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한국영화가 올해도 아카데미 시상식 진출에 실패했다.
14일(현지시각)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 측은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오를 1차 예비 후보 9편을 발표했다. 한국영화 대표로 출품된 ‘택시운전사'(장훈 감독)는 고배를 마셨다.
이번 예비 후보에는 ‘판타스틱 우먼'(칠레), ‘인 더 페이드'(독일), ‘폭스트롯'(이스라엘), ‘디 인설트'(레바논), ‘온 보디 앤 소울'(헝가리), ‘러브리스'(러시아), ‘펠리시테'(세네갈), ‘더 운드'(남아프리카공화국), ‘더 스퀘어'(스웨덴)가 선정됐다. 아카데미 측은 이 가운데 5편의 최종 후보작을 선정한다.
아카데미시상식 외국어영화 부문에는 매년 80개 국에서 출품작을 내놓으며 그중 다섯 작품이 최종 후보로 선정된다. 한국영화는 지난 1963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시작으로 ‘마더'(봉준호 감독), ‘맨발의 꿈'(김태균 감독), ‘고지전'(장훈 감독), ‘피에타'(김기덕 감독), ‘범죄소년'(강이관 감독), ‘해무'(심성보 감독), ‘사도'(이준익 감독), ‘밀정'(김지운 감독) 등이 오스카 문을 두드렸다.
대만 출신 이안 감독이 ‘와호장룡'(01)으로, 일본 다키타 요지 감독이 ‘굿바이'(09)로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는 동안, 한국영화는 후보는 물론 9편의 예비후보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최근 몇 년간 한국영화의 만듦새가 하향평준화 되고 있는 것도 문제이나, 선정 과정에도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한국영화 대표작 선정을 놓고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것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추격자’,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등을 제치고 선정된 ‘크로싱’, ‘빈 집’과 ‘올드보이’가 아닌 ‘태극기 휘날리며’가 한국영화 대표로 아카데미에 출품됐을 때도 일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됐던 바 있다. 멀리 갈 것 없이 지난해만 보더라도 LA비평가협회 등 수많은 해외영화제를 휩쓴 ‘아가씨’가 아닌 ‘밀정’이 선정돼 일부에선 의외의 결과란 반응도 내비쳤다.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심사위원단으로는 위원장 윤인호 감독(‘더 게임’, ‘아홉살 인생’)을 비롯, 곽영진 영화평론가, 박기주 매크로그래프 이사, 신혜연 영화제작자, 김성은 전 CG E&M 해외사업부장 다섯 명이 후보작을 심사했다.
심사위원단은 ‘택시운전사’에 대해 “한국의 특수성 뿐 아니라 아시아 인권과 민주화 과정을 잘 표현했으며,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휴머니즘으로 많은 세계인들에게 작품의 의미와 주제를 잘 전달할 것”이라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올해는 ‘택시운전사’ 외에도 ‘남한산성'(황동혁 감독), ‘특별시민'(박엔지 감독), ‘가려진 시간'(엄태화 감독), ‘살인자의 기억법'(원신연 감독), ‘악녀'(정병길 감독), ‘프리즌'(나현 감독) 등이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출품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좋은 영화의 절대기준이 될 순 없으나, 한국영화의 가치를 상업영화 본고장에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좋은 기회다. 칸영화제, 베를린영화제 등 예술영화 시장에서 충무로가 주목받고 있는 것과 달리, 작품성과 상업성을 두루 인정받을 수 있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단 한 차례도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는 사실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다.
90회 아카데미시상식은 2018년 3월 4일 열린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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