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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호진 PD, KBS 남긴 장문 편지 “9년 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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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손효정 기자] 유호진 PD가 KBS를 퇴사하며 사내 게시판에 장문의 편지를 남겼다. KBS 사내에서 귀감이 되고 있다.

유호진 PD는 KBS 마지막 출근 날인 지난달 30일 인트라넷에 “퇴직인사 드립니다”는 제목으로 장문의 소감 글을 남겼다. KBS의 한 관계자는 “보통 퇴사하는 사람 대부분이 이런 글을 남기지 않는다. 처음이고, 감동했다”면서 그의 됨됨이를 칭찬했다. 이와 함께 유호진의 앞날을 응원했다.

유호진은 자신이 KBS를 다닌 지 9년이 됐다며 “9년이라면 대선배님들께서는 ‘생각보다 회사 얼마 안 다녔구나’ 생각하실 수도 있는 기간이지만, 그래도 9년이면 초등학교 입학한 아이가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는 긴 시간이기도 하여… 본사를 떠나는 마음이 서운합니다. 텔레비전 제작의 덧셈과 뺄셈도 모르던 제게 많은 가르침을 주신 덕에, 이제 더 큰 공부를 하러 객지로 떠날 준비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라고 소감을 전하며, 첫 출근 날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유호진은 자신을 ‘운이 좋았던 사원’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1박2일 시즌1’에서 병약한 이미지로 얼굴이 팔렸던 것부터 시작해, 최근의 프로그램을 별탈 없이 마무리한 것까지, 저는 무척이나 운이 좋았던 사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사실 요즘은 제가 이 같은 상찬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자주 고민하게 됩니다”라면서 도움을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인사를 표했다. 이와 함께 12월 1일부터 ‘몬스터 유니온’에서 일한다고 밝혔다.

유호진 PD는 2008년 34기 공채 프로듀서로 KBS에 입사했다. ‘1박2일’ 시즌1 당시 막내 PD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달빛 프린스’를 연출했으며, ‘김승우의 승승장구’, ‘우리 동네 예체능’ 등을 공동연출했다. 2013년 ‘1박2일’ 시즌3 메인 PD로 발탁됐다. ‘1박2일’의 제2의 전성기를 이끌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12월 1일부터 KBS의 자회사 유니온 몬스터에서 근무 중이다.

다음은 유호진 PD가 올린 글 전문

선후배님들께 퇴직인사 올립니다. 안녕하세요. 예능국 34기 PD 류호진입니다. 늘 후배들의 결혼식 안내만 올리던 곳에 뜻밖의 인사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좀처럼 상상해 본 적 없는 일이지만, 그래서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실감이 나지 않지만…오늘부로 정들었던 본사를 떠나게 되어, 지난 9년간 보살펴주신 선배님들과 후배님들께 송구한 퇴직의 인사를 올립니다.

9년이라면 대선배님들께서는 ‘생각보다 회사 얼마 안 다녔구나’ 생각하실 수도 있는 기간이지만, 그래도 9년이면 초등학교 입학한 아이가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는 긴 시간이기도 하여… 본사를 떠나는 마음이 서운합니다. 텔레비전 제작의 덧셈과 뺄셈도 모르던 제게 많은 가르침을 주신 덕에, 이제 더 큰 공부를 하러 객지로 떠날 준비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서른 되도록 직장을 구하지 못 하던 제가 처음 본사에 출근하던 날의 설렘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처음 사원증을 받았을 때 동기들과 찍었던 기념 사진이라든가, 회사에서 무심히 밥과 술을 사주시는 선배님이 알고 보면 대한민국의 콘텐츠와 보도를 좌우하는 커다란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사실에 새삼 놀라곤 했던.. 그런 신입 시절의 마음을 요즈음 새삼 떠올리게 됩니다.

