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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령 “최민식과 중년 로맨스? 열일 제치고 할 것”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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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박설이 기자]배우 김주령, ‘오징어게임’ 속 한미녀 캐릭터의 강렬함을 떠올린다면 ‘카지노’ 속 한인 사회에서 가십 옮기기를 좋아하는 필리핀 한인타운 삼겹살 집 사장 정도의 역할은 영 임팩트가 없다. 적어도 시즌2를 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카지노’ 마지막 회 공개를 앞두고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김주령은 차무식의 인생에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사건의 불씨가 되는 진영희를 맡아 또 하나의 OTT 인생 캐릭터를 추가했다.

다음은 김주령 인터뷰 일문일답.

Q_’카지노’에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진영희 역할로 제안을 받았다. 대본이 재미있었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강윤성 감독님이 “합시다”하셨다. 대본을 좋게 읽었고, 진짜 같았다. 존재할 법한 인물들이라 흥미로웠다. ‘카지노’ 등장 인물이 170명 정도라고 들었다. 이게 어떻게 구현될까 궁금증도 있었다. 또 강윤성 감독님, 최민식 선배님과 작업하고 싶었다. 특히 최민식 선배님과 연기하는 건 모든 배우가 원하는 것 아닌가, 같은 프레임 안에서 연기한다는 게. 학교 선배님이기도 하지만 ‘특별시민’에서 대변인 역할을 했었다. 그때는 대사 없이 쫓아다니는 수준이었은데 제가 출세를 해서 이번에는 최민식 선배님과 씬 안에서 대화를 나눴다. 더 자주 많은 씬에서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 감독님께 씬 좀 늘려 달라고 떼를 썼었는데 개인적인 바람이었다. 다음에는 더 길게 만나는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

최근 최민식 선배님과 사석에서 식사하면서 “연극이 하고 싶은데, 하자고 하면 할래”라고 하시더라. 저는 “너무 좋죠”라고 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는데 그런 생각을 진지하게 하시는 것 같다. 매체가 아닌 무대 위에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더 설레고 좋을 것 같다. 최민식 선배님은 현장에서 차무식 그 자체로 존재하셨고, 많이 붙진 않았지만 옆에서 연기를 보면 저도 모르게 입이 벌어진다. 이래서 최민식 최민식 하는구나. 정말 산 연기를 옆에서 본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Q_’카지노’가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감사하다. 많이 봐 주시고, 재미있게 봐주시면 배우 입장에서 그것만큼 좋은 일이 없다. 170명의 캐릭터가, 지나가는 역할까지 너무 잘하더라. 모든 배우들에게 정말 박수 쳐 드리고 싶다. 있을법한 인물들을 다 표현해 주셔서 배우 보는 재미도 있었다. 전세계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좋다. 저도 실제로 팬 분들이 관심 많이 가져 주시고 미국에 있는 지인들도 재미있게 봤다고 하더라.

Q_OTT 장르물에 유독 많이 출연하는 것 같다.

왜 그럴까? 저도 모르겠다. 저는 되게 소심하고 눈물 많고 정도 많다. 저도 편안한 연기를 하고 싶은데. 사실 아직 공개가 되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결의 연기를 했다. 어떻게 봐주실지 모르겠다. 김주령이 어디 가겠습니까만. 사실 전에도 강한 역할을 많이 했다. 황동혁 감독님 때문인가보다. 그 분이 절 그렇게 쓰셔서.

‘카지노’는 ‘오징어게임’ 이후 제일 처음 제안 받은 작품이다. 굳이 한미녀를 떠올리고 진영희를 제안한 건 아니었다고 하시긴 했다. 하지만 영향을 받으셨을 거다. 각인이 됐을 거고. “‘오징어게임’ 잘 봤다 작업 같이 해보고 싶다”고 제안을 주셨다.

Q_’오징어게임’ 성공 이후 들뜨지는 않았었나?

