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
I 목동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공약
I 용산 대통령실 이전 공약까지 등장
[TV리포트=한하율 기자] 4·10 총선을 앞두고 일주일 정도 앞둔 가운데 여·야 가릴 것 없이 부동산 공약을 앞다퉈 내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의 ‘묻지마 부동산 공약’ 수준에 달해 정치인들의 공약이 실효성도 없고 이행도 되지 않을 것이 뻔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7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을 선언하자 세종지역의 부동산 수요가 늘어나는 등의 효과가 나타나자, 부동산 공약으로 유권자 마음 잡기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공약을 제시하는 수준이 도를 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가장 많이 제기된 공약으로는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으로 알려졌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복합 쇼핑몰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정치인이 한둘이 아니다.
국민의힘 김명연 안산 병 후보는 안산 스타필드를 유치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는 주민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안산시민들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쇼핑 시설을 확보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내건 공약으로 보인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충남 아산을 후보 역시 대규모 복합쇼핑몰 유치를 약속했다. 복합쇼핑몰을 유치해 다른 지역까지 쇼핑하러 다니는 시대를 마감하고 쇼핑과 여가를 아산에서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현웅 국민의힘 인천 부평을 후보도 ‘1113 공병단 부지 복합 쇼핑몰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1113 공병단 부지를 병원으로 개발한다는 시에 맞서 복합 쇼핑몰 유치를 이뤄내겠다는 내용이다.
유경준 국민의힘 경기 화성정 후보는 동탄에 스타필드나 롯폰기 힐스 같은 복합쇼핑몰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여러 후보가 복합쇼핑몰을 유치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으나 이 공약의 실현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복합쇼핑몰 사업의 특성상 민간기업의 참여 없이는 사업 진행이 불가능할뿐더러 사업성을 따지는 기업에서 막무가내 공약에 따라 복합쇼핑몰을 유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각 후보가 복합쇼핑몰 공약을 내걸면서 기업 유치 방안이나 인프라에 드는 재원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점에서 선거를 위한 공약만을 내세웠다는 점을 추측해 볼 수 있다.
다음으로는 서울 양천갑에서 ‘목동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공약이다. 이를 두고 구자룡 국민의힘 후보와 황희 민주당 후보가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공약으로 내건 목동 택지개발지구는 2021년 4월부터 서울 압구정동, 성수동 전략정비구역, 여의도동 아파트 지구 등과 함께 묶여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지정된 바 있다.
당시 부동산 거래를 진행하려면 구청장의 허가를 받는 절차가 필요해 부동산 보유자의 반발이 거셌다.
이들이 공약으로 내건 규제가 풀린다면 인근 집값이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되어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시가 이달 초 규제 연장 여부 결정을 앞둔 가운데 내부에서는 신중론에 목소리가 기울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결정을 할 이유가 없다”라고 밝히며 규제 완화에 대해 선을 긋는 단호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남산 고도 제한 완화를 공약으로 내건 후보도 있다. 바로 이혜훈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을 후보가 남산 고도 제한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어 재산권 행사를 용이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도 제한규제를 정하는 서울시는 ”현재 고도 제한의 기본 방향을 유지한다”라는 방침을 고수했다. 남산이 여러 지역에 걸쳐 있다는 점을 들어 특정 지역의 규제만 풀기에는 어렵다는 견해다.
이들의 공약이 문제가 되는 것은 시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한 개인의 독단에 따른 공약이라는 점이다. 지역구의 자치기관과 어떠한 협의도, 모색 방안도 없이 개인의 의견을 공약으로 내세웠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마지막으로 현실성이 단 1%도 없다고 여겨지는 부동산 공약도 제기되었다.
강태웅 민주당 서울 용산 후보는 용산에 위치한 대통령실 이전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후보가 주장하는 바로는 교통체증과 소음공해 때문이라지만 전문가들은 야권 지지 성향이 강한 유권자를 표심을 잡으려는 의도로 파악했다.
강태웅 후보가 들고 온 공약이 현실성이 없는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중엔 재이전이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강태웅 후보가 구체적인 방식이나 시점을 언급하지 않고 ‘대통령실 이전’이라고만 공약을 내세웠기 때문에 선거를 위해 ‘묻지마 공약’ 중 하나인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여러 후보가 민심을 잡겠다는 의지로 국민의 주된 관심사로 꼽히는 주택공급, 지역개발, 교통환경 개선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공약들이 이전에도 무수히 많이 나왔다는 점, 무수히 많이 나왔으나 이행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점에 유권자들은 부동산 공약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진행된 제21대 총선에서도 부동산 공약이 쏟아졌지만, 당선 이후 이행되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 강남을에 출마한 박진 국민의힘 의원이 성남 서울공항 이전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당선 이후 공항 이전에 대한 논의는 더 진행되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후보 역시 2년 전 이루어진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면서 ‘계양테크노밸리 마스터플랜’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현재까지 진행된 사실이 없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도 똑같은 공약을 내걸어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비난받은 바 있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은 후보들의 공약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에 선심성 공약에 그치지 않을까에 대해 의심하는 여론이 지배적인 것으로 보인다.
한하율 기자 content_2@tvreport.co.kr / 사진=뉴스 1, 김명연 후보 캠프, 신세계그룹, 구자룡 후보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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