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연주 기자] 2023년 영화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 배우 고민시. 올해 여름 시장을 달군 ‘밀수’에서 ‘옥분이’ 역으로 찰진 연기를 선보여 그의 진가를 입증했다. 류승완 감독은 고민시를 가리켜 “천재”라고 표현했고, 배우 박정민은 고민시의 재능을 질투한다고 고백했다. 고민시의 연기를 ‘맛’본 관객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가 또 한 번 연기 변신에 도전했다. 넷플릭스 화제의 시리즈물 ‘스위트홈2’를 통해서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스위트홈2’ 배우 고민시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극중 고민시는 시즌 1에 이어 그린홈에서 빠져나와 괴물들에 맞서 싸우는 인물 ‘이은유’ 역을 맡았다. 시즌 1의 이은유는 시종일관 투정을 부리는 사춘기 소녀였다면, 시즌 2의 이은유는 거듭되는 절망 속 감정이 바싹 메말라 버린 한 여성으로 그려진다.
“시즌 1과 2 사이에 시간적 공백을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시즌 1에서 은유는 하나밖에 없는 가족인 오빠가 사라지는 일을 겪어요. 오빠를 찾아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살아가는 은유가 보이지 않는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고난과 마주했을까 생각했죠. 그래서인지 은유의 캐릭터적 변화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험난한 과정이 이어지면서 머리를 자르고, 온몸엔 상처가 생겼겠죠. 은유의 내면은 시즌 1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시즌 1에서 지수(박규영 분)에게 초코바를 건넸던 것처럼 소중한 사람을 잃고 싶지 않단 마음은 같아요”
‘스위트홈2’는 욕망이 괴물이 되는 세상, 그린홈을 떠나 새로운 터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의 사투를 벌이는 현수와 그린홈의 생존자들 그리고 또 다른 존재의 등장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현상들까지 새로운 욕망과 사건, 사투를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다.
“그린홈에서 스타디움으로 배경이 확장돼요. 그린홈과 마찬가지로 스타디움에는 서열이 존재하고 극한의 상황에서도 종교 활동이 이어지는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담겼죠. 그래서 시즌 1의 캐릭터들의 서사를 원했던 시청자에겐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의 더 많은 이야기를 다루는 게 시즌 2의 핵심이지 않았나 싶어요. 시즌 2에선 같이 살아 남기로 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괴물이 되는데, 제 눈물 버튼이에요.(웃음) 특히 오빠를 잃은 뒤 줄곧 의지했던 지수의 결말은 몇 번을 곱씹어도 마음이 아파요. 지수에게 초코바를 던졌던 그때의 모습이 자꾸 떠오르더라고요. 현장에서도 너무 슬펐어요”
고민시는 ‘스위트홈2’를 통해 처음으로 액션에 도전했다. 인간을 위협하는 괴물들, 이기심이 극에 달해 서로를 해치는 인간들을 상대로 다양한 액션을 펼친다. 고민시는 처음이라곤 믿을 수 없는 완성도 높은 액션을 선보였다. 고민시에게 액션에 대한 질문을 건네자 그간의 과정을 쏟아냈다. 그의 말에서 지난한 과정이었음을 느꼈다.
“액션스쿨을 다니면서 활, 장칼, 방망이 등 여러 무기를 사용하는 방법을 익혔어요. 그중 은유가 손처럼 쉽게 휘두를 수 있는 단도가 무기로 정해졌고, 훈련에 매진했어요. 무엇보다 작품에서 달리는 장면이 많아서 수시로 뛰었어요. 감독님, 무술팀과 함께 액션스쿨 일대 도로를 같이 뛰었죠. 매번 목에서 피맛이 날 정도로 달렸는데, 체력 증진에 확실한 도움을 얻었습니다.(웃음)”
‘스위트홈2’ 공개 이후 고민시가 연기한 ‘이은유’와 배우 진영이 연기한 ‘찬영’의 묘한 감정 기류가 화제가 됐다. 오는 2024년 여름에 공개되는 시즌 3에서 본격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이어졌다. 그만큼 두 사람의 케미가 돋보였고, 설렘을 유발하는 호흡이 작품에 묻어났다.
