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박설이 기자]고3 아이들이 주인공인 재난물이었지만,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소대장 이춘호였다. 하늘에 나타난 괴생명체에 맞서 생존 서바이벌을 벌이는 3학년 2소대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방과 후 전쟁활동’에서 아이들에게 생존을 가르치고, 책임감을 갖고 보호하는 이춘호를 연기한 신현수는 파트1 6화에서 희생으로 역할을 마감한다.
이춘호 캐릭터는 유일하게 이 작품을 본 시청자들에게 ‘호’의 반응을 얻으며 독보적 인기를 구가 중인 캐릭터다. 신현수는 ‘방과 후 전쟁활동’ 파트2 공개를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파트2에 안 나오지는 않는다”라고 귀띔하며 시청을 독려했다. 그는 “팬분들에게도 그렇고, 배우들에게도 그렇고, 선물 같은 장면이 있는데 그걸 기대하는 묘미가 있지 않을까 한다”라고 전했다.
대표작들이 로맨스, 청춘물이기에 로맨스 전문 배우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신현수, ‘방과 후 전쟁활동’을 통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이번에 춘호를 연기하고, (이미지가) 로맨스, 청춘물에 국한돼 있다는 것, 그렇게 소비되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라면서 “나만 알던 비밀 같은 모습을 춘호를 통해 보여드렸고, 좋은 반응을 얻어서 기분 좋다. 원래 가진 부분에 대해 ‘새롭다’는 반응은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신현수가 이춘호 역할을 맡으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원작의 메시지를 캐치하는 것. 그는 “이 이야기를 왜 했는지, 구체가 왜 나왔고, 왜 고3인지 메시지를 빠르게 캐치하고 싶었고, 감독님도 같은 생각이었다. 저도 수능을 구체로 변환해 아이들과 마주하게 한 지점을 공감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무언가와 싸우지만 왜 싸우는지 모른다. 무엇을 위해 전쟁을 하고 있는지. 그게 파트2의 이야기다. 성장통, 사춘기를 겪고 갈등이 심화되는 것”이라고 파트2를 끌어갈 스토리를 귀띔했다.
신현수 본인이 출연하지는 않지만 신현수는 파트2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의 메시지가 (파트2에) 응축됐다”라면서 “파트1이 춘호 중심으로 하나가 되고 성장하는 모습이라면 파트2는 아이들이 춘호 희생으로 각성하고 성장한다. 파트2에서 더 마음을 부여잡고 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춘호는 극중 구체와 싸우게 되는 아이들을 보호하는 ‘어른’이었다. 하지만 신현수는 이춘호에 ‘정의로운 어른’으로 접근하지는 않았다. 그는 “자기 부대원을 잃는 가장 큰 고통을 접한다. 구체의 위험을 가장 먼저 인지하고 거기에서 서사가 시작된다”라면서 “부대원을 구하지 못하고 살아남은 죄책감으로 잠을 거의 못 잤다고 설정해서 다크서클도 안 가렸다”라고 말했다. 신현수는 “고3 아이들에게 동료를 투영했고, 그러면서 아이들 하나하나 살리고 싶지만 전부 돌볼 수는 없고, 스스로 생존하게 만들겠다는 마음가짐이었는데 그걸 바라보는 시청자는 믿음이 가는 좋은 어른, 의지가 되는 어른으로 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신현수는 정작 ‘어른’을 정의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른’이라는 게 존재할까라는 게 물음표”라면서 “누구나 오늘이 처음이지 않나. 좀 더 오래 살았다고 해서 어른이라 할 수 없다. 각자의 세계가 다르다”라면서 “좋은 어른보다는 좋은 사람은, 거짓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신현수는 현장에서 ‘물리적 어른’이었다. 90년대 후반, 00년대생 젊은 배우들과 호흡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통솔자 역할을 했다는 그는 “항상 학생 배우들 먼저 바스트 따고 마지막에 촬영했다. 아이들이 (연기에 대해) 질문을 하면 제 경험 안에서 해줄 수 있는 말들을 했다”라고 말했다. 정작 신현수 자신이 아이들에게 큰 에너지를 받았다며 고마워하기도. 그는 “계속 (아이들을 향해) 같은 대사를 치지만 감정이 고갈되는 게 아니라 채워졌다. 다 너무 사랑스러웠다. 친구들 덕분에 즐겁게 촬영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세상에 없는 존재(구체)와 연기해야 했기 때문에 현타가 오는 순간도 많았다는 신현수는 “아무 것도 없는데 연기하고, 두려움에 떨고 죽음을 맞이하는 긴박함을 연기하는 게 정말 쉽지 않았다”라고 토로했다. “첫 테이크 찍고 현타가 왔다”라고 말한 그는 스태프들의 “저거 맞아?”라는 반응 때문에 당황하기도. 하지만 이내 구체와 합을 맞출 수 있었다는 그는 “나중에는 구체가 눈에 보였다. 구체가 사방에서 몰려오는데 감독님이 정해주면 스무명 동시에 시선이 이리갔다 저리갔다 했다. 앙상블이 좋아졌고, 구체에 익숙해졌다. 구체를 생각하면 두려움이 탑재됐다”라고 말했다.
