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박설이 기자]불과 일주일 사이, 분위기가 급변했다. 온통 ‘재벌집 막내아들’ 얘기였는데 금세 ‘더 글로리’가 그 자릴 꿰찼다.
#종영하자마자 잊힌 ‘재벌집’
지난 12월 말만 해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연예 뉴스는 온통 ‘재벌집 막내아들’이었다. 드라마 내용을 주제로 한 갑론을박, 배우들의 일거수일투족, 드라마 메이킹 영상 등 매사가 화제였다.
하지만 곧 판도는 뒤집혔다. ‘재벌집 막내아들’ 결말이 공개되자 용두사미라는 부정적이 반응이 나온 데다, 송중기의 열애로 화려했어야 할 드라마의 마지막은 흐지부지됐다.
그리고 ‘재벌집 막내아들’ 종영 5일 뒤인 12월 30일 ‘더 글로리’ 파트1 전편이 공개됐고, 대세는 바로 바뀌었다. ‘넷플릭스 TOP10 시리즈 1위가 바뀐 것은 물론,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비영어권) TOP 10 순위에서 3위를 차지했다.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K-드라마를 대표하는 두 사람, 김은숙 작가와 송혜교의 재회이자 이들의 새로운 도전에 제작 초반부터 글로벌한 관심이 쏠렸기 때문. 아니나 다를까 ‘더 글로리’는 공개와 동시에 작가와 배우의 네임밸류만큼이나 열렬한 대중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고양이도, 딸도 아닌, 나를 위해
‘백마 탄 왕자’와 사랑에 빠지는 평범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써온 김은숙 작가는 ‘존윅’ ‘테이큰’를 이을 복수극이 될 거라 자부한 ‘더 글로리’로 인기와 화제성을 동시에 잡으며 ‘역시 김은숙’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내고 있다.
‘더 글로리’라는 복수극이 인기와 화제성을 다 잡는 이유, 바로 공감이다. 학교 폭력은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다. 극중 고데기로 살을 지지는 류의 극악무도한 괴롭힘은 없을지 몰라도 카톡 감옥, 은근한 따돌림과 무시, 재산에 따른 계급 나뉨 등은 인간의 활용도와 필요도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는, 인간이 점차 ‘물화’ 되어가는 현실 속 실재하는 지옥이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또 누군가는 직장에서 폭력을 혹은 따돌림을 당하며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고, 대부분은 이를 지켜보는 방관자다. 빼앗긴 아기 고양이를 되찾으려 복수를 감행하는 ‘존윅’, 납치된 딸을 되찾고 악당을 응징하는 ‘테이큰’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가깝다. 누군가를 위한 복수가 아닌 피해자인 ‘나’를 위해 ‘나’의 인생 전부를 건 복수를 하는 일이기에 더욱 설득력이 있다.
누구나 어떠한 상황에서는 피해자가 될 수 있고, ‘되갚아 주겠다’고 다짐하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는 이가 몇이나 될까. 바쁘고 바쁜 현대 사회 속 ‘복수’는 생업보다 우선이기 힘들다. 그렇기에 ‘나’를 위해 기꺼이 인생을 걸고 복수하는 문동은(송혜교 분)의 도전에 대리만족을 느끼고, 더욱 공감할 수 있다.
#모두에게 영광이자, 인생 캐릭터
이 모든 상황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건 배우들의 호연이다.
‘태양의 후예’ ‘남자친구’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최근 세 작품이 모두 로맨스였던 송혜교는 ‘더 글로리’를 통해 배우 인생에 전환점을 맞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다. 고문 수준의 괴롭힘을 당해 영혼까지 부숴진 문동은은 얼굴에서 표정을, 눈에서는 총기를 지우고 김밥을 씹으며 복수 상대를 위에서 내려다본다. 생기발랄하고 러블리하던 송혜교는 문동은 그 자체가 돼 학폭 가해자인 고교 동창들을 옥죈다. 다른 배우가 이 역할을 맡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푸석하고 건조한 예쁜 얼굴에 살기와 분노를 품은 문동은의 분위기는 송혜교만이 낼 수 있다.
문동은의 과거를 연기한 정지소, 문동은의 가해를 주도한 박연진을 연기한 임지연과 박연진 아역 신예은의 연기도 복수극에 정당성과 개연성을 부여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다.
보는 사람이 다 괴로울 정도로 끔찍한 고문을 당하는 문동은을 연기한 정지소, 또 그 끔찍한 고문을 주도한 박연진 역의 신예은은 철저한 피해자와 철저한 가해자로 애매하지 않은 선명한 대립을 그려냈고, 모두가 문동은이 복수에 성공하기를 바라게 만든다. 성인이 된 박연진의 임지연도 완벽한 연기 변신으로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밖에 이도현, 염혜란, 박성훈, 정성일, 김히어라, 차주영, 김건우 등 ‘더 글로리’는 출연한 모든 배우에게 인생캐가 되에 충분한 강렬함으로 시청자들에게 각인됐다.
#러브라인? 또 다른 복수?
물론 아직 풀어야 할 숙제는 있다. ‘굳이 필요했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문동은과 주여정(이도현 분)의 서사 라인은 파트2에서 풀어야 할 숙제다.
또 아버지가 죽임 당하는 것을 목격한 주여정 역시 자신의 복수를 위해 움직일지, 또 문동은의 조력자인 강현남(염혜란 분)이 가정 폭력 가해자인 남편에게는 또 어떤 복수를 감행할지도 파트2에 그려져야 한다.
‘오징어 게임’ 이후 연이은 신작 흥행 실패로 침체일로를 걷던 넷플릭스의 구원자 ‘더 글로리’, 파트2가 공개될 3월까지 기세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 JTBC,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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