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미국 대학 진학 포기하고 기술직 선택
I 치솟는 등록금에 비해 졸업장 가치 하락
I 베이비붐 세대 은퇴로 인건비 상승
[TV리포트=이효경 기자] 지난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Z세대는 어떻게 ‘공구 벨트(각종 공구를 꼽을 수 있는 허리띠)’ 세대가 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의 많은 젊은 층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기술직에 진출하는 상황을 보도했다. 수십 년간 대학 등록금이 상승하고 있지만 졸업장의 효용 가치는 현저히 낮아졌다는 인식이 지배적으로 퍼진 결과로 분석했다.
지난 1월 리서치업체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미국 고등학생의 절반 이상 66%는 “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괜찮다”는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 50%가량도 자녀의 4년제 대학교 진학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등 미국 사회에서 대학의 이미지가 변화했다.
실제 미국에서 지난해(2023년도) 직업 훈련 칼리지에 등록한 학생 수는 상당히 많아져 1년 전에 비해 16% 이상이 유입됐다. 교육 분야 비영리단체인 NSC가 지난 2018년부터 직업 훈련 칼리지 데이터를 조사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건설 기술을 전공으로 선택한 학생 수와 차량 유지 및 보수 등의 기술을 배운 학생 수는 각 23%, 7% 증가하면서 기술직 선호도가 올라간 것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대학 등록금에 이어 미국 젊은 세대가 기술직을 선호하는 이유는 높은 임금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흔히 ‘3D 직업(더러움, 위험, 힘든 직업)’으로 불렸던 용접공, 배관공 등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미국 내에서 개선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의 배관·난방·냉각 도급업자협회는 “5년 전까지만 해도 직업학교를 졸업한 사람의 첫 연봉으로 3만 5,000달러(한화 약 4,730만 원)이었지만 요즈음 들어 6만 달러(한화 8,110만 원)로 두 배 정도 오른 상태다”라고 말했다. 협회 전무이사인 마이클 맥그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기술직 산업에 다수의 젊은 근로자가 유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2023년도) 건설직에 입사한 신입 직원의 평균 임금은 전년 대비 5.1% 상승해 4만 8,089달러로 한화 약 6,500만 원의 높은 연봉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회계를 비롯한 전문 서비스업 종사자의 연봉은 전년보다 겨우 2.7% 올라 3만 9,520달러로 한화 약 5,300만 원에 머물렀다.
미국 연봉 분석업체 ADP에 따르면 “건설직 신입 직원의 연봉 평균값이 회계사 및 정보기술(IT) 유지보수 업계 임금 수준을 능가한 지 벌써 4년째를 기록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기술직 연봉이 상승한 배경에 베이비붐(1946년~1964년 출생자) 세대의 은퇴를 꼽았다. 미국 제조업을 이끌어온 중장년층 숙련공이 현장에서 은퇴하면서 기술직 임금이 치솟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또한 올해 미국 정부가 리쇼어링(생산기지 본국 이전)을 적극적으로 추진에 나서면서 건설·제조 수요가 증가해 업계가 호황을 맞이했다..
기술 견습을 진행하고 실무를 결합한 방식의 유급 직업훈련에 대한 수요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상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자버에 따르면 미국 자국 내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75%가 “유급 실무 교육에 관심 및 흥미가 있다”고 대답했다.
그들은 미국 젊은 층이 기술 직업 훈련을 선호하는 배경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꼽았다. AI 기술이 가파르게 발전할수록 회사에서 단순 업무를 진행하는 사무직보다 기술직이 더 안정적이라고 결론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한 매체에 따르면 젊은 층이 기술직에 다량 유입되면서 특정 직종의 평균 연령이 낮아졌다. 목수의 평균 연령은 2013년 기준 42.2세에서 지난해(2023년도) 40.9세로 2살가량 낮아졌다. 이어 전기 기사도 지난해(2023년도)까지 10년간 종사자의 평균 연령을 조사한 결과 이 2.9세 줄었다고 알려졌다. 기술직 종사자 평균 나잇대는 감소하는 반면 그 수는 증가하는 추세로 미국 건설 및 기술직 산업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미국 정부에서 목수로 등록된 인구는 2013년 116만여명에서 지난해 127만 명을 기록해 10만 명 가까이 증가했다. 전기기사는 10년 전 73만 명에서 양 22만 명 증가해 지난해 95만 9,000명을 기록했다. 뒤이어 같은 기간 배관공은 55만여명에서 8만가량 증가해 63만 명으로, 난방 기기 설치 기사는 38만 명에서 약 20만 명 늘어 54만 명의 수를 기록했다.
이효경 기자 hyooo@fastviewkorea.com / 사진=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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