신현수는 영화 ‘고지전’의 이제훈이 맡았던 신일영 역을 참고 삼아 이춘호를 연기했다. 이 작품에서 총기 액션을 처음 해봤다는 그는 여러 작품을 찾아보며 총 쏘는 연기를 연습했다. 아이들과 달리 군인이기 때문에 더 능숙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액션에 더욱 공을 들였다. ‘고지전’의 경우 신일영의 감정과 이춘호의 감정이 비슷하다고 느꼈다는 신현수는 “악어부대 출정 전 악어부대 이야기를 하다가 마지막에 작은 목소리로 ‘우리 살아서 집에 가자’ 하는 게 춘호 마음이었다”라면서 “아이들 앞에서는 윽박지르지만 속에는 ‘끝까지 살아서 집에 가자’라는 진심이 있다”라고 춘호 캐릭터의 마음을 설명했다.
신현수가 가장 애정하는 장면은 5화 밀가루씬이다. 이 장면에서 이춘호는 “내가 이 전쟁을 끝내줄 수는 없지만 하나만 명심해라. 내가 너희를 지켜줄게”라고 다짐한다. 아이들 앞에서는 늘 이성적인 모습만 보이다 처음으로 아이들을 향한 진심을 내뱉는 장면이었다. 신현수는 “아이들 앞에서는 웃지 않고, 원빈(이순원 분) 앞에서 청년 이춘호의 모습을 보여줬었다. 가지고 있는 무거운 짐, 부담감, 동료를 잃은 트라우마 같은”이라면서 “밀가루씬은 가장 행복한 것을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슬픔을 맞이하기 전 가장 큰 희극이었고, 청년 이춘호로 (이 씬에) 다가갈 수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어색해 했다. 그런 모습이 처음이어서 ‘지금 신현수예요, 이춘호예요?’라고 하더라”라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신현수는 극중 함께 군인을 연기한 이순원에 대한 남다른 믿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 신현수보다 나이가 많은 이순원과의 연기에 대해 그는 “반말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하대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그만큼 순원이 형이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항상 웃는 모습을 잃지 않으신다. 항상 현장에서 본인이 힘들 때도 분위기를 밝혀주고 파이팅을 준다”라면서 “원빈을 다른 배우가 했다면 우리 작품 분위기가 이렇게까지 좋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한다. 작품에서도 그렇고 현장에서도 그렇고 중요한 역할을 해주셨고 제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기에 감사하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이춘호의 캐릭터가 사는 데도 원빈이라는 캐릭터는 주효했다. 신현수는 “춘호 혼자였다면 빛나지 않았을텐데 원빈이 있었기 때문에 춘호의 다른 모습도 보여줄 수 있었다. 춘호가 직진한다면 원빈은 흐름을 만들어줬고 그 덕분에 지루하지 않았다. 사랑 받는 모든 공을 이순원 형에게 돌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말했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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