들뜬 것도 맞다. 그럴수록 침착하고 차분해 져야 한다고도 생각했다. 차기작은 그렇게 고르고 싶지는 않았다. 모든 게 맞아떨어져서 ‘오징어게임’이 잘된 것 뿐이지 제가 잘해서 잘된 건 아니다.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가 할 수 있고, 잘할 수 있는 것만 한다는 건 아니다. 제게 무모한 도전 의식이 있다. 스케줄이 허용하는 한 다작하고 싶다. 이제 대중과 업계에 ‘김주령’이라는 배우를 소개한 정도다. 많이 분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중이고, 많이 선보이고 싶다. ‘카지노’ 출연도 그렇게 고민하지 않았다.

OTT 작품만 택하는 건 아니다. ‘오징어게임’으로 잘돼서 그런지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저를 원하시나 생각을 살짝 하기는 했지만, 저는 선택 받는 사람이다. 타이밍도 맞아야 하고. “저는 OTT만 할 거예요” 그런 건 아니다.

Q_진영희 캐릭터, 연기하기 어땠나?

민회장 살인사건이 불씨를 지피는 역할이다. 진영희 아니었으면 안 일어날 일이다. 그런 면에서 의미 있는 역할이었다. 진영희가 (사건 후) 불안해하고 괴로워하지 않나. 원래 그런 사람이다. 계획적인 인물이 아니다. 감독님도 그냥 거기(필리핀 한인 사회) 있을법한 평범한 아줌마였으면 하셨다. 드라마틱하지 않고, 덜어내기를 원하셨다. “진짜 같았으면 좋겠다”고.

시즌1에서는 다들 예상을 못했다. ‘설마 (진영희 캐릭터가) 이렇게 끝나는 거 아니죠?’라고. 그때 “시즌2 끝까지 봐 달라”고, 그렇게 사라질 인물은 아니라고 했다. 필리핀 교민 생활을 잘 모르지 않나. 어떻게 진짜같이 하나 고민을 했는데 요새 필리핀 교민 분들, 자영업 하시는 분들도 유튜브를 많이 하시더라. 많이 봤다. 그분들 말씀하시는 걸 많이 보고, 일상도 봤다. 감독님은 촬영 전 필리핀에서 실제로 (교민) 인터뷰를 많이 하셨고 대사 작업을 하셨다고 하더라.

진영희의 빨간 칼단발은 가발이다. 배우들도 깜짝 놀랐다. 제 머리인 줄 알고. 원래 탈색된 노란 컬러를 하기로 하고 가발을 맞추러 갔는데 제 생각에 안 어울릴 것 같아서 붉은색을 제안했고, 가발 맞출 때 색깔을 바꿨다. 현장에서도 선택 잘한 것 같다고, 무엇보다 제게 잘 어울린다는 반응이었다. 진영희 같아 보이셨던 것 같다.

Q_미국에 살기는 했지만 영어 연기는 처음이다. 힘들지는 않았나?

필리핀 영어는 다르다. 필리핀 억양을 살리려 실제 필리핀 배우를 만나서 티칭 받고 싶었다. 필리핀에 사는 교민 역할이니까. 그런데 그렇게까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노력은 했으나 생각만큼은 안 됐다.

영어로 연기하는 게 인생 처음이었고, 몇 씬 안 됐지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나름 준비를 많이 했다. 남편 도움도 많이 받았는데, “영어를 한국말처럼 하라”고 하더라. 최민식 선배님 영어가 그런 영어다. 정말 한국말처럼 들린다. 사실 연기가 기본이다. 말하는 소리만 다르게 나갈 뿐. 그런 걸 이번에 알았고, 다음엔 더 잘할 수 있다. 나름대로 느끼고 배운 게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 “(영어 연기)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요”가 아니라, 다시 하고 싶다. (영어 대사라) 상대방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 대신 눈빛과 호흡에 집중하게 되더라. 그래서 새로운 게 나왔다. 나중에는 영어를 더욱 유창하게 하고 싶다.

한국 드라마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 예전에는 아시아 배우로 통칭됐다면 지금은 한국 배우를 따로 생각한다. 그들은 이미 우리가 네이티브가 아니라고 인정하고 있다. 지금은 “코리안식 영어를 해” 라고 주문한다고 하더라. 미국 배우들도 각 나라식 영어 억양을 다르게 표현한다. 그래서 (한국 배우에게) 더 기회가 많아졌다.

