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NS를 노출 빈도 확대는 친밀감 증대
I 링크트인, X 인스타그램 활용이 많아
I 한국 사회는 ‘오너리스크’ 우려가 높아
[TV리포트=이효경 기자] 글로벌 기업 CEO가 SNS에서 미치는 영향력은 팝스타나 할리우드 배우 못지않게 게시물 하나하나 주목을 받는다.
애플 CEO인 팀 쿡을 비롯해 구글의 순다 피차이, 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아 나델라,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 등 미국 매그니피센트7(뉴욕 증시에서 강세를 기록한 7종목)을 중심으로 기술 대기업 수장들은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나 새로운 서비스와 기술을 공개하는 데 자신의 SNS 영향력을 사용한다.
이들의 계정을 팔로우하는 소비자들은 기업의 새로운 소식을 빠르게 접할뿐더러, 기업 대표의 OOTD(Outfit of the Day, 오늘 입은 옷), 점심 메뉴, 취미와 같은 정보에 꾸준히 노출될 경우 기업과 브랜드에 대한 내적 친밀감과 호감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마케팅업체 인플루엔셜이그제큐티브는 지난 2022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에서 선정한 500대 기업 CEO 가운데 70%는 1개 이상의 SNS를 보유하는 사실을 밝혔다. 이 조사에 따르면 다수의 CEO가 SNS 파급력의 기회를 모르지 않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포춘에 따르면 SNS를 사용하는 352명의 CEO 중 97%에 달하는 상당수가 링크트인을 사용하고 뒤이어 X가 31%, 인스타그램이 14%의 복수 이용률을 보였다. 링크트인은 세계 최대의 비즈니스 관련 전문 소셜 미디어 플랫폼으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파생된 기업이다. 링크트인의 다른 SNS와 가장 큰 차별점은 본인의 공적인 스펙을 작성하는 점이다. 보유한 특허, 논문 등을 작성할 수 있어 많은 기업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보이기 좋은 플랫폼이다.
CEO의 성향에 따라 온라인 활동 무대는 각각 다른 플랫폼을 이용한다. 진지하고 공개적인 내용이나 경영 철학과 목표와 관련한 담론을 즐기는 경우 링크트인이나 페이스북을 활용한다. 반대로 일상이나 취미 등의 사진을 곁들인 가벼운 소재를 다루는 글은 인스타그램을 주로 활용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경영대학원 클라우디아 말호트라 교수는 X를 사용하는 기업인 중 가장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게시물이 널리 확산하는 경우는 자사 제품 정보와 신제품 출시 관련 소식, 업계 동향 분석 등 사업 관련 정보를 게시하는 ‘비즈니스 전문가형’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문제와 관련한 CEO의 통찰력은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끄는 데 사용할 수 있지만 자신의 사업 분야에 대한 글보다는 빛나지 않는다”며 “팀 쿡 애플 CEO와 제프리 이멜트 전 GE CEO는 X를 통한 비즈니스 전문가형 SNS의 모범사례다”라고 주장했다.
그 예시로 팀 쿡은 올해 초 마이크로소프트에 시가총액 1위 기업의 자리를 내준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 그는 지난 2월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생일을 기념해 잡스의 사진을 X에 게시하며 “이 우주에 우리의 존재 이유는 작은 변화라고 남기기 위해서야”라는 글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팀 쿡의 행동을 AI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주주들의 비난 속에 ‘혁신의 아이콘’이니 잡스를 언급하며 추억을 끄집어내 상황을 변화하려는 의도로 분석했다. 팀은 곤두박질치는 애플의 주가와 8년 만의 신작인 ‘비전 프로’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국면을 맞이하자 나름의 ‘필살기’를 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 2024년도 3월 말 기준 중앙일보에서 조사한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기업 100곳을 조사한 결과 CEO가 SNS를 운영하는 곳은 24곳 정도다. 하지만 SK그룹 최태원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 사장 등의 소수를 제외하고 상당수의 계정이 오랜 시간 방치된 상태다.
한국 기업의 CEO가 SNS에 소극적인 이유는 ‘오너 리스크’를 우려한 측면이 가장 크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 문화 속 남들이 하지 않은 일은 굳이 안 한다는 조심스럽고 방어적인 태도를 보인 홍보전략을 꾀한다.
최근 기업 총수 중 유일하게 활발하게 SNS를 사용하던 신세계 그룹의 정용진 회장도 사용을 접었다.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마트 임직원 희망퇴직과 신세계 건설 영업이익 감소 등으로 위기를 맞이한 신세계 그룹의 계열사 사업을 챙기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과거에는 전문 경영인 체제에서 임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측면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경영 전면에 나서서 적극적인 지휘를 하는 모양새다.
더하여 지난 2일 신세계건설 대표 경질 인사 단행은 정 회장의 올해 경영 방침을 공고히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눈높이에 해당하는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면 누구든지 인사 처리가 진행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일각에선 정 회장이 안정적인 그룹 운영을 이어갈 때까지 당분간 SNS에서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분석한다.
이효경 기자 hyooo@fastviewkorea.com / 사진=뉴스1, 웰페어뉴스, 글로벌이코노믹, AFP, 게티이미지 코리아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