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인텔 비전 2024
I AI 반도체 ‘가우디 3’ 공개
I 네이버·인텔 공동 연구소
[TV리포트=한하율 기자] 최근 미국 반도체 기업 굴지의 강자로 뽑히는 인텔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칩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AI 칩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를 잡기 위해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엔비디아를 잡기 위해 지난해 도전장을 던진 AMD에 이어 인텔까지 경쟁에 참여하면서 AI 칩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네이버가 AI 사업 강화와 생태계 구축을 위해 인텔과 협력 중인 것으로 보인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9일 인텔은 미국 애리조나에서 ‘인텔 비전 2024’ 행사를 열고 새로운 AI 칩 ‘가우디 3’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2월 뉴욕에서 시제품을 선보인 지 4개월 만에 공개한 것으로 인텔은 이날 가우디 3에 대해 “엔비디아의 H100보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을 1.5배 더 빠르게 훈련할 수 있으며 전력 효율은 두 배 이상 높다”고 전했다. 가우디 3은 메타의 LLM인 ‘라마’와 아랍에미리트가 개발한 LLM ‘팔콘’ 등에서 테스트를 거친 후 공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텔의 최고경영자(CEO) 팻 겔싱어는 “가우디를 오는 3분기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서버업체인 델과 HP, 슈퍼마이크로 등이 가우디 3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H100은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로 AI 훈련 및 구동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의 AI 수요가 증가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을 보이는 H100의 가격은 4만 달러, 한화로 약 5,500만 원이다. 이날 발표에서 인텔은 가우디 3의 가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경쟁력 있는 가격과 업게 표준 네트워크 기술인 이더넷을 사용해 엔비디아의 제품과 비교했을 때도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발표에서 인텔이 직접적으로 H100을 겨냥한 새 칩을 내놓으면서 AI 칩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달아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12월 인텔은 최신 AI 칩인 MI300X를 출시했으며 AMD 역시 수치를 제시하며 “H100과 비교해도 성능이 뒤지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AMD의 칩은 현재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라클의 클라우드 시스템에 장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AI 칩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에 앞서 AI 기술 개발과 서비스 도입에 속도를 내는 네이버와 동맹을 맺은 것을 알려졌다. 이 동맹의 목적은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는 AI 반도체·인프라 생태계의 판도를 바꾼다는 것이다. 이른바 ‘反 엔비디아’ 세력이 만들어졌다.
지난 10일 정보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동수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담당 이사, 하정우 네이버 퓨처AI센터장, 권세중 네이버클라우드 리더 등 AI 부문의 핵심 인사들이 최근 ‘인텔 비전 2024’가 열린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인텔이 ‘모든 곳에 AI를 가져오다(Bringing AI Everywhere)’를 주제로 연 기술 컨퍼런스 행사에서 양사 관계자들이 협업에 대한 최종 조율을 하기 위함이다.
양사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연구소’를 설립해 엔비디아가 AI 칩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도전자인 인텔이 연합전선을 형성해 이에 대항할 계획이다.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는 이날 행사에서 “네이버는 아시아에서 엄청난 AI 모델을 구축한 대단한 회사”라고 기대를 여실히 드러냈다. 여기에 화답하듯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인텔과의 협업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인텔과 네이버의 협업은 인텔이 개발한 AI 가속기 가우디 3을 토대로 작동하는 오픈 플랫폼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고 확대하기 위해 움직인다. 이를 위해 인텔과 네이버는 이를 위해 공동 재원을 투자해 ‘AI 칩 연구소’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공동 연구소 설립에는 인텔 AI 전문 계열인 하바나랩스가 참여하고, 네이버에서는 반도체 연구진이 함께할 예정이다.
공동 연구소의 연구소장은 이동수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AI 담당 이사가 맡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AI 학습·추론을 위해 필요한 병렬 처리 소프트웨어 시장은 엔비디아 쿠다(CUDA)가 독점하고 있는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도 시장 80% 이상을 장악하면서 AI 가속기 개발 플랫폼까지 자연스레 석권하게 되어 사실상 엔비디아 독점 체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구매 협상력이 떨어지며 AI 개발 자체가 종속된다는 점도 인텔이 엔비디아를 견제하는 의도 중 하나로 확인됐다.
AI 시장의 현재 가장 심각한 문제는 GPU 확보로 보인다. 엔비디아 H100의 경우 주문부터 도착까지 50주 이상이 걸리고 저가 GPU인 A100은 단종된 상태여서 수요가 있어도 공급이 따라오지 못한다. 이는 네이버가 초거대 AI인 하이퍼클로바X를 업데이트하고 싶어도 하지 못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꼽힌다. 또한, 인텔이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이기도 하다.
네이버와 인텔은 AI 칩 생태계 확장은 물론, 커머셜 클라우드 구축을 목적으로 이를 위해 네이버클라우드는 ‘가우디 2’의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편, 네이버는 삼성전자와의 협력에도 돌입했다. 네이버와 삼성전자는 AI 추론용 칩 ‘마하 1’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I 삼성전자가 칩 디자인과 생산을, 네이버는 핵심 SW 설계를 맡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DS부문장 경계현은 “데이터 병목(지연) 현상을 8분의 1로 줄이고 전력 효율을 8배 높인 제품”이라고 마하 1을 소개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네이버는 올해 ‘마하 1’의 성능 검증 등 안정화 테스트를 진행할 방침이다.
한하율 기자 content_2@tvreport.co.kr / 사진=네이버 클라우드, 인텔, 네이버,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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