간조 때를 맞춰 바다로 가야한다는 것. 망둥이 잡기에 나선 두 사람은 또 다시 경쟁을 펼쳤다. 먼저 한 마리를 잡은 안정환은 “손 맛을 보니 계속 잡고 싶네”라며 능숙함을 보인 반면 황선홍은 오전과 마찬가지로 빈 손이었다.
인터뷰에서 황선홍은 “저는 수덕이 있는 편이라 물고기 잡는 것도 그렇고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왔다. 그런데 안 보이더라”며 토로했다. 망둥어도 찾지 못하자 “오늘 개불부터 다 못 잡고 똥손만 증명하고 가는 거냐. 화딱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모습에 안정환은 황선홍에게 망둥어 있는 장소를 알려줘 잡을 수 있게 해 기분을 풀게 했다.
집으로 돌아와 드디어 몸을 뉘인 두 사람은 “얼마 만에 같이 누워보는 거냐. 오랜만에 좋다. 2002년으로 돌아간 것 같다”면서 오랜 우정과 함께 잠이 들었다. 빽토커 김병지는 “저때 선홍이 형이 스트레스로 힘들었을 때다. 일상 벗어나서 좋은 기운 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
20년 지기 황선홍과 안정환은 아침에 눈 뜨자마자 티격태격에 시동을 걸었다. 황선홍이 추워서 씻지 않자 안정환이 직접 불을 피우고 물을 데워 세안물을 대령했던 것. 안정환이 “선수 때 월드컵 4번 출전, FA 2연패, K리그 우승에 감독상 수상하셨는데”라며 하나하나 짚어주자 황선홍은 “그만하라는 얘기냐?”면서 으르렁거렸다.
설기현은 “황선홍 감독님이 우승 후보 아니었던 포항팀을 우승까지 이루게 했다. 좋은 선수와 감독을 다 이룰 수 있는 게 아닌데, 이제 막 지도자를 시작한 저에게는 배울점이 많은 분”이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안정환은 “포항 우승이 감독으로서 첫 우승이지만 너무 멋 없이 운 거 아니냐”면서 깐족거렸고, 황선홍은 “그 우승이 기억에 제일 많이 남는다. 멋이 중요하냐”고 말했다.
황선홍은 추위에 호들갑을 떨며 세수한 뒤 땅바닥에 처참하게 밟힌 자신의 안경을 보고 기겁했다. 강한 바람에 안경이 떨어졌고 안정환이 밟은 것. “제가 그랬어요?”라고 물으며 당황하던 안정환은 곧 죄송하다고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망둥이 손질을 두고도 신경전을 벌이며 아침 준비를 한 두 사람은 식사를 마친 후 만족한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다시 안정환과 자연에 올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황선홍은 “먼 훗날이면 모를까, 당분간은 안 올 것 같다”고 답했다. ‘황선홍과 이영표 중 다시 자연에 함께 오고 싶은 사람은 누구냐’는 질문에 안정환은 “둘 다 안 한다. 지나니까 행복하지, 그 당시에는 행복하지 않았다. 투닥거리고 웃었던 걸 느껴서 행복한 것 같지 다 봤잖아요. 안 합니다”라고 단호한 태도를 보여 폭소케했다.
김은정 기자 ekim@tvreport.co.kr / 사진=방송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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