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신속 신용회복 지원 조치
I 298만 명 신용사면 가능
I 카드사 잠재부실 키울 가능성
[TV리포트=한하율 기자] 12일부터 윤석열 정부가 연초부터 이행하기로 한 ‘신용사면’이 시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4월 10일 총선을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이다. 2천만 원 이하 연체자 중 최대 298만 명에 대한 연체 기록을 삭제해 주는 ‘신속 신용 회복 지원 조치’가 시행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서민·소상공인에 대한 신속 신용 회복지원 시행’ 행사를 열었다. 이날 열린 행사에서 조치 대상자 규모와 시스템 및 지원 효과 등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신용 회복 지원 조치는 지난 2021년 9월 1일부터 올해 1월 말까지 2천만 원 이하 연체가 발생한 소액 연체자인 개인 298만 명과 개인사업자 31만 명 가운데 올해 5월 31일까지 연체 금액을 전부 상환하는 채무자를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신용 사면의 취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서비스업 부진 들 직격탄을 맞은 서민과 소상공인의 경제활동 복귀를 지원하기 위함이다.
지난 1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첫 민생토론회에서 한 자영업자가 상환을 완료해도 기록이 남아 대출이 어렵다는 발언을 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대책 마련을 강구하겠다고 밝히며 시작되었다.
앞서 1999년 김대중 정부가 외환위기 당시 약 40만 명의 신용불량 정보를 삭제하고 2013년 박근혜 정부에 이어 2021년 문재인 정부가 신용불량 기록을 지웠다.
이번 신용 사면이 역대 4번째로 실시되는 대규모 신용 사면으로 알려졌는데 총선 한 달을 앞두고 시행되는 점에서 권력과 대중의 지지를 얻으려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번 신용사면 대상자들은 나이스 기준 신용점수가 평균 37점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평가회사 홈페이지 등에서 대상 여부를 확인 할 수 있으며 아직 연체 금액을 상환하지 않은 사람들도 5월 말까지 전액 상환하면 별도의 신청이 필요 없이 신용 사면을 자동으로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대상자 289만 명 중 15만 명이 신용카드를 신규 발급받을 수 있으며 26만 명은 대출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신용사면’으로 카드 업계에 기대감과 긴장감이 동시에 불어닥치고 있다.
신용카드 발급 대상자가 15만 명 늘어나 신규 회원을 늘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지만 연체율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 상황에 저신용자들의 유입으로 잠재 부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롯데, 비씨, 삼성, 신한, 우리, 하나, 현대, KB국민 등 8개 카드사의 개인 신용카드 회원 수가 88만 2,000명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카드사의 연체율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상환능력이 회복되지 않은 사람들의 유입이나,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등 저신용자 등이 카드사로 대거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더불어 지난해 3분기 기준 카드사 8곳의 1개월 이상 연체액이 2조 원을 돌파하며 2005년 카드대란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다중채무자 가계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국내 가계대출 다중채무자는 45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치로 알려졌는데 다중채무자가 빚으로 집을 갚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기 때문에 카드사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추측된다.
지난해 말 기준 하나카드의 연체율은 전년과 비교해 0.69% 오른 1.67%를 기록했다. 신한카드는 1.45%, 우리카드는 1.22%, 삼성카드는 1.2%, 국민카드는 1.03% 등 대다수의 카드사가 연체율 1%대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카드사가 연체 기록을 바탕으로 심사를 진행하는데 이들의 연체 기록이 삭제된다면 새 가입자들의 자금력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결론적으로 신용사면은 카드사 입장에서는 신규 발급자 수의 증가와 같은 이득보다는 사실상 손해가 더 많은 정책이라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신용 사면으로 인해 신용카드 발급 조건이 더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신용사면 정책은 직격타를 맞은 서민들을 위한 민생정책에 포함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앞서 금융당국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도덕적 해이 우려에 대해 “상시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야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것, 이번 신용사면은 예외적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그런 문제는 작다고 봐야 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한하율 기자 content_2@tvreport.co.kr / 사진= 뉴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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