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군 간부 육성 대학교 방문지도 및 회식
I 김정은, “어느 때보다 전쟁에 집중하라”
I 내부 결속과 충성심 강조하려는 의도
[TV리포트=이효경 기자] 지난 1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고위급 군 지휘관을 양성하는 김정일군정대학에 방문해 현지 지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대학 강의실부터 숙소, 식당, 작전연구실 등을 돌아다니며 탐사했다. 또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직접 가지고 온 갖가지 음식으로 교직원 및 군 간부 교육을 받는 학생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를 마련해 ‘고기 회식’을 했다.
북한에서 공개한 사진을 보면 휴대용 가스버너와 불판이 식탁 위에 준비되어 있고, 물티슈가 자리마다 놓여있다. 또한 고기와 상추, 갖가지 쌈 채소와 김치, 양념장으로 추정되는 음식이 그릇에 가지런히 담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에선 ‘금값’으로 불리는 사과와 배도 5개 이상 쌓아 올려놓은 모습도 담겨있다. 현재 한국은 농가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 등의 영향으로 사과·배 등 6대 과일에 대한 재배면적이 지난해와 비교해 1.1% 감소했다. 수요에 공급량이 받쳐주지 못하고, 물가 상승으로 사과·배 값이 치솟았다.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사진에 사과와 배를 쌓아 올린 것이 한국을 겨냥했으리라 단정지을 수 없지만, 이번 4·10 총선에 사과 등 각종 물가에 대한 다량의 언급이 있었던 만큼 북한 측에서 “우리는 사과와 배 마음껏 먹는다”라는 견제의 의미를 내포했을 수도 있다는 짐작이 나온다.
식당을 지나 작전연구실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찍은 사진에선 ‘괴뢰 한국지역 주요 도로’라고 적힌 커다란 남한 지도가 벽면에 걸려있고, ‘서울 중심부’라고 쓰인 지형의 모형도 설치되어 있다.
이번 김정일군정대학 현지 지도는 박정청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석, 강순남 국방상, 리영길 인민국 총참모장, 국방성 총고문 등의 고위급 군 간부가 김정은 국무위원과 동행했다. 통일부는 북한이 군부 실세였던 전 군 총정치국장 황병서가 이번엔 ‘국방성 총고문’이라는 새로운 직책으로 소개한 것에 집중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의 공식매체에서 황 총고문을 이 직책으로 호명한 것이 처음이며 새로운 권력을 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괴뢰와 전쟁 준비에 더욱 철저히 준비해야 할 때”라며 “단순히 발생할 수 있는 전쟁이 아니라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전쟁이며 그러기 위해선 보다 확고하게, 완벽하게 준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적의 군사 기술적, 수적 우세를 사상과 전법의 우세로 타승(쳐서 이기다)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변할 수 없는 전승의 법칙”이라며 당 중앙의 영도에 절대충성, 절대복종할 것을 주문했다.
통신은 김정일군정대학은 대남공작요원 등 북한의 군 간부를 전문적으로 육성하는 교육기관으로 소개했다. 이어 이곳을 ‘군사교육의 최고전당’이라고 칭하면서 1973년도 3월부터 50여 년간 군대의 핵심 지위 성원을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키워낸 역사 깊은 곳이라며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일군정대학은 지난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처음 등장했다며, 이번 통신의 발언으로 과거부터 존재한 군정대학의 명칭을 변경한 것으로 추정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지난달 한-미 연합연습 ‘프리덤실드’가 실시될 즈음부터 군사 행보에 집중하는 양상을 보이고, 이는 내부 결속과 충성심을 고취하는 내용의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을 교전 중인 적대국으로 명백히 규정한 이후 전쟁 준비 태세를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 박사는 “북한이 최근 영토 조항 등 최고인민회의를 통한 헌법 개정을 예고한 바 있기 때문에 그런 개정이 진행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영해상에서의 긴장 요소 등 이런 부분들을 대비해서 언제든 전쟁할 수 있는 체제를 갖고 있다고 과시, 또 거기에 대한 간부 자질 등 육성 이런 세밀한 부분도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측면도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홍 박사는 북한이 한국의 도로 지도와 서울 모형도가 담긴 내용을 사진으로 노출한 것은 한국과의 전쟁 가능성의 위협을 드러냄으로써 미국에 대한 억제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고 꼬집었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의 전쟁, 그리고 타이완해협을 둘러싼 중국-미국 대결 구도 속에 놓인 미국 당국을 향해 한반도 또한 전쟁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메시지를 지속해서 발신함으로써 미국의 행동 폭을 위축시키려 한다고 추정했다.
한국을 겨냥한 김 위원장의 잇따른 군사 행보가 한·미·일 3국의 연합에 균열을 일으키는 시도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은 지난달 24일 에도 서울 류경수 제105 탱크 사단과 산하 연대 시찰 때도 쌀밥에 고기반찬을 제공하는 모습을 연출해 공개한 바 있다. 당시 인민군들 앞에는 국그릇 크기에 흰 쌀밥이 고봉으로 담겨 있었고, 닭고기로 추정되는 반찬 및 삶은 달걀 반찬 등이 놓여있었다.
통일부 한 관계자는 김정은이 지난달(3월) 연대를 시찰할 당시에도 식당을 둘러보며 생활 여건을 챙기는 모습을 연출한 점을 언급하며 “군대를 격려함으로써 충성과 결집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효경 기자 hyooo@fastviewkorea.com / 사진=뉴스1, 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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