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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허장원 기자] 최근 안방극장에는 강렬한 자극과 복수, 혹은 거대한 세계관을 내세운 장르물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자극적인 조미료를 덜어내고, 오직 푸른 바다의 풍광과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낚아챈 작품이 있다. 바로 웹툰 ‘존버닥터’를 원작으로 한 ENA 월화 드라마 ‘닥터 섬보이’다.
역대 ENA 월화극 첫 방송 시청률 1위를 경신하며 화려하게 출발한 이 작품은, 종영까지 2회 남은 지금까지도 탄탄한 ‘콘크리트 시청층’을 유지하며 웰메이드 드라마의 계보를 잇고 있다. 특히 최근 방송된 ‘닥터 섬보이’ 10회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 4.8%를 기록하며 직전 방송분 9회 시청률 4.5%보다 소폭 상승했고, 월화극 시청률 1위 자리도 탈환했다. 과연 이 무공해 힐링 로맨스 드라마가 이토록 영리하게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기묘한 타이밍에 만난 공보의 잔혹사, 신선한 각색의 힘
드라마의 출발점은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신선하다. 타이틀롤인 도지의(이재욱 분)는 서울의 내로라하는 대학병원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성형외과 전문의다. 그러나 군 복무를 위해 그가 발령받은 곳은 모두가 기피하는 악명 높은 외딴섬 ‘편동도’다. 설상가상으로 지의에게는 과거의 기억에서 비롯된 극심한 ‘바다 트라우마’가 존재한다.
섬이 무서운 의사와 의사가 절실한 섬마을의 만남. 드라마는 군 대 대체 복무인 ‘공중보건의사’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를 메디컬 드라마의 신선한 초입으로 활용한다. 원작의 비속어 섞인 가제 대신 낙점된 ‘닥터 섬보이’라는 제목처럼, 세련된 도시 의사가 낯설고 고립된 공간에서 처절하게 버티는 생존기는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웃음과 몰입감을 선사했다. 거제시 가조도 일대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지의의 짠내 나는 적응기는 청량한 시각적 즐거움까지 더한다.

▲상처를 품고 선을 넘는 이들, 이재욱·신예은의 섬세한 연기 호흡
배우 이재욱은 까칠한 엘리트 의사 같지만 속내는 한없이 유약하고 인간적인 도지의를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낯선 환경에 대한 철저한 경계심을 세우다가도, 섬마을의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무너지고 성장하는 모습을 섬세한 감정선으로 소화하며 연기적 스펙트럼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이재욱의 짠내 나는 고군분투 반대편에는 드라마의 정서적 온도를 따뜻하게 지탱하는 육하리(신예은 분)가 있다. 신예은이 연기하는 육하리는 남모를 사연과 상처를 품고 고향인 편동도로 돌아온 보건지소 간호사다. 겉으로는 밝고 다정다감하지만 미소 뒤에 묵직한 비밀을 감춘 하리는, 자신과 닮은 마음의 상처를 가진 지의를 마주하며 기꺼이 그의 영역 안으로 선을 넘고 들어선다.
두 배우가 빚어내는 케미스트리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치유의 과정으로 나아간다. 상처를 가진 이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치료해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의 확장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설렘주의보’를 발령하기에 충분했다.

▲사람, 사건, 사랑… ‘3사(三事)’가 만든 클래식 옴니버스의 위로
“섬에서 피해야 할 세 가지는 사람, 사건, 그리고 사랑이다.”
극 중 도지의의 이 독백은 드라마가 지향하는 서사 형식을 관통한다. ‘닥터 섬보이’는 거대한 악인이나 자극적인 사건을 배치하는 대신, 편동도라는 작은 사회 안에서 매회 벌어지는 에피소드 중심의 옴니버스 형식을 취한다.
초엘리트 공보의이자 지의와 묘한 경쟁을 벌이는 현치연(홍민기 분), 도시를 동경하지만 섬을 떠나지 못하는 토박이 간호사 엄정선(이수경 분), 그리고 용주천(김윤우 분) 등 매력적인 청춘 라인업이 극의 활력을 더한다. 여기에 길해연, 우현, 김기천 등 이름만으로도 신뢰를 주는 명품 중견 배우들이 연기하는 개성 넘치는 섬 주민 캐릭터들은 매회 크고 작은 ‘사건’을 몰고 오며 극의 온기를 채운다.
낙후된 의료 환경 속에서 주민들의 투박하지만 따뜻한 ‘사람’의 정을 느끼고, 끝내 기피하던 ‘사랑’에 빠지게 되는 지의의 변화는 드라마가 던지는 핵심 메시지다. 매주 월, 화요일 밤 시청자들은 이들이 만들어내는 클래식하면서도 소박한 이야기 속에서 지친 일상을 위로받는다.

전작 ‘허수아비’의 성공적인 바통을 이어받은 ‘닥터 섬보이’는 원작 웹툰의 장점인 유쾌한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드라마만의 깊이 있는 휴머니즘을 성공적으로 이식했다. 자극적인 연출 없이도 시청률 동시간대 1위를 지켜내며 안방극장에 잔잔한 파도를 일으킨 것은, 결국 ‘좋은 이야기와 진정성 있는 연기’가 가진 힘을 증명한 결과다.
푸른 바다와 눈부신 여름 풍경 속에서 웃음과 설렘, 그리고 따뜻한 위로를 건넨 ‘닥터 섬보이’. 바다의 공포를 이겨내고 진짜 의사로 거듭날 도지의와 비밀을 벗고 온전히 행복해질 육하리의 마지막 여정이 어떤 따스한 결말을 맺을지, 올여름 가장 무공해했던 이들의 힐링 로맨스에 끝까지 따뜻한 시선이 모인다.
ENA 드라마 ‘닥터 섬보이’는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허장원 기자 / 사진= ENA ‘닥터 섬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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