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박귀임 기자] 기억을 잃었다. 하지만 인기를 얻었다. 한예슬과 서인국이 그렇다. 두 사람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캐릭터를 열연하며 로코계의 대세 자리를 꿰찼다.
한예슬은 2006년 드라마 ‘환상의 커플’(홍정은 홍미란 극본, 김상호 연출)에서 안나 조 역을 맡았다. 안나 조는 재미 교포면서 막대한 부동산 건설 재벌인 리처드 조의 딸이지만, 기억상실증에 걸린 후 나상실로 살아가는 캐릭터.
서인국은 현재 인기리에 방송 중인 MBC 수목드라마 ‘쇼핑왕 루이’(오지영 극본, 이상엽 연출)를 통해 루이로 분했다. 루이는 철부지 왕자에서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고 한순간에 노숙자가 된 인물.
특히 한예슬과 서인국은 기억상실 전후 180도 달라진 삶을 맛깔나게 연기하며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두 사람은 망가지는 연기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예슬은 얼굴에 짜장을 가득 묻히기도 했고, 서인국은 땅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 먹기도 했다. 허름한 스타일까지 소화해내며 망가졌다.
한예슬이 연기한 안나 조와 서인국이 열연 중인 루이 캐릭터 배경도 비슷하다. 안나 조의 부모는 막대한 유산만 남기고 사망했다. 이에 안나 조 재산을 노리는 온갖 친척의 아부를 받으며 공주처럼 떠받들어지면서 컸다. 이에 천상천하 유아독존이 된 것.
루이 역시 마찬가지. 어린 시절 사고로 부모를 잃은 후 황금그룹 최일순(김영옥) 회장의 유일한 상속자로 과잉보호 받으며 귀하게 자랐다. 숨 막히는 보호와 감시로 쇼핑에 푹 빠질 수 있었고, ‘쇼핑왕’이 됐다.
기억상실증에 걸렸지만 안나 조와 루이의 과거 습관은 남아 있었다. 이에 한예슬은 건방진 말투와 독설로, 서인국은 타인을 부리는 모습으로 각각 캐릭터의 특징을 살리며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두 사람의 엉뚱한 매력이 더욱 배가된 셈.
뿐만 아니라 안나 조와 루이는 극중 장철수(오지호) 고복실(남지현) 등과 엮이면서 서서히 변화했다. 과거 자신만 알던 이기적인 모습을 벗고, 사람의 중요성과 예의, 그리고 정을 깨달았다. 두 사람은 기억상실을 통해 시청자들에게도 기대 이상의 의미를 전달했다.
이렇듯 한예슬과 서인국은 기억상실증 연기를 하면서 큰 사랑을 받았다. 한예슬의 대표작하면 ‘환상의 커플’을 빼놓을 수 없고, 이를 통해 ‘로코퀸’ 수식어를 달았기 때문. 서인국 역시 ‘쇼핑왕 루이’로 ‘로코킹’으로 거듭나고 있다.
기억상실증 연기로 로코계의 역사를 다시 쓴 한예슬과 서인국이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집중된다.
박귀임 기자 luckyim@tvreport.co.kr / 사진=TV리포트 DB,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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