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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최민준 기자] 국민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에서 오랜 시간 안방극장의 웃음과 감동을 책임지며 큰 사랑을 받았던 짱구 엄마 역의 고(故) 강희선 성우가 세상을 떠났다.
과거 짱구 아빠 역을 맡았던 고 오세홍 성우가 암 투병 끝에 먼저 떠난 지 11년 만에 전해진 비보에 세대를 막론하고 추억을 공유해 온 전 국민이 깊은 슬픔에 잠겼다. 두 성우 모두 60대의 이른 나이에 암이라는 잔인한 병마와 싸우다 영면에 들었다는 공통점이 확인되면서 팬들의 가슴을 더욱 먹먹하게 만들고 있다.

4일 유족과 성우계에 따르면 강희선 성우는 이날 새벽 끝내 병석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향년 65세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지난 2021년 대장암 간 전이 진단을 받은 뒤 시한부 2년 선고를 받는 등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무려 47차례나 지속되는 고통스러운 항암 치료를 견뎌냈다. 투병 중에도 본업에 대한 책임감으로 녹음실을 찾았던 고인은 과거 방송 인터뷰에서 “만약 내가 이렇게 아픈데 이것마저 없었으면 제가 뭐로 버틸 수 있었을까. 내 직업을 너무 사랑해서 가능했고, 내가 짱구 엄마를 사랑해서 가능했다”며 작품과 캐릭터를 향한 깊은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거듭되는 병세 악화로 인해 지난해 8월 끝내 짱구 엄마 봉미선 역과 맹구 역을 후배들에게 넘겨주어야만 했다. 당시 투니버스 측은 “개인 사정”이라며 하차 소식을 전했으나, 고인은 건강을 회복해 반드시 마이크 앞으로 다시 복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기에 1년 만에 찾아온 갑작스러운 부고는 팬들에게 더 큰 상실감으로 다가왔다.

고인의 비보는 11년 전 우리 곁을 먼저 떠나간 ‘짱구 아빠’ 신영식 역의 고 오세홍 성우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지난 2015년 5월 22일 세상을 떠난 오세홍 성우 역시 구강암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이어가던 중 암이 기도와 간 등으로 전이되면서 63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사실 이들의 이별 징조는 그보다 앞선 2015년 4월, 케이블 만화 채널 투니버스 관련 블로그 게시판을 통해 먼저 전해진 바 있다.
당시 게시판에는 ‘짱구는 못말려’에서 아빠 역으로 열연하던 오세홍 성우가 건강상의 문제로 하차하며 성우가 교체된다는 청천벽력 같은 공지가 올라왔다. 이후 짱구 아빠 역은 성우 김환진으로 교체됐고, 오세홍 성우는 한 달 뒤 끝내 눈을 감았다. 그 또한 암 투병으로 신체적 고통이 극에 달한 상황 속에서도 짱구 녹음 작업을 끝까지 놓지 않으며 남다른 예술혼을 보여주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던 두 명품 성우가 모두 인생의 황혼기에 암이라는 같은 불행을 마주하고 끝내 대중의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는 사실은 깊은 탄식을 자아낸다. 1999년 국내 첫 방영 이후 현재까지 방영을 이어오며 우리 마음속 영원한 부모님으로 자리 잡았던 두 주인공의 목소리가 하늘에서 다시 재회하게 됐다.

거장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유족과 후배 성우들의 애도 물결도 눈물 속에 이어지고 있다. 고인의 발인을 마친 지난 6일, 아들은 개인 계정을 통해 1년 1개월 만에 병실에서 돌아와 안방에 놓인 어머니의 환한 영정사진을 공개하며 그리움을 전했다.
고인의 뒤를 이어 새롭게 짱구 엄마 역을 맡게 된 성우 소연 역시 개인 계정을 통해 “선배님. 이제 더는 고통이 없는 곳에서 평안하시길”이라며 조의를 표했고, “선배님의 열정과 신념을 평생 기억하고 따르겠습니다”라는 다짐으로 절절한 추모의 마음을 보탰다. 이외에도 남도형, 정성훈, 채의진, 김선혜, 홍시호 등 수많은 동료와 후배들이 고인과의 따뜻했던 추억을 되새기며 슬픔을 나누고 있다.

1979년 데뷔 이래 ‘세일러 문’의 세일러 비너스, ‘올림포스 가디언’의 헤라를 비롯해 외화 속 샤론 스톤과 줄리아 로버츠의 전담 목소리로 활약하고, 30년간 서울과 부산 지하철의 안내방송으로 매일 아침 시민들의 발걸음을 인도했던 고 강희선 성우는 이제 지상에서의 모든 고통을 내려놓고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비록 친숙했던 원래 부모님의 목소리는 이제 추억 속 음성으로만 남게 됐지만, 치열했던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마이크 앞에서 대중에게 온전한 행복을 선물하고자 했던 두 성우의 위대한 예술혼과 그들이 남긴 눈물의 유산은 수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기억으로 살아 숨 쉴 것이다.
최민준 기자 / 사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만화 ‘짱구는 못말려’, 오세홍, 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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