‘1박2일 시즌1’에서 병약한 이미지로 얼굴이 팔렸던 것부터 시작해, 최근의 프로그램을 별탈 없이 마무리한 것까지, 저는 무척이나 운이 좋았던 사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당시에는 마뜩치 않았던 경우도 있었지만요 ^^;) 그러다 보니 사실 요즘은 제가 이 같은 상찬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자주 고민하게 됩니다. 비단 프로그램의 배정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을 도와주시는 피디 선배들과 조연출들 그리고 스튜디오와 촬영, 편집, 재무, 미술, 안전관리 등 수많은 부서에서 노련하고 관대한 선배님들을 만났던 행운…덕분에 제 허술함과 나태함을 들키지 않고 겨우 일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회사를 다녔던 10년은, 사실 방송국이라는 곳… 그리고 미디어와 컨텐츠라는 산업이 격랑에 휩쓸렸던 시기였습니다. 신입사원 연수를 받던 무렵 제가 이렇게 일찍 회사를 떠나게 될 것을 예상하지 못 했던 것처럼, 저는 장차 세상 사람들이 뉴스를 핸드폰으로 보거나, 5분짜리 웹드라마로 시간을 죽일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 했습니다. 염천에 신관 계단에 앉아 미디어법의 통과에 대해 항의하던 여름과, 가까운 형들이 회사를 떠나 다른 곳에 자리를 잡던 수많은 환송회의 날들을 생각합니다. 대선배들이 회상하시던 대중문화의 황금기와 텔레비전의 영광이 이젠 없는 것일까, 라는 생각 때문에 괜한 박탈감을 안주삼아 동기들과 맥주를 마시던 ‘비트’의 술자리들도 떠올립니다.

그러나 회사를 감히 먼저 떠나는 요 며칠의 밤에 바라본…본관의 정면에서 빛나고 있는 회사의 로고는 어찌나 멋지던 걸까요. 역사 깊은 건물과, 어수선한 밤을 밝히는 푸른 그 로고를 한참이나 바라보았습니다. 예전에 회사를 먼저 옮긴 신원호 선배가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회사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낡았다고 투덜대던 본사의 사옥이 그렇게 멋있어 보이더라고. 오랜 역사와 규모, 그 속에서 밤을 밝히며 일을 하고 있을 수많은 전문가들… 안에 있을 때는 그저 당연하여, 느리고 낡았다 투덜거릴 뿐이었던 그 조직에 대해… 사실 원호 형은 큰 긍지를 갖고 있었던 게 아닐까요. 지금 새삼 느끼는 서운함을 통해, 제가 이 회사에 대해 가졌던 긍지의 크기를 확인하는 것처럼요. 미드 ‘뉴스룸’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를 빌린다면 ‘우리는 미디어 엘리트이기 때문’ 아닐까 합니다. 저를 그 일원으로 인정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테이프 납고가 늦어 자주 드나들었던 주조정실, 새벽에 퇴근할 때 차고에 늘어선 믿음직한 중계차들, 조용필과 서태지가 공연을 했었다는 TS-15와 KBS홀. 저녁 때는 무서워서 함부로 들어가지도 못할 만큼 분주하던 보도국, 늘 평화롭고 따뜻하던 라디오 스튜디오. 어쩌면 이렇게 다양한 얼굴을 가진 회사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공간에서…저는 우리 회사가 가진, 우리 회사만이 가진 힘과 능력, 그리고 의무 같은 것을 느끼곤 했었습니다. 세상은 변했지만, 여전히 KBS는 멋진 회사임에 틀림없고, 그래서 또한 떠나는 마음이 이처럼 서운하고 불안한 게 아닌가 합니다.

저는 12월 1일부터 상암동 KBS 미디어 센터에 위치한 자회사 ‘몬스터 유니온’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본사를 퇴직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이 미디어 그룹의 일부로서 다음 시작을 할 수 있음에 큰 감사를 느낍니다. 저는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는 미디어 엘리트의 집단, KBS의 힘과 긍지를 믿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작은 힘이나마, 곁에서 보태고 싶습니다. 과분한 기회와 사랑을 주신 모든 선후배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값어치 있는 인간으로 계속 일하겠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손효정 기자 shj2012@tvreport.co.kr/ 사진=KBS, 인트라넷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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