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국힘 위원장 사퇴로 ‘한동훈표 정책’ 좌초 위기
I 5월 29일 제21대 국회 임기 만료 동시에 자동 폐기
I 당 관계자, 한동훈 다시 정치계로 돌아올 것
[TV리포트=이효경 기자] 4·10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 힘이 범야권에 참패하면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사퇴를 하면서 법무부 장관 시절 추진에 나섰던 각종 사회 분야 주요 정책들 또한 줄줄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다음 달 29일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 계류 중인 법안들은 자동으로 폐기 처리된다.
한 전 장관이 진행했던 가장 대표적인 법안은 위험도가 높은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국가가 운영하는 시설로 제한하는,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의 거주지 지정과 관련한 법률)이다.
한 전 장관은 지난해(2023년) 10월 해당 법안을 입법 예고를 발표하면서, “조두순, 김근식, 박병화 등 아동을 대상으로 한 상습적이며 약탈적, 끔찍한 반인륜적인 행동을 저지른 고위험 성범죄자들이 출소할 때마다 국민들의 걱정이 하나씩 늘어났다”고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 입법 예고 발언 이후 헌법에 명시하여 보장된 거주 이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 소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으며, 야당에서도 반대에 나서면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의 입구에도 다가가지 못했다.
이 외에도 정부가 발의에 나선 흉악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새로 실시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 또한 법사위 회부 과정 이후 별다른 논의가 진행되지 않으며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이어 의원 입법으로 발의됐던 ‘출입국·이민관리청(이민청) 설립법’(정부조직법 개정안)도 한 동훈 전 장관의 역점 정책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한 전 장관은 지난해(2023년) 12월 국민의힘에서 개최한 정책 의원총회에 처음으로 참석하면서 이민청 신설 방안에 대해 직접 설명에 나서는 등 법안 필요성을 특히 강조해 온 바 있다.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민청 설립 취지에는 공감하는 태도를 보였으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며 반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여소야대 국회가 그대로 유지되자 법무부는 21대 국회 활동이 끝나기 전 비쟁점 법안 통과부터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올해 2월 국무회의를 통과 처리된 피해자의 재판기록 열람·등사 신청 권한을 강화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이 여야 모두 이견 없이 찬성하는 법안으로 꼽힌다.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는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재판부가 기록 열람권을 거부하는 입장을 고집하면서 피해 입증을 제대로 증명하지 못했다며 피해자의 재판기록 열람·등사 청구권 보장을 촉구에 나서기도 했다.
살인, 강도, 조직폭력 등 강력 범죄 피해자에게도 수사당국인 검사가 재량에 따라 국선변호사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특정강력범죄법 개정안’을 포함해 아동 살해 미수 시 살인죄를 적용해 처벌하던 기존의 법률을 형량이 더 심화한 아동학대살해죄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아동 범죄 처벌특례법’ 개정안 또한 여야 모두 개정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오는 5월 말까지 순조로운 진행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법무부 한 관계자는 “22대 국회가 시작하기 전 먼저 비쟁점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회와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10 총선 패배 이후 자발적으로 물러났지만, 그의 당무 복귀 가능성과 관련해 여권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한 전 위원장이 한동안 휴식을 거친 후 재등판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총선 대패로 사퇴한 책임을 감안할 때 당권 재도전은 말도 안 된다는 주장이 치열하게 맞서고 있다.
지난 14일 복수의 당 관계자에 따르면 한 전 위원장은 이날과 전날 이틀 동안 당선인을 비롯해 낙선자들에게 전화로 “조만간 만납시다”, “함께 방법을 알아내 보자”는 취지의 말로 당선을 축하하거나 격려했다.
한 전 위원장이 건 전화를 받았다는 한 낙선자는 “한 전 위원장이 다시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것 같다”며 “이제 완전히 정치에 대한 마음이 선 것으로 보였다”고 밝혔다.
여권은 한 전 위원장이 유학설을 단호하게 부인하는 등 사실상 정치 행보 가능성을 열어 둔 상태로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한 전 위원장은 고별사에서 “결과에 대해 충분히 실망했으며 그래서 어떠한 점을 고쳐야 할지 알아내 고치자”라고 말했고, 지난 11일 공식 사퇴 발표 기자회견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국민의 사랑과 민심을 되찾을 수 있는지 고민하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한 전 위원장이 당무에 복귀하기 위해서 해결할 숙제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 우선 총선 과정에서 한 전 위원장의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손상됐으며, 무엇보다 그가 내세웠던 운동권 정치 청산,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 등과 관련해서 표심을 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효경 기자 hyooo@fastviewkorea.com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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