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MLB 전년 대비 매출 13% 급감
I 중국서도 ‘라이선스 옷’ 인기 저하
I 올드머니 룩 유행의 여파로 분석
[TV리포트=이효경 기자] 지난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MLB의 작년 2023년도 4분기 국내 매출은 662억 원을 기록해 전년동기 대비 13% 감소했다고 전해진다. 작년 상반기만 해도 3~4% 소폭 오르는 등 성장세를 보였지만, 3분기에 이어 4분기까지 연속 10% 이상 ‘역성장’ 그래프를 그렸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면세점 매장에선 하반기 매출 감소율이 30%로 급격히 내려갔다. MLB는 F&F가 1997년 미국 메이저리그사무국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국내로 들여온 브랜드다. F&F는 Fashion & Foward의 약자로 1992년 법인전환된 국내 기업이다. 2021년 4분기 기준 매출액은 1조 891억 7,200만 원을 기록했다. 2022년도 기준 직원 수는 483명으로 알려졌다.
F&F는 비패션 라이선스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2021년 연 매출 1조 원을 넘기는 등 ‘대박 신화’를 써내려갔다. 하지만 출시 27년이 지나 브랜드가 노후화한 것과 더불어 중국 관광객들이 잇따라 구매를 줄이면서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F&F의 디스커버리또한 2012년 출시 후 처음으로 지난해 매출이 감소했다.
이어 더네이쳐홀딩스의 내셔널지오그래픽(성인복 기준)은 작년 실적이 갑자기 전환하여 곧장 하락했다. 2022년 22% 달성한 매출 증가율이 작년엔 되레 2%나 감소했다. 이 때문에 더네이쳐홀딩스의 영업이익은 2022년 907억 원에서 2023년도 657억 원으로 27% 급감한 형국을 보였다.
한 백화점 바이어는 “600여 개 다량으로 등장한 라이센스 브랜드 간 경쟁이 심화된 반면, 소비패턴은 로고 노출을 지향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어 한동안 실적 반등이 어려울 전망”이라고 전했다.
국내 패션업계 라이선스 브랜드 유행의 시작은 2010년대 중반이었다.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한 브랜드가 속출했다. 더네이쳐홀딩스의 내셔널지오그래픽, 에스제이그룹의 캉골, 감성코퍼레이션의 스노우피크 등이 대표적으로 확실한 매출을 기록했다. 이들이 등장한 건 F&F가 MLB와 디스커버리로 ‘대박’을 낸 바로 다음이었다.
“브랜드만 잘 잡으면 매출 100억 원은 그냥 번다”는 말이 패션업계에 돌기도 하는 등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이 활발했다. 그 예로 코웰패션은 푸마, 아디다스 등의 브랜드를 데려와 속옷에 로고를 달아 팔았는데 TV 홈쇼핑에서 수백억 원의 매출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끊임없이 이어질 것 같았던 라이선스 브랜드 전성시대는 작년 2023 하반기 이후 상황이 급반전했다. 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기업은 F&F다.
지난 26일 패션·유통업계에 따르면 한국에 이어서 F&F 중국법인 F&F차이나는 작년 4분기 47억 원의 영업손실을 보였다. 1~3분기 372억 원의 이익을 기록하다가, 4분기 들어 급격히 실적이 굴절했다. 이전가격 조정 등으로 회계상 손실이 일부 반영되어 평가했으나, 영업 상황도 좋지 않았던 것으로 패션업계에선 추측한다.
F&F차이나는 중국 내 MLB 유통을 전담한다. 2019년부터 중국에 진출한 F&F는 매장 수를 1,200여 개까지 규모를 확장하며 단숨에 중국 내 패션 브랜드 ‘톱10’에 자리매김했다. MLB의 홍콩을 포함하여 중국 매출은 작년 기준 9,000억 원에 육박한다. 국내 매출 저하를 중국이 상쇄하고 있었는데, 중국마저 상황이 좋지 않다.
이 탓에 F&F는 작년 매출 목표인 2조 원 달성에 실패의 성적표를 얻었다. 증권사 통계분석가들은 F&F가 ‘어닝 쇼크’를 보였다며 목표주가를 일제히 내렸다. 이러한 결과로 F&F 주가는 2024년도 들어 약 20% 떨어졌다.
이어 캉골로 유명세를 펼친 에스제이그룹의 2023년도 영업이익은 ‘반토막’난 수치를 기록했다. 2022년 358억 원에서 작년 154억 원으로 57%나 급감했다. 주력인 캉골을 필두로 팬암 헬렌카민스키 등의 브랜드를 추가로 선보이며 위기에 대응했으나, 매출은 2% 수준으로 미미한 증가에 그쳤다. 홈쇼핑 등에서 푸마·아디다스 브랜드 속옷관련 라이선스 사업을 하는 코웰패션 또한 작년 11%의 영업이익이 절감했다.
라이선스 브랜드의 성장이 급정지한 이유로는 무엇보다 너무 많은 브랜드가 생긴 탓이 크다.
대표적인 예로 TV 채널 브랜드의 범람을 들 수 있다. 50·60세대를 겨냥하는 아웃도어 시장에서 블랙야크,·K2 등의 기존 인기 브랜드를 밀어내고 디스커버리·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이 매출 상위 업체로 등극하자 너도나도 TV 채널을 시장으로 가져왔다. 코웰패션에선 BBC얼쓰를, 스톤글로벌이 CNN을 수입하여 옷과 가방, 신발 등에 로고를 붙여서 판매에 나섰다.
최근 이런 ‘로고 플레이’흐름이 일부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가져왔다는 게 패션업계의 진단이다. “CNN 관련자도 아닌데 왜 CNN 티셔츠를 입느냐”고 의문을 품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이다.
이어 세계적으로 ‘올드머니(Old Money)룩’이 유행한 영향도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올드머니룩은 세대를 잇는 부자들이 즐겨 입는 패션 스타일을 뜻한다. 로고를 거의 드러내지 않는 게 특징으로 꼽힌다. 2010년대 패션업계를 휘몰아친 ‘로고 플레이’와 옛 브랜드를 재해석한 ‘뉴트로’ 열풍 등이 맞물려 라이선스 브랜드가 각광을 받은 반면, 최근 패션 트렌드는 절제되고 ‘아는 사람만 아는’브랜드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효경 기자 hyooo@fastviewkorea.com /사진=출처: 뉴스1, Getty Images
댓글2
탓 할 까닭도 트집은 고사하고 다시 새로운 맛을 보여 줄 수 있다면 작업은 순환하는 럿이 원칙이니♥
나그네
로고 노출을 자제한다는 말이면 지향이 아니라 지양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