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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조사 직후 환호성 지르더니 마음 복잡해졌다는 의사들, 대체 왜?

한하율 기자 조회수  

I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차기회장

I 의료계 ‘신중 모드’ 유지 전망

I 정부 강경노선 대신 ‘유화책’

[TV리포트=한하율 기자] 제22대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하면서 의료계 반발에 부딪힌 의대 정원 증원 등 의료 개혁이 ‘대화’와 ‘강행’ 갈림길에 서게 된 것으로 보인다. 3연속 총선 패배를 맞은 국민의 힘 참패를 계기로 정부가 집단행동 중인 의사들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설 것인지, 선거 결과와 별개로 원칙대로 전공의에 대한 행정·사법 절차에 나서면서 의대 증원을 강행할 것인지 주목되는 가운데 의료계 인사들이 입을 열었다.

지난 10일 저녁 총선 출구 조사에서 국민의 힘의 참패를 예측하는 결과가 나오자, 의사들이 환호성을 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SNS에 의료계 인사들이 올린 글에는 ‘2천 명 의대 증원 강행’이 총선 참패의 중요 원인이 됐다는 주장과 함께 의대 증원의 백지화 요구가 난발했다.

이에 따라 의사단체들이 “일방적 의대 증원을 국민이 심판했다”며 앞으로 의대 증원 백지화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일 태세로 보이지만 의료계가 대화파와 강경파 간 내분에 휩싸이면서 협상 주도권을 가질 수 있을지에 의문이 제기된다.

서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1기 위원장을 지낸 분당서울대병원 정진행 교수는 출구 조사 결과를 확인한 이후 “(여당 참패는)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고 개인 기본권을 침해한 것을 용서하지 않은 국민 심판”이라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주수호 전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역시 “가장 강력한 보수우파 전문가 단체인 의사 집단을 건폭(건설현장 폭력배) 다루듯 한 용산과 그걸 말리지 못하고 수수방관한 국민의힘이 자초한 결과”라고 입장을 밝혔다.

의료계 인사들은 모두 국민의 힘 참패에 통쾌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듯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반응이 달라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임현택 의협 차기 회장은 11일 오전 새벽 1시경 별다른 설명을 붙이지 않고 SNS에 “마음이 참 복잡합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임현택 차기 회장이 의협 내 대표적인 강경파로 분류되며 총선 전 여당에 대한 ‘심판’을 역설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반응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정부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장하던 노환규 전 회장 역시 “이런 선거 정말 처음. 국민의힘의 패배를 바라면서도 대패를 바라지 않는, 개헌선은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입장을 밝혀 강경 대응을 고수하던 의료계 인사들이 국민의 힘 참패에 복잡한 신경을 전하는 글들이 쏟아져나왔다.

여러 의사가 개표가 진행될수록 “의사들을 괴롭히던 정당이 참패했음에도 의사들의 마음이 오히려 더 힘들어졌다. 외면하거나 또는 바꾸거나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복잡한 심경을 전한 것으로 알려져서 충격이다.

의료계 인사들이 복잡한 심경이라고 입장을 밝힌 이유는 보수 진영의 완전한 몰락이 자신들에게 절대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일전에 주수호 전 회장 “가장 강력한 보수우파 전문가 단체인 의사 집단”이라고 표현했듯이 의사들은 기본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집단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의대 정원 증원을 두고 보수 세력과 의료계의 사이가 틀어지기는 했으나,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처럼 돈독한 관계를 맺어온 것을 알 수 있다.

더불어 대규모 증원을 주장해 온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가 야권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진보 진영은 의사들의 기득권 제한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여권의 참패가 의사들에게 달갑지 않은 것이다. 의대 정원 증원의 문제로 보수 여당과 척지는 것은 의사들에게 불안한 선택지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국민의힘이 이번 총선에서 참패했다고 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의료 개혁을 포기할 것으로 추측되지는 않는다. 현재 의대 증원 문제가 막바지에 다다른 상황이라 정부의 결정이 필요한 것이지 법률 개정 등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이탈 전공의들에게 3개월 의사면허를 정지하겠다는 사전 통지서를 보내 3월 26일부터 면허를 정지시킬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유연한 처리’ 방침에 따라 면허정지 본톤지를 하지 않고 송달 절차도 중단한 바 있다.

정부는 계속해서 대화 노력을 할 것으로 보이나 언제까지 국민들과 환자가 기다려 줄 수는 없는 상황이기에 의료계의 집단 반발이 지속되면 강경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총선 참패로 정국 수습에 집중해야 할 정부 여당의 입장에선 강경노선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11일 아침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현재 정권에 불어닥친 국정 기조를 반영한다면 정부가 의사들과 본격적인 대화를 모색하는 등 유화책을 이어갈 가능성이 훨씬 크다.

쟁점은 의료계의 내분이 끝나야 한다는 것에 존재한다. 정부가 열린 마음으로 의료계와 대화를 시도한다고 해도 정작 의료계 내부의 문제가 이 소통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의료계의 일부 강경파들은 ‘의대 증원 및 필수 의료 패키지 전면 백지화’ 등 7대 요구의 수용 없이는 의료 현장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강경 행동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계가 이들을 설득해 단일한 목소리로 정부와의 협상에 나설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의 면담이 성사됐으나 비대위원장은 면담 후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라는 짧은 메시지로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에 강경파와 정부의 입장 차이는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가 현재 주장 중인 전면 백지화는 실현될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 의대 증원과 의료 개혁 자체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가 높기 때문이다. 유연한 태도를 바라는 의료계에서 ‘강경파’가 마음을 돌려 정부와의 협상 테이블에 앉힐 수 있을지가 이번 협상의 관건으로 꼽히는 이유다.

의료계 내 ‘온건파’와 ‘강경파’의 싸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의사 출신 당선자들이 중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이들 중 4선에 성공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개혁신당 비례대표 1번 이주영 전순천형대천안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서 유연한 소통을 가능하게 해주는 ‘가교’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다.

한하율 기자 content_2@tvreport.co.kr / 사진=뉴스 1, 중앙일보 유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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