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예나 기자] 본인들조차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함께 본 시청자들도, 특히 아이유 팬들이 믿으려하지 않았다. 아이유를 제치고 생애 첫 1위 트로피를 차지한 라붐이니까. 하지만 투표 결과 라붐은 반칙을 하지 않았고, 더 이상 1위를 의심할 여지가 없어졌다. 결국 1위는 라붐 몫이다. 대신 라붐이 앞으로 제 실력을 보여주고, 인정받는 일만 남았다.
라붐은 3일 SBS러브FM ‘윤형빈, 양세형의 투맨쇼’에 출연했다. 지난 4월 28일 방송된 KBS2 ‘뮤직뱅크’에서 1위한 후라 라붐을 향한 관심은 뜨겁게 모였다. 당시 라붐은 선배 아이유를 2위로 밀어내고 얻은 성적이라 주목받을 수밖에 없던 상황.
이날 라붐은 “진짜 안 믿긴다. 소감 불릴 때 다 멍하니 있었다. 우는 멤버들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라붐도 소속사 측도 1위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순위제 음악프로그램의 경우 1위 가능성을 어느 정도 예측하고 무대에 오르기 마련. 하지만 라붐은 아이유를 상대로 트로피를 품게 될 거라 상상조차 못했다고.
그러나 현실은 라붐이 1위였다. 아이유의 팬들은 충격을 외쳤고, 공정성의 의심을 품었다. ‘뮤직뱅크’ 측에 투표 내막을 밝혀줄 것을, 라붐 측에는 사내기 의혹을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
라붐의 ‘휘휘’와 아이유의 ‘사랑이 잘(With 오혁)’이 1위 후보로 맞붙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라붐에게는 기회였다. 데뷔 4년차 라붐에게는 1위 후보 역시 감격스러웠을 테니. ‘휘휘’는 ‘사랑이 잘’에 비해 대중성도 팬덤도 현저히 낮았다.
그러나 라붐은 아이유에 비해 방송점수, 음반점수가 앞섰다. 아이유는 ‘사랑이 잘’로 방송활동을 하지 않았고, 선공개곡이라 음반 판매도 없었다.
결국 집계 오류라는 지적에 ‘뮤직뱅크’ 측은 “금요일 1위 결과는 전주의 통계로 화요일에 나온다. 정서상 라붐의 1위가 놀랄 수 있지만, 데이터로 볼 때는 문제가 없었다. 제작진은 나온 데이터로만 1위를 공개한다. 앞으로도 공정성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뮤직뱅크’를 향했던 의심의 시선은 라붐 측으로 옮겼다. 아이유 팬덤을 중심으로 시청자들은 라붐 1위 관련 기사에 악성댓글을 쏟아내며 분노를 표출했다.
라붐 소속사 역시 사건 진화에 나섰다. 지난 2일 라붐 소속사 글로벌에이치미디어 측에 따르면 라붐은 지난 2월 국내를 포함한 동남아시아에 가맹점을 두고 있는 떡볶이 광고 모델로 발탁됐다.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라붐의 새 앨범을 선물로 주는 이벤트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라붐의 앨범이 대량으로 구매됐다. 사재기 의혹을 해명할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 하지만 라붐 측은 광고 계약시 비밀유지조항에 의해 사전에 밝힐 수 없었던 것. 동시에 향후 라붐을 향한 악성댓글에는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목소리도 냈다.
이제 라붐의 1위를 향한 각종 의심은 어느 정도 거둬졌겠다. ‘뮤직뱅크’가 라붐을 편애한 것도, 소속사 측이 라붐의 앨범을 의도적으로 사들인 것도 아니다. 공교롭게 1위 후보에서 만난 아이유가 방송 활동을 안했고, 음반이 판매되기 전이었다. 이 모든 상황이 맞물리며 라붐은 갑작스럽게 1위 가수 타이틀을 얻게 됐다.
라붐은 “1위하면 소속사 사장님이 원래 소고기를 사주시기로 했다. 지금은 스케줄이 꽉 찼다. 활동 끝나면 사주실 것 같다”고 해맑게 웃었다.
1위를 차지한 라붐은 더 분발해야 한다. 팬덤을 기준으로 한다면 여느 신인 아이돌과 다르지 않다. 1위 가수에 어울리는 무대를 만들어야 하고, 대중을 향해 매력 어필도 해야 한다. 물론 이번 기회로 인지도는 껑충 뛰어 올랐다. 그 덕에 스케줄도 많아졌을 테다.
여전히 라붐의 1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이들이 많다. 그동안 라붐을 제대로 보지 못해서, 황당해서 그런 반응을 드러낼 수 있다. 라붐은 2014년 데뷔 후 꾸준히 달렸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못했을 뿐, 라붐은 부지런했고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솔직히 라붐의 이번 1위는 운이 좋았다. 다른 후보였던 아이유의 점수가 낮아서, 광고모델로 발탁된 업체의 프로모션이 모두 맞아떨어졌다. 그렇게 마무리짓고 넘어가면 될 일이다.
그럼에도 계속 라붐을 향해 욕을 내뱉고 싶다면, 법적 고소는 각오해야 할지도.
김예나 기자 yeah@tvreport.co.kr /사진=글로벌 에이치 미디어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