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예나 기자] 주연을 몇 번 맡았다. 그랬더니 세상이 달리 보였나. 설마 현실 세계에서도 주인공이 됐다고 믿은 건가. 왜 하필, 약도 없다는 배우병이니.
시작도 하기 전에 드라마를 망치기로 작정한 걸까. 주연배우니까 제멋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을 한 건지. 김정현이 태도 논란을 넘어 인성까지 의심케 하는 모습이 드러났다. 물론 소속사 측은 관련자들에 거듭 읍소했지만, 딱히 수긍되지 않는 상황.
지난 20일 MBC 새 수목드라마 ‘시간’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드라마를 취재진에게 가장 먼저 선보이기 위한 자리다. 제작발표회는 대다수 드라마가 시작될 때 마다 빠짐없이 이뤄지는 가장 큰 홍보 수단이라 보면 되겠다. 그래서 주요 배우들과 제작진이 참석한다. “우리 드라마 잘 부탁드립니다”하고 고개숙여 인사하는 필수 행사다.
그곳에서 김정현이 주연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 얼추 백명이 넘는 기자들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을 까발린 셈이다. 극중 시한부 연기를 선보인다는 김정현은 현장에서 절대 웃지 않았다. 마치 화가난 듯 인상이 굳어있었다. 신인이라 긴장했을 수 있겠다는 핑계를 억지로 끼워 넣는다고 해도, 도무지 납득되지 않았던 그의 표정.
심지어 또 다른 주연배우 서현마저 난감하게 했다. 커플 포즈를 위해 서현은 김정현에게 팔짱을 끼려고 했다. 하지만 김정현은 이 마저도 거부했다. 거절당한 서현이 가장 당황했을 테지만, 10년 넘은 노련미로 자연스럽게 대처했다. 보는 이들이 오히려 기겁할 만한 그림이었다.
더 가관인 건, 김정현의 답변. 행사내내 무표정 짓는 것을 묻는 기자에게 김정현은 자신의 연기 집중력에 대해 꺼내놓았다. “어떤 순간이든 김정현이란 인물이 나와서 선택하는 것을 견제하고 있다. 역할에 몰입해서 그랬다”고 답변했다. 아마 본인은 철학이 담긴 배우라 생각했을 테지.
김정현만의 기준대로 풀이해준다면, 그는 결코 연기에 능숙하지 못한 배우다. 이날 김정현은 분명 배우 김정현으로 나섰어야 했다. 시한부 인생의 캐릭터를 맡는 중에는 그 흐름에 맞춰서, 제작발표회 중이라면 그 상황에 맞춰서 유연하게 연기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김정현은 시종일관 시한부 남성일 뿐이다. 평생 시한부 역할만 할 것도 아니면서.
2015년 영화 ‘초인’으로 데뷔했다는 김정현. 또래 배우들에 비해 순탄하게 필모그래피를 쓰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주연을 맡았다. 실력도 꽤나 쌓았을 테고, 현장 시스템도 익혔을 테고, 무엇보다 어떤 배우가 오래 가는지도 직접 눈으로 봤을 테지.
연예생활을 시작하면, 많은 이들이 달라진다. 아니 변한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일반인에서 연예인으로 옮겨타는 순간 그 간극은 인지도에 따라 엄청나다. 그래서 연예인과 근거리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이 기함하는 에피소드는 수두룩하다. ‘연예인병’을 앓고 있는 스타들 탓에 숨죽인 채 울며 일 해야하는 주변인들.
업계 안에 우스갯소리로 가장 치명적인 증상은 ‘배우병’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그 원인은 딱히 발견할 수 없어 더 안타깝다. 그저 치료약이 아무 것도 없어 무서운 것. 왜 반짝스타가 생겨나겠는가. 순간 반짝였다가, 순식간에 소멸되는 그런 부류들. 현실감각이 없다면 김정현, 그 누구에게도 쓰일 타이틀 되겠다.
김예나 기자 yeah@tvreport.co.kr/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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