Q_알아보는 사람이 많았는지?

필리핀에 2주 있었는데 너무 많이 알아 보시더라. 마스크 쓰고 있는데도 알아보셨다, ‘스퀴드게임’이라고. 식당에 가도 저 보려고 서 계시고, 제가 뭐라고. 배우 생활 하면서 겪어본 적이 없다. 최민식 선배님이 저를 불러서 “사진도 좀 찍어주고 그래 인마” 그러셨다. 오히려 한국에서보다 필리핀에서 더 느꼈다. 저를 보고 설레 하시는데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 지금도 (알아보시는 게 ) 어색하다. 요새도 지하철 타고 다니는데 한국에서는 배려를 해주시는 건지 편하게 걸어다닌다. 주로 2호선 타고 다닌다. 제가 운전을 잘 못해서.

Q_’오징어게임’ ‘연매살’에 이어 ‘카지노’에서 허성태와 세 번째로 만났다.

감독님이 일부러 (그 씬을) 넣으신 거 같은데, 전 따로 물어보지는 않았다. 굳이 진영희가 없어도 되는 자리이지 않았나. 만나서 그냥 “왔어?” 했다. 허성태도 (필리핀에서) 많이 알아봤다고 하더라.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에서 허성태와 만난 것은 의도된 거였다. 시청자를 위한 일종의 재미였다.

Q_170명의 캐릭터가 나오는데, 여성 캐릭터는 별로 없는 작품이었다.

어느 작품에서든 돋보이려고 연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카지노’는 차무식 중심의 서사라는 것을 알고 들어간 것이고, 작품 자체가 저의 흥미를 끓었던 거다. 감독님들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강윤성 감독님은 현장에서 대사도 많이 바꾸시고, 배우들에게 마음대로 하라고 하시는 편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골격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많이 열어놓으신다. 저에게도 배우로서 소득이 있었다. 유연해질 수 있다는 것. 이번 작업을 통해 많이 배웠다.

배우의 욕심으로는 여성 캐릭터인 걸 떠나서 진영희 스토리 라인에 덧붙이고 싶은 게 있어 초반에 감독님께 얘기는 했다, 커트를 당하기는 했지만. 감독님은 모든 역할이 너무 드라마틱하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잘 표현하고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평범한 여자가 왜 살인사건에 휘말렸을까, 너무 뜬금없이 비춰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서 어떻게 하면 (시청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까 생각했다. 인간의 어리석은 면을 진영희가 보여준 것 같다. 물론 절대 평범한 여자는 아니다. 남자친구가 마피아 보스인 여자이지 않나.

Q_진영희, 실제 김주령과 비슷한 부분은 있나?

많이 다르다. 저는 진짜 겁도 많고 눈물도 많고. 아무리 남편과 사별해도 그런 남자친구를 마피아 보스를 사귀지는 않을 거 같다. 물론 이해는 한다. 타국에서 여자 혼자 살아나가기 쉽지 않으니, 나름의 방법이었을 거다. 하지만 김주령이라면 사별 후 정리하고 한국 들어왔을 거다. 물론 큰 일에 있어 대범하기는 하다. 사소한 일에는 결정장애가 있는데 큰 일은 결정을 잘 내리는 스타일이다.

Q_해외 로케 경험은 어땠나?

좋았다. 해외에 일하러 가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그걸 실현 시켜 준 첫 작품이 ‘카지노’다. 필리핀 현지 스태프들이 너무 친절하시고 일을 잘하셨다. 현장 진행을 정말 잘하셨다. 더위에 강한 편이어서 다른 스태프들은 더위로 힘들어 하셨지만 저는 필리핀 생활을 즐겼다. ‘3인칭 복수’를 같이 찍고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씬을 몰아 주셔서 필리핀에 2주 있었다. 해외 로케 또 가고 싶다.

Q_평범한 역할이 더 힘들지 않나?

워낙 같이 붙는 배우분들이 잘하시는 분들이라 ‘그냥 있으면 된다’ 생각했다. 그 분들이 같이 만들어 주신 거라고 생각한다. ‘삼겹살집 3인방’을 보고 어떤 분들은 ‘어처구니 없다, 수가 빤히 보인다’고 하시더라.

