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예나 기자] 여느 로맨스 프로그램이 그렇듯이, 진짜를 담는 건 쉽지 않을 거다. 익히 알고 있지만, 몰입하는 순간 판타지와 현실을 헷갈린다. 그래서 이번에도 깜빡 속을 뻔 했다. ‘하트시그널’은 100% 리얼이라고.
채널A ‘하트시그널’은 지난해 대박에 힘입어 시즌2를 방송 중이다. 얼추 출연자들 사이 화살표 방향이 확실해졌다. 종영이 머지 않았다는 시그널이다.
지난겨울 남자 넷과 여자 넷은 한달 남짓 된 기간 동안 한 집에서 살았다. 촬영은 진작 마쳤고, 이미 커플 매칭도 끝났다. 실제 커플 여부에 대한 소문이 자꾸 새어나오니, 방송에 대한 관심은 더 사그라질 수가 없겠지.
그런데 지난 1일 방송분이 그런 기류에 찬물을 끼얹었다. 시그널하우스에는 오직 여덟 만이 동고동락한다는 전제로 이뤄졌다. 그래야 ‘하트시그널’이 오고갈 수 있는 환경이 되니까. 그러나 화면에는 제작진이 드러났다. 근거리에서 이들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단순 편집 실수라고 보면 되겠지만, 시청자들은 그렇게 되지 않는 모양.
하필 문제의 장면이 김현우와 오영주 틈에서 벌어졌다. 김현우가 오해하는 오영주의 마음을 풀어주고, 애틋하게 고백하는 순간이었다. 속삭이듯, 부끄러운 듯 김현우와 오영주는 단둘이 감정을 공유했다. 버젓이 제작진이 보는 앞에서.
김현우와 오영주가 둘만 바라보느라 주변 환경을 신경쓰지 않았을 수 있다. 서로에게 너무 집중한 나머지, 제작진을 의식하지 못했을 수 있다. 그럼에도 개운치 않다. 김현우와 오영주가 밀어를 나누는데 난데없는 불청객이라니.
‘하트시그널’ 출연자 여덟은 일반인이지만, 결코 일반적이지 않다. 주변에 흔히 있을 것 같지만, 어느 것도 흔하지 않다. 연예인과 견줄 정도의 외모도, 화려한 스펙도, 드라마 대본 속 지문과 대사보다 더 드라마틱한 구성도.
그래서 더 달아올랐다. 시청이상의 감정이입이었다. 드라마는 아니니까, 리얼 로맨스라고 하니까 실제라고 믿고 싶었을 테지. 내 것은 아니지만, 내 것처럼 투영해서 인물 하나하나에 캐릭터를 부여했다. 그리고 현실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대리만족하고 있었다. ‘하트시그널’ 팬들이라면, 그랬다.
하지만 ‘하트시그널’은 시청률 성적표를 받고, 그에 따라 광고비를 책정받는 TV프로그램이다. 상업적인 시스템으로 기획되고, 그 상황에 따라 진행된다.
물론 드라마는 아니다. 설정은 있을 수 있지만, 대본은 없을 테니까. 그저 남자주인공 김현우, 여자주인공 오영주 그리고 삼각관계를 이루는 임현주를 주축으로 이뤄진 판타지쯤으로 보면 되겠지.
김예나 기자 yeah@tvreport.co.kr/사진=채널A ‘하트시그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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