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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병철 회장이 이루지 못한 세가지 ‘자식, 골프 그리고 이것’

한하율 기자 조회수  

I 삼성 이병철 명예회장

I 대상그룹 ‘미원’ 못 이겨…

I 직원들 각목 들고 패싸움

[TV리포트=한하율 기자] 삼성그룹의 창업주 겸 초대 회장 이병철의 이야기가 다시 한번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병철 회장이 이루지 못한 것에 세 가지가 있다는 의문에 대한 팩트체크 글이 올라와서 화제였다.

게시글의 작성자는 이병철 회장의 유명한 어록 중 한 구절을 들고 오며 글을 시작했다. 이병철 회장의 자서전으로 알려진 호암자전에는 이루지 못한 세 가지가 있다는 구절이 기록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점을 주목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병철 회장이 이루지 못한 세 가지는 무엇일까? 이병철 회장의 호암자전에 기록됐다고 알려진 구절은 다음과 같다.

“세상에는 돈으로 할 수 없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돈이 아무리 많아도 자식들을 서울대로 보내지 못하는 것. 둘째, 아무리 코칭과 장비에 돈을 써도 골프를 칠 때 내가 원하는 대로 공을 못 보내는 것. 셋째, 내 생전 가장 많은 돈을 투자했는데도 미원을 못 이긴 것”

이 구절은 여러 언론사에서 앞다퉈 기사를 낼 정도로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병철 회장이 미원을 이기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혹자들은 이것을 조미료 전쟁이라고 부른다. 미원을 만든 대상그룹과 미원을 따라잡기 위해 미풍을 만든 제일제당 사이의 경쟁을 말하는 것인데. 이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제품 싸움, 롯데제과와 해태제과의 싸움과 함께 세기의 전쟁으로 알려져 여기에 MSG의 유해성 논란과 더불어 한 시대를 휩쓸었던 전쟁으로 유명하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산 화학조미료 ‘아지노모토’가 국내 조미료 시장을 휩쓸고 해방을 맞이하며 일본으로 철수한 것부터 국내 조미료의 역사는 시작됐다.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로 우리나라는 조미료의 수요가 높아진 상태였는데 아지노모토의 공급 물량이 한정적이어서 한때 밀수입되거나 위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는 아지노모토가 국내에서 쌀값의 수십 배에 달하는 가격에 거래가 되자 이를 안타깝게 본 임대홍 대상그룹 창업주가 1956년 동아화성공업 세우며 최초의 국내산 조미료 미원을 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일본 대표 조미료 회사인 아지노모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대책도 없이 일본으로 무작정 건너가 제조법을 습득해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화성공업 미원 출시는 그야말로 대히트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화학조미료 시장을 단숨에 석권했고 결국 동아화성공업은 1962년 사명을 미원(주)으로 변경했다. 미원이 사명이 된 이유는 우리나라 화학조미료 시장을 휩쓸고 국내 화학조미료 시장의 점유율이 50%를 넘어서면서 국민 조미료의 상징성을 가지게 된 것에 있다.

당시 미원의 인기는 막대했다. 미원의 광고에 출연하면 당대 최고의 여배우가 된 것이라 여길 정도로 미원 광고 모델에 대한 경쟁률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배우 김지미, 황정순 등이 미원 광고를 통해 일약 인기 대열에 올랐다. 당시 사회 풍습으로 미원을 포장해 선물하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다.

미원이 인기를 끌자 삼성 계열사였던 제일제당이 ‘미풍’이라는 조미료를 생산하던 원형산업을 인수해 미풍을 선보였다. 이때부터 두 그룹 간의 싸움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지며 마케팅은 물론 파격적인 경품 광고 전쟁까지 벌였다.

당시 제일제당은 국내 최고의 재벌기업으로 성장한 삼성물산 최초의 제조업체이었던 것에 반해 미원을 만든 동아화성공업은 중소기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당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타이틀이 붙기도 했다.

제일제당이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저가의 물량 공세를 펼치거나 미원을 파는 곳에 자사 제품의 공급을 중단하는 등 강경책을 쓰기도 했으나 시장의 절대적인 점유율을 만회하지 못했다고 전해졌다.

1970년대에 들어서 미풍은 미풍의 빈 봉지 다섯 장을 보내는 1만 명에게 선착순으로 3천 원 짜리 여성용 스웨터를 경품으로 준다는 광고를 선전했다. 당시 3천 원은 일반 근로자 월급의 10분의 1정도 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미원은 이에 맞서 새 포장 발매기념 사상 최대의 호화판 사은 대잔치라는 타이틀로 15만 명에게 선착순으로 3kg 가량의 순금 반지를 경품으로 주는 행사를 열었다.

심해진 판촉 전쟁에 상공자원부와 치안국이 개입해야 할 정도였으며 결국 양사는 경품행사 중지를 밝히며 판촉 전쟁은 끝을 냈다. 이는 두 업체가 소비자들의 사행심을 자극한다고 판단한 것에 따른 내사 처리였던 것으로 보인다.

1977년에는 두 업체의 영업사원 사이에 갈등이 심하게 일어난 적도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1977년 한 시장에서 제일제당 직원들이 미풍을 홍보하며 ‘미원이 흔들리고 있다’고 소리치자 이를 본 미원 직원들이 항의에 나서면서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이는 집단 몸싸움으로 번져 당시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1차 조미료 전쟁은 미원의 승리로 끝나는 듯했으나 1975년 제일제당이 당시 벌어졌던 MSG 유해 논란에 힘입어 천연 조미료인 쇠고기 다시다를 출시하며 2차 조미료 전쟁이 발발했다. 이에 맞서 미원은 ‘맛나’를 선보였다.

당시 미원이 출시한 맛나의 광고에는 전원일기 며느리 역으로 인기를 얻은 고두심이, 제일제당의 쇠고기 다시다는 전원일기로 인기를 얻은 김혜자를 내세워 광고했다.

1984년도에는 난투극이 또 한 번 벌어졌다. 미원 측이 한 시장에서 자사 제품 ‘맛나’를 홍보하는 행사를 진행했는데 제일제당이 그 맞은편에 행사를 따라 진행하면서 갈등이 시작되었다.

결국 두 기업 사이에 싸움이 벌어져 각목까지 동원되는 등의 헤프닝이 벌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당시 MSG 유해 논란으로 천연 조미료로 홍보된 다시다의 판매량이 많이 늘어나 지금까지도 다시다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패싸움이 보도된 이후 다시다의 인기가 늘어나며 조미료 전쟁은 종료된 것으로 판단됐다.

이후 1998년 대상그룹의 창업주인 임대홍 회장의 손녀 임세령이 제일제당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손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결혼하면서 조미료 전쟁이 완전한 끝으로 달려가는 듯싶었으나 2009년 이들이 이혼하면서 조미료 전쟁이 다시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실제로 미원은 최근 들어 재기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원은 2010년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MSG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화학조미료 유해 논란은 벗게 됐으나 여전히 안 좋은 이미지에 대한 평판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상그룹은 미원의 이미지를 젊게 만들려는 시도 등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미료 전쟁은 이처럼 아직 끝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미원을 만든 대상그룹은 종합식품 전문회사로 자리 잡아 고추장 브랜드인 청정원, 김치 브랜드인 종갓집 등을 필두로 수천 가지 제품을 생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하율 기자 content_2@tvreport.co.kr / 사진=뉴스 1, 대상그룹, CJ 제일제당, 네이버뉴스 라이브러리,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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