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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적금 깨주세요” 지역 농협의 미숙한 경영 실태, 낱낱이 드러났다

한하율 기자 조회수  

I 동경주 농협 8% 적금

I 7천 계좌 중 300개 해지

I 경영 위험평가 9등급

[TV리포트=한하율 기자] 지난 2022년 한 지역 농협이 고금리 상품을 판매했다가 거액이 몰려 ‘해지 읍소’에 나선 바 있다. 최근 이 농협이 다시 한번 ‘해지 읍소’를 표명하는 호소문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서 충격이다.

3일 SBS는 단독 보도를 통해 경북 경주의 동경주 농협이 최근 호소문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SBS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농협이 문을 닫게 생겼으니 해지해달라는 황당한 부탁이었다고 전해졌다. 동경주농협은 지난달부터 동경주농협 적금 가입자들에게 우편물을 보내 해지를 부탁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8%가 넘는 금리로 판매된 적금의 만기 3년 이상 가입자들에 대해 해지를 부탁하는 글이었다.

동경주농협은 지난 2022년 11월 비대면으로 연 8.2%의 금리를 적용한 적금을 특별판매했다가 애초 목표인 100억 원을 훨씬 넘어선 약 9천억 원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 측이 비대면 계좌 개설을 조기에 차단하지 못하면서 전국적으로 고금리 상품에 가입하려는 사람들이 모여든 것이다. 동경주 농협은 자산 1천 670억 원의 소규모 농협에 해당하기 때문에 1년에 이자 비용만 수백억 원에 달해 경영난 발생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동경주농협 측은 ‘해지 읍소’에 나섰다. 사고 경위를 파악한 이후 가입자를 대상으로 해지를 호소했으나 작년까지 해지율은 28%에 불과했다. 여전히 동경주농협 측에 물린 수천억 원대의 적금이 남게 된 것이다.

당시 개설된 7,000여 개의 계좌 중 300여 개만 해지되어 현재 2,000억 원이 넘는 돈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경주 농협 측은 이자를 더 얹어주겠다는 보상안을 내놓기까지 했으나 상품 가입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다음은 (사)한국 후계농업경영인 경주시 연합회 문무대왕면 지회가 동경주 농협 홈페이지에 올린 호소문의 전문이다.

고객님 안녕하십니까! 이렇게 갑자기 호소문을 보내게 되어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는 경주시 농민 단체인 (사)한국 후계농업경영인 경주시 연합회 문무대왕면 지회입니다.

저희 동경주 지역의 농협은 1990년대 대출 사고로 인해 감포농협과 양북농협이 합병을 하여 1999년 동경주농협으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2008년 대출 부실로 인해 10여 년 동안 조합원은 출자 배당 등 조합원으로서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며, 우리 동경주농협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결과 이제 겨우 결손금을 다 갚고 농민 조합원들에게 지원을 해줄 수 있는 농협으로 될 수 있게 되었으나 2022년 11월 25일 한순간의 실수로 또다시 우리 농협은 존폐의 기로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농민들은 정말 이번에는 농협을 해산시키고 직원들도 전부 실업자를 만들어 버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나지만 농협이란 조직이 단순히 금융기관의 역할만 하는 곳이 아니라 그 지역의 농민들이 출자하여 설립한 협동조합으로써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 판매 및 판로 개척, 농자재 구입 판매 등 농민들에게는 필요한 조직이기에 해산 또한 쉽지 않고 인근 농협과의 합병 또한 빈껍데기뿐인 농협을 받아주겠다고 나서는 농협도 없는 현실입니다.

만일 농협이 파산으로 인해 없어질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지역의 농민 조합원들입니다. 농업교육, 농자재 구입 및 농산물 판로 개척 등의 여러 문제 발생으로 농업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고객님! 농협의 존폐가 고객님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농협 직원들을 생각하면 정말 괘씸하지만 우리 농민 및 지역 농업을 생각해서라도 부디 농협이 파산으로 가지 않도록 적금 해지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우리 지역 농민 단체로 농협과 최대한 협조하여 고객님께 피해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고객님의 가정에 평안과 행복이 가득해지시길 기원합니다.

이어 동경주 농협 측도 ‘알리는 글’을 통해 입장을 발표했다.

동경주 농협 측은 거액의 특판 적금을 판매하게 되어 여러 번 해지를 읍소 드렸으나 여전히 농협이 감당하기에 큰 금액이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재 비대면 특판 적금의 계약금이 약 2,330억 원이며 지급해야 할 총 이자가 348억 원이다.

동경주 농협 측은 2023년 결산 결과 적자는 면했으나 적금으로 인해 전년도 대비 적금이자 지급액이 약 20억 원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경주 농협 측이 예측한 1년간 부담해야 할 이자 지급이 약 66억 원으로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2024년의 적자 결산이 불 보듯 뻔하다고 밝히며 적금 계좌 해지를 읍소했다.

또한, 미비하지만 적금 계좌를 해지한다면 해지 보상안에 따라 피해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동경주 농협 측이 제시한 피해 보상안은 2022년 11월 25일 비대면 적금 가입 계좌 중 36개월 이상 계좌에 한 해 3월 16일 자 잔액의 8% 금액을 보상금으로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보상기준 해지기간은 3월 17일부터 오는 4월 30일까지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동경주 농협에 문자와 우편물이 지속해서 날아오고 있다는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농협은 경영악화로 자칫 파산에 이를 수도 있다고 보고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적금 해지를 거듭 요청하고 있다. 이를 받은 사람들은 “여기 진짜 안 좋다고 지인 통해 듣긴 했다. 근처 농협에서 합병 안 해주려고 한다더라. 조금 안타깝다”, “농민들을 위해서 8% 적금 놔준다”, “파산되면 더 골치 아프니 해지했다”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한편, 동경주농협 측은 이번 사태로 지난해 경영 위험평가 9등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전성 지표인 순자본 비율이 급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한재준 교수는 “한마디로 후진적 경영이고, 첫 번째는 내부통제가 안 된 게 실수이고 누군가 더블 체크가 됐어야 한다. 두 번째는 상호금융권은 비대면으로 전국 단위로 예·적금 모집하는 건 원래 상호금융 원칙에 벗어나는 일이다. 더구나 실수까지 했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문제의 여지가 충분하다”라고 전했다.

현재 농협중앙회는 사고 이후 운영시스템을 보완해 영업하고 있으나 지역농협의 미숙한 경영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르면서 고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한하율 기자 content_2@tvreport.co.kr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동경주농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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