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예나 기자] 어느 순간 정체성이 모호해졌다. 완전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진지는 오래. 멤버 변화가 잦았고, 댄스그룹에서 밴드로 외형에 변화를 줬다. 하지만 라이브 무대를 감상하기란 쉽지 않았다. 기껏 합주 연습을 하더니, 댄스 퍼포먼스로 노래를 알렸다.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는 그룹 원더걸스가 해체 수순을 밟는 중이다. 10주년을 기념하는 이벤트 마련이 아닌, 해체 준비라니. 팬들은 물론 업계에서도 당황스런 기색이 역력하다.
원더걸스는 K팝을 이끈 1세대 한류 그룹으로 JYP엔터테인먼트를 대표하는 아이돌이다. 데뷔부터 주목받은 원더걸스는 국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국민여동생으로 올라섰다. 그 와중에 미국 시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원더걸스를 통해 경로를 개척하고, 영역 확대하겠다는 박진영 프로듀서의 야심이었다. 뚜렷한 성과를 얻진 못했고, 도전에서 의미를 찾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 사이 원더걸스의 국내 인기는 뚝 떨어졌다. 굳건할 줄 알았던 팬덤도 분산됐다. 힘든 건 멤버들도 마찬가지. 미국 활동을 접고, 국내로 돌아온 후 내부 변화가 컸다. 선미 탈퇴를 시작으로 선예, 소희가 차례로 원더걸스를 떠났다. 유빈과 혜림이 원더걸스로 잇달아 투입됐다.
원더걸스에게 멤버 교체는 낯선 그림만도 아니다. 2007년 2월 데뷔한 원더걸스는 그해 9월 멤버 현아가 이탈했고, 원더걸스의 변화는 거듭됐다. 심지어 2010년 탈퇴했던 선미가 재합류하는 이례적 선택까지 보였다.
원더걸스는 댄스로 주목받은 걸그룹이지만, 갑작스레 걸밴드로 컴백했다. 2015년 8월, 2016년 7월에 차례로 앨범을 발매했다. 그 때마다 멤버들은 밴드로 전향한 것에 벅찬 마음을 내보였다.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음원차트 1위를 찍으며 원더걸스의 저력을 발휘했다. 컴백 인터뷰 당시 멤버들은 합주할 때 느꼈던 감정을 일일이 열거하며 록페스티벌 초청을 꿈꾸고 있었다.
정작 원더걸스는 무대 위에선 악기를 내려놓았다. 악기는 비주얼을 위한 액세서리에 가까웠다. 직접 연주하고 녹음을 했다고 자랑했던 원더걸스. 팬들을 위해 밴드 무대, 댄스 무대를 동시에 연습했다고 했다. 그러나 원더걸스는 방송에서 댄스 무대에 주력했다. 원더걸스에 익숙한, 아직은 더 자신 있는 무대를 택한 셈이다.
그리고 2017년 1월, 원더걸스는 또 다른 선택을 앞두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 대신, 새로운 소속사를 물색 중이라고 한다. 물론 JYP엔터테인먼트와 인연을 유지할 수 도 있다. 다만 멤버들마다 지향점이 달라 함께 원더걸스로 존속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것. 이와 관련해 JYP엔터테인먼트 측은 “관련 사항에 대해 논의 중이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진작에 깨진 완전체, 잇단 변화 속에 갈피를 잡지 못한 정체성, 각자 원하는 바가 다른 잔류 멤버들까지…데뷔 10주년을 맞은 원더걸스의 현실이다.
김예나 기자 yeah@tvreport.co.kr /사진=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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