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한국 은둔 청년 54만, 고립 청년 24만 명
I ‘안 무서운 회사’ 유승규 대표, 국민 촉구
I 17개 시·도 광역의회에서 조례 제정
[TV리포트=이효경 기자] “그들은 당사자도 이야기하지 않고 부모도 숨긴다. 죽어도 어떠한 소리가 안 난다.” 은둔 청년 지원단체 ‘안 무서운 회사’ 를 운영하는 유승규 대표는 ‘은둔·고립 청년’을 이렇게 묘사했다. 최근 그는 한국의 은둔 청년들을 대변하고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유 씨는 해당 인터뷰에서 “이들을 부르는 용어부터 우선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며 “사회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개념으로 은둔형 외톨이가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은둔형 외톨이 상태를 겪고 있다고 표현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상태’라는 건 누구를 규정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국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취업 실패가 주원인으로 나타났지만, 우리가 당사자들을 깊게 만나봤을 때는 표면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다른 요인이 많았다”며 “취업에 실패했다고 모두가 은둔하는 건 아니라고 꼬집었다. 그는 청년이 고민이 있음에도 털어놓을 상대가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 고립되고 있다며 지적했다.
다만 그는 은둔 청년의 공통적인 이유로 인생의 전환기마다 갖은 변화에 어려움을 경험한 사람들이 후퇴하면서 겪는 현상으로 분석했다.
유 대표는 “예를 들어 몇 살에 대학에 가고, 결혼을 하는 것과 같은 타임라인을 지키지 못했을 때 자기 자신이 압박하고 더욱 부정에 빠지는 것이다”라고 풀이했다. 아울러 은둔·고립 청년을 방치할 경우 가족 또한 같이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라며 강조했다. 유 씨는 고립 청년 사회적 비용 연구를 인용해 한국은 연간 7조 원의 비용이 발생하며 일본은 25세부터 은둔을 시작했을 경우 1인당 16억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 사람이 많게는 5년, 10년, 그 이상 집 밖을 나가지 않으면 해당 가족도 건강할 수 없다”며 “대부분 가족 전체가 무너지고, 대체로 중증의 우울증을 겪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 우리나라는 문화 때문에 은둔 청년을 가족 안에서 숨기고, 치부를 드러내기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는 “이러한 인식이 지속될 경우 장기적인 사회문제로 예견된다”고 전했다. 그는 영국을 예로 들며 설명을 이어갔다. 영국에선 ‘고독부 장관’이 존재해 사회적 외로움을 사회의 문제로 직면해서 다루는 사례를 전했다.
유 씨는 “가정이 위태로워지고 고립되는 이유를 ‘우리 가족이 잘못해서’라고만 편향하여 생각하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 멀어진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도 작지만 ‘부모협회’와 같은 단체 존재하고 이 곳과 연결해 부모부터 지속 가능한 상태를 만든 뒤, 은둔 자녀에게 부담을 덜 주면서 해결 방법을 모색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고립’은 유의미한 사회적 관계가 존재하지 않아 정서적으로 힘든 상태를, ‘은둔’은 구직 활동 및 경제 활동을 하지 않고 집안에 스스로 가둔 상태를 뜻한다. 따라서 고립 및 은둔 청년은 사회활동 여부에 따라 나뉘어 판단한다. 지난해 2023년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은 각각 54만 명, 24만 명 수준으로 2024학년도 수능 응시생 44만 명 인원수에 육박하는 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사회적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을 미뤄보아 실제로는 보다 많은 고립·은둔 청년이 존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행히 중앙정부와 함께 지방정부의 관심이 높아져 여러 정책 수단이 마련되고 있다. ‘고립·은둔 청년’에 대하여 17개 시·도 광역의회가 조례를 만든 데 이어, 최근 창원시에서 고립·은둔 청년 정책을 성명하는 등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관심이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2년도 실행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 이어, 작년 20223년도 12월에 ‘고립·은둔 청년 지원 방안’을 발표하는 등 움직임을 보인다.
여러 정책이 있으나, 그중 가장 핵심은 광역시·도에 ‘청년미래센터'(가칭)를 설립하여 취약 청년을 전담으로 관리하는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보건부가 규정하는 취약 청년은 ‘가족 돌봄 청년’과 ‘고립·은둔 청년’ 등을 포함한다. 그리고 올해 2024년도를 맞이해 4개 광역시·도를 선발하여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이후 전국까지 확대하여 고립 청년을 돕는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청년미래센터에서 선보일 고립 청년 대상의 주요 프로그램은 ‘상담’, ‘일상회복’, ‘관계 회복’, ‘일 경험’ 등을 전문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에 고립·은둔 청년 문제에 대해 연구하는 한 전문가는 “중앙정부가 ‘고립’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대하여 새로운 대책을 마련했다는 점은 늦었지만 반갑고 고무적이다”라고 전했다.
이효경 기자 hyooo@fastviewkorea.com / 사진=출처: 뉴스1, SN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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