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연주 기자] 망가짐도, 능청스러움도 모두 전략이다. 약간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는 고난도의 캐릭터만 쏙쏙 골라 그만의 색채를 입힌다. 배우 안재홍이 숨을 불어넣은 캐릭터는 대중의 입맛을 100% 적중한다. ‘닭강정’ 또한 그렇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닭강정’은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으로 변한 딸 민아(김유정 분)를 되돌리기 위한 아빠 선만(류승룡 분)과 그녀를 짝사랑하는 백중(안재홍 분)의 신계(鷄)념 코믹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기발한 소재, 허를 찌르는 유머와 스릴러의 균형 있는 조화로 많은 사랑을 받은 동명의 인기 웹툰이 넷플릭스 시리즈로 제작된다는 소식은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안재홍은 “원작 웹툰을 보고 혼란스러웠다. 작가님이 저를 염두에 두고 그린 건가 싶을 정도로 실제 제 모습과 닮았더라.(웃음) 그래서일까. ‘이 작품은 내가 해야한다’는 필연적인 느낌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품게 된 작품”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 “아이키 찾아간 이유? 첫 등장부터 범상찮은 인물이고 싶었다”
안재홍의 말처럼, 작품 공개 이후 ‘만화를 찢고 나왔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색 조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듯하지만 시선이 가는 단벌 패션, 과장된 연기톤과 그에 걸맞은 익살스러운 표정까지. 안재홍은 만화적인 요소로 똘똘 뭉친 캐릭터를 더 만화적으로 살려 웃음을 선사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대해 안재홍은 “개인적으로 원작이 있는 작품에 출연할 때 본래의 것과 일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닭강정’은 달랐다. 웹툰 속 캐릭터가 저와 닮았기 때문에 만화 속에서 걸어 나온 듯한 느낌을 주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 춤추고 노래를 부르면서 등장하는 첫 신에 힘을 준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걸 단번에 각인 시켜야 했다. 그래서 아이키 안무가를 찾아가 도움을 구했다. 일종의 선전포고였다”고 설명했다.
웃기되 우습지 않은 캐릭터를 만드는 게 숙제였다. 코미디의 깊은 철학을 잃지 말아야 시청자들에게 무해한 웃음을 선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안재홍은 “대사와 움직임 등 모든 부분이 일상적인 작품에 비해 몇 톤이 높지만, 몇 톤 위의 세상에서도 땅에 발을 딛고 있는 캐릭터로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점프된 세계관에서 인물이 실재한다고 믿었다”고 강조했다.
‘닭강정’은 1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한국 영화 흥행 2위를 달성한 영화 ‘극한직업’을 비롯해 수작으로 평가받는 드라마 ‘멜로가 체질’까지 특유의 리드미컬하고 위트 넘치는 ‘말맛’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이병헌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안재홍은 드마라 ‘멜로가 체질’ 이후 이병헌 감독과 재회한 소감에 대해 “별다른 설명없이 대본부터 주셨다. 굉장히 신나는 무언가를 만들겠구나 싶어서 바로 참여 의사를 전했다. ‘멜로가 체질’과는 완전히 다른 정서의 작품이다. 그런 작품을 감독님과 할 수 있다는 게 제겐 감사한 일이다. 또 다른 작품에서도 함께 호흡을 맞추고 싶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병헌 감독은 ‘닭강정’을 연출하면서 수차례 ‘현타'(현실자각타임)를 느꼈다고 웃픈 고백을 했다. 안재홍에게 비슷한 경험이 있었냐고 묻자 “많이 겪었다.(웃음) 우선 첫 촬영 날 노란색 바지를 입는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하필 첫 촬영이 한강공원에서 닭강정으로 변한 ‘민아'(김유정 분)의 머리에 물엿을 발라주는 신이었다. 누가 보진 않을까 굉장히 신경이 쓰였다. 근처에서 다른 촬영을 하고 있는 분들과 서로 신기하게 바라봤다. 또 홍차(정호연 분)가 제게 ‘너는 지구에서 가장 완벽한 외모의 소유자’라고 말하면서 제 눈을 바라보는데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더라.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뭔가를 만들어내고 있구나 싶었다”고 털어놨다.
■ “류승룡과 케미, 미간 보면서 웃음 참았다”
최고의 관전 포인트는 코미디에 진심인 배우들의 코믹 열연이다. 베일을 벗을수록 웹툰을 찢고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높은 원작과의 싱크로율에 팬들의 열띤 반응도 쏟아졌다. 영화 ‘극한직업’ 류승룡부터 드라마 ‘멜로가 체질’, ‘마스크걸’ 안재홍까지, 이병헌 감독의 페르소나이자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 장인들이 펼치는 맛깔나는 티키타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안재홍은 류승룡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 “리허설을 많이 거치지 않았다. 첫 느낌에 발생하는 스파크가 큰 재미가 될 거라 믿었다. 그래서 오히려 에너지를 응축시켰다가 촬영장에서 터뜨렸다. 류승룡 선배님과는 처음부터 응집되는 느낌이었다. 계획하지 않았던 순간에 터지는 짜릿한 호흡이 선물처럼 다가왔다. 액션과 리액션이 아닌, 하나의 춤을 같이 추는 느낌으로 앙상블을 그렸다”고 전했다.
‘닭강정’은 주연인 류승룡, 안재홍뿐만 아니라 조연과 특별출연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특히 ‘백정닭강정’ 4인방으로 분한 배우 김태훈, 황미영, 정순원, 이하늬가 펼치는 후반부 퍼포먼스는 초중반부를 거쳐 쌓아 올린 ‘닭강정표’ 웃음 포인트가 정점으로 터지는 시퀀스로 뽑힌다. 이에 대해 안재홍은 “미사일, 핵, 사슴, BTS까지 온 세트를 휘젓고 다니는 4명의 배우를 볼 수가 없더라. 어딜 봐도 웃음 지뢰밭이었다. 진지하고 절박하게 서로의 상대와 접전을 벌이는 상황이 너무 웃겼다. 평소 (류)승룡 선배와 연기할 때도 웃음이 터지기 일보 직전까지 갔다. 눈을 마주치면 안 될 거 같아서, 남몰래 미간을 바라보며 연기했다”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쌈, 마이웨이’, ‘멜로가 체질’, ‘마스크걸’, ‘LTNS’까지. 안재홍은 매 작품마다 ‘단짠’을 오가는 매력은 물론 강력한 매운맛까지 선보이며 대중을 쥐락펴락한 장본인이다. 특히 ‘마스크걸’에서 연기한 ‘주오남’ 캐릭터는 안재홍의 은퇴설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안재홍은 “은퇴밈은 최고의 칭찬이다. 온 마음을 다해서 임했던 작품과 캐릭터가 사랑을 받아 더없이 행복하다. 예전에는 작품 공개 이후 진행하는 인터뷰가 어렵고 낯설었는데, 이제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앞으로 어떤 캐릭터를 만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다양한 감정을 깊이있게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진다. 배우로서 기분좋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인기와 더불어 안재홍에 대한 기대치가 커지는 상황. 이와 관련해 안재홍은 “부담감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 아직 제가 해보지 못한 장르와 캐릭터가 많다. 그래서 부담보다는 기대가 크다. 설레는 마음으로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어떤 작품 속 한 캐릭터를 만나면 온전히 나만의 색채로 그려내고 싶다. ‘딱이다’라는 생각이 들게끔 만드는 연기를 하고 싶다. 그게 제가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이 아닐까 싶다”고 강조했다.
‘닭강정’ 에피소드 전편은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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