“진영 배우는 지금까지 본 모든 배우를 통틀어 가장 착했어요. 평생 화를 한 번도 내 본 적이 없는 사람 같았죠.(웃음) 대본을 읽으면서 찬영의 역할이 큰 사랑을 받을 거라 생각했는데, 진영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확신이 생겼어요. 찬영이 진영 배우를 만나 빛이 나는 느낌이었어요. 러브라인은 글쎄요. 은유라면 찬영을 자신의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 같아요. 오빠를 찾는 게 급하고, 현수를 향한 마음이 전부인 캐릭터니까요”
이번 시즌에는 배우 송강, 이진욱, 이시영, 박규영 등 시즌 1에서 활약한 배우들을 비롯해 새롭게 합류한 오정세, 김무열, 진영, 유오성 등 다양한 배우들이 각각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고민시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큰 자극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중에서도 시즌 1의 핵심 인물이었던 ‘현수’ 역의 송강이 한층 더 성장하는 연기를 선보인 것을 언급하며 극찬했다.
“어떤 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냐고 물으면 단연 송강 배우에요. 송강 배우의 촬영분을 보면서 굉장히 부러웠어요. 멋진 장면을 만나 날개를 단 것 같았죠. 무엇보다 시즌 2를 촬영하면서 송강 배우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눈알이 달라졌다고 해야 할까요?(웃음) 그만큼 깊이감이 있는 연기를 하더라고요. 송강 배우가 시즌 1때보다 성장한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서 감사해요”
지난 2020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시즌 1에 이어 3년 만에 공개된 시즌 2, 그리고 내년 여름 공개될 시즌 3까지. ‘스위트홈’ 시리즈는 고민시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았을까. 이미 모든 시즌의 촬영이 끝난 시점에서 고민시는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저를 배우로서 성장하게 한 작품이에요. 사실 촬영할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스위트홈’의 다음 작품을 촬영하면서 ‘내가 진짜 많이 배웠구나’를 깨달았어요. 특히 시즌 2를 찍으면서 배운 점이 많아요. 지금까지 스스로 정신력이 강하다고 믿었는데 생각보다 나약하더라고요. 촬영을 하면서 그런 부분을 깨닫고 개선하려고 연습을 거듭하다 보니 다음 작품을 촬영할 때는 두려움이 사라졌어요”
최근 고민시는 영화 ‘밀수’를 통해 제44회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수상자로 호명되자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리액션을 선보였고, 그런 그의 모습은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박제될 정도로 화제였다.
“신인상 후보에 올라 기대를 할 수 없었어요. 김혜수 선배님이 마지막으로 MC를 보는 자리에 함께하고 싶었고, ‘밀수’의 제작진과 선배 배우들이 후보에 올라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단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제 이름이 불려서 ‘정말 큰일 났다’ 싶었죠.(웃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수상이라 준비한 소감도 없었어요. 이번 일을 계기로 깨달았습니다. 후보에 오르면 일단 소감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요”
제23회 부일영화상 여우조연상, 제9회 마리끌레르 아시아 스타어워즈 페이스 오브 아시아상, 제44회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까지 휩쓴 고민시에게 2023년은 어떤 해로 남을까.
“이렇게 뭔가를 빨리 이룰 줄 몰랐어요. 그래서 더 기억에 남을 거 같아요. 돌아보면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기쁨으로 걸어왔어요. 지금도 다양한 캐릭터로 대중을 만나는 게 배우로서 가장 큰 행복이에요. 이런 열정이 40~50대까지 이어질 거란 확신이 있어요. 일단 30대 배우 고민시의 삶이 기대돼요”
한편, ‘스위트홈’ 시즌 1~2 전편은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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