필리핀에서는 3인방과 주로 많이 이야기를 했다. 임형준 오빠가 수영하다 내려오라고 하면 가서 얘기를 나누고, 조식을 먹으면서 연기 얘기를 했다. 다른 배우분들도 앉으면 작품 얘기만 했다. 그냥 시덥잖은 얘기는 안 했다. 앉았다 하면 작품 얘기였다. 그래서 합이 좋았다. 그리고 다들 어떻게든 최민식 선배님 얘기 주워들으려 귀를 쫑긋 세웠다. 뭐라도 하나 건지려고.

Q_최민식과 만남은 어땠나?

대학 후배라고 특별하게 대하시지는 않았다. 모든 후배들에게 형같이 해주시는 분이라 후배 배우들이 좋아한다. 자기 것 하기도 힘드실텐데 그럼에도 늘 현장 분위기를 풀어주신다. 그런 건 있었다. 별 거 아닌데 분장하다 만나면 “밥 먹었어, 주령아?” 한마디 건네주시면 학교 후배라고 챙겨주시는 것 같고.(웃음) 제발 다시 (작품에서) 만나고 싶다. 중년 로맨스면 너무 좋겠다. 최민식 선배님과 중년 로맨스라면 열일 제쳐두고 하겠다.

‘카지노’에서 만나 너무 반가워 해주셨다. “잘돼서 너무 좋다. 너에게 앞으로 더 좋은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기왕에 배우 하는 거 잘해야 하지 않겠니? 돋보이기 위해, 인정 받기 위해서 연기하면 안 된다”라고 항상 말씀하셨다. 그 분이 어떻게 배우 생활을 해오셨는지 느껴지더라. 지나가는 말로 “동국대 나온 거 자랑스럽게 생각하라”고 말씀하시기도 하도. 현장에서 정말 멋있다. 보다보면 입이 벌어지면서 절로 ‘와’ 하게 된다.

Q_’오징어게임’으로 주목을 받게 됐는데,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오징어게임’ 전(연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터 배우 김주령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한땀한땀 정성스럽게 해나가고 싶다. 신인의 마음으로, 나이와 상관 없이 제 속도에 맞춰서 갈 길을 잘 가야 하지 않나. 예전에는 부대낌이 있으면 흔들리기도 하고 ‘내 길이 아니다’라고 생각한 시기도 있었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더이상 다른 것을 할 수도 없고. 그래서 제대로 하고 싶고,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좋은 배우가 뭘까 진지하게 생각한다. 예전에는 막연했다면 지금은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한다. 운동 같은 걸 제대로 해본 적 없는데 PT도 받고, 몸 근육을 탄탄하게 하면서 마음 근육도 탄탄하게 하려 한다. 이 일을 지치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가려면 온전히 설 힘이 있어야 하는데, 예전엔 코어 힘이 약했다면 이제는 꽉 잡고 가려 한다. 요새 다시 연기 책도 보기 시작했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 마음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이다.

얼마 전 남편이 제게 “당신 정말 좋은 배우고 그걸 스스로 알아야 한다. 당신이 한가지, 우아함을 갖췄으면 좋겠다”라고 하더라. 지금의 제가 내뿜는 열정, 에너지, 의지가 과하다는 거다. 균형감을 가지라는 얘기다. 일상에서, 또 연기에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우아함을. 의지와 우아함의 균형이 맞으면 좋은 배우가 될 거라고 하더라. 그 우아함이라는 단어가 많은 걸 내포하는 것 같다. 편안함과 겸손, 절제까지. 그걸 연기에도 적용을 시키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열정과 에너지, 그리고 우아함의 균형을 맞춰가는 배우 김주령, 인기에만 취해 들뜰 만도 하지만 오랫동안 연기해온 내공은 그의 코어를 바로잡게 한다. 남편의 조언대로 김주령은 앞으로 과함 없이 우아한, 일에서도 삶에서도 밸런스를 맞춰 롱런하는 배우의 길을 걸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저스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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