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손효정 기자] 결혼 3개월차의 배우 민지영. 지난 3일 방송된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서 행복과 불행을 함께 전했다. 먼저, 민지영은 허니문 베이비를 가진 사실을 시아버지의 칠순 잔치에서 밝혔다. 그러나 곧이어 유산 소식을 전했다.
방송을 보면서, 기자이기 이전에 같은 여자로서 슬픔을 느꼈다. 그 잔상이 남아있었기 때문일까. 4일 SBS 방송국에서 우연히 민지영을 만났다. 라디오 ‘세상의 모든 소리’ 방송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라고 했다.
이전의 인터뷰로 인연이 있어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는데, 다행히도 민지영은 반갑게 맞아줬다. 이에 잠시 차 한 잔을 마시며 속 깊은 대화를 나눴다.
민지영은 최근 라디오 방송 활동을 하면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청취자와 호흡하면서 힐링을 한다고. 그러나 그가 이렇게 세상과 다시 소통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민지영은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서 나왔듯이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민지영은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두 번째 촬영 전,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임신에 대해 양가 부모님한테도 말씀을 안 드릴 정도로 조심스러웠다. 40세의 늦은 나이에 임신이다 보니 혹여 잘 못 될 가능성도 있었다. 안정기에 접어들고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했다.
민지영은 임신 후 세상의 중심이 아이가 됐다고 밝혔다. 자신보다도 아이만을 생각했다고. 더 이상 방송 활동을 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그는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출연을 거절하기 위해 PD와 작가를 찾았다. 그러다가 제작진의 설득에 촬영을 이어가기로 했고, 때마침 시아버지의 칠순을 앞두고 있어 그때 임신 사실을 공개하기로 결심했다.
“올해 친정 부모님, 시부모님 칠순이 다 있어요. 저와 형균 씨가 1월 28일에 결혼했는데, 부모님께 칠순 선물을 해드리자는 생각으로 그때 결혼 한 거예요. 그런데 결혼식이라는 큰 행사를 치렀기 때문에, 친적분들을 불러서 칠순 잔치를 크게 하기가 죄송스러운 거죠. 그래서 제가 임신 전에 시아버지 칠순을 챙겨드린다고 했는데, 입덧이 너무 심해서 음식을 차릴 수가 없었어요. 어느날 친정 엄마한테 너무 몸이 안 좋아서 못 차릴 것 같다고 했는데, 엄마가 결혼하고 처음인데 성의없이 식당에서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엄마가 나서서 도와주시러 오신 거고, 방송에 나왔듯이 엄마도 그날 임신 사실을 아셨어요.”
특히 민지영은 시부모님이 손주를 누구보다 원한다는 알고 있기 때문에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임신 사실을 밝힌 것. “이전부터 시어머니께서 엽산도 챙겨주시면서, 아이를 원한다고 많이 표현하셨어요. 시아버님 칠순에 상차림도 해드렸는데, 소원이 뻔히 뭔지 알고 있는데 말을 안 할 수 없더라고요. 시아버지 생신 선물로 짠하고 공개했을 때 얼마나 좋아하실지 상상도 했었고, 방송이 5월에 나가기 때문에 그때는 임신 5개월에 들어섰기 때문에 알려져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민지영의 예상대로 시부모님은 매우 기뻐하고, 행복해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주 뒤 민지영은 유산 소식을 전하게 됐다. 그는 “병원에서는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했지만, 제가 아이를 지키지 못한 것 같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펑펑 흘렸다. 이는 보는 시청자를 안타깝게 했다. 민지영은 인터뷰에서도 떠나보낸 아이에 대한 미안함을 전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너무 갑자기 찾아왔던 허니문 베이비. 정말 값지고 감사했기 때문에 누구한테 자랑하기도 아까웠고, 조심스러웠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하혈이 있기 시작하면서 힘든 상황이 왔어요.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유산방지제도 맞고,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 1분 1초가 너무 힘들었어요. 병원에서는 아이가 잘못됐다고 해서 수술을 하라고 했는데 받아들일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런데 피부에 뭐가 나고 몸에 반응이 오더라고요. 결국 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고, 아이를 지킬 수 없었어요.”
민지영은 스튜디오 녹화를 할 당시에는 마음을 추스르기 전으로 많이 불안했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남편 김형균 덕분. 김형균은 민지영을 위해 일부러 더 밝은 모습을 보이며 수많은 밤 위로를 해줬다. 민지영은 남편이 있어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고, 부부는 더욱 끈끈해졌다.
“신랑이 그렇게 아파하면서 우는 모습을 처음 봤어요. 그런데도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매일 일하는 신랑을 보면서, 용기를 가질 수 있었어요. 나도 빨리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우리의 가정이 신혼인데 불행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의 행복한 가정을 위해 일어서야겠더라고요.”
민지영이 위로받은 또다른 사람들이 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 민지영은 유산 후 힘들었을 때, 방송 후 응원의 메시지가 쏟아졌을 때, 그들의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아이를 지키고, 이별하는 과정에서 유일하게 위로받은 것이 맘카페였어요. 나와 같은 아픔 가진 사람들을 보면서 위로를 받았어요. 유산 때문에 아파하는 젊은 엄마들이 많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됐고, 하다 못해 유산 수술로 링겔 맞는 순간에도 맘카페의 글을 읽었어요. 같은날 수술한 사람의 글을 읽으면서 희망을 갖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방송에 나가기로 결심했어요. 제 마음이 다 전달되지는 않겠지만,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에게 위로를 해주고 싶었어요. 희망을 갖고 긍정적으로 파이팅하자고, 내가 받았던 위로를 전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용기를 내서 나갔더니 또 같은 아픔을 가진 분들이 많이 위로를 해주시더라고요. 아까도 댓글 읽으면서 울었는데,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위로를 받은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민지영은 임신 후 1분이 10년 같았는데, 아이와 이별한 후 모든 시간이 멈춘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대로 멈춰버릴 것 같았던 민지영의 시계는 최근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민지영은 “멈춰버린 세상 속에서 나오는 것이 힘들었지만, 한 번 용기 내서 나오니깐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지영은 조금씩 밝아지고, 세상에 한 발씩 내미는 중이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이제 그녀의 인생에 꽃길만 펼쳐지길 응원한다.
손효정 기자 shj2012@tvreport.co.kr/ 사진=TV리포트 DB,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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