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오타니 통역사 ‘도박 스캔들’ 파문
I 미즈하라 59억 송금 발언 번복
I 전·현직 운동선수 사기에 노출
[TV리포트=박지현 기자]메이저리그가 막 개막한 시점 ‘1조 원의 사나이’로 불리는 오타니 쇼헤이가 구설수에 휘말렸다.
지난 21일 LA타임스, ESPN 등 미국의 주요 매체들은 오타니 쇼헤이의 통역 및 매니저로 활동하는 미즈하라 잇페이가 자신의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오타니의 돈 450만 달러(약 59억 8,000만 원)를 횡령한 혐의로 LA다저스 구단 측으로부터 해고됐다고 보도했다.
미즈하라는 지난 2021년부터 야구를 제외한 풋볼 등의 스포츠 종목에 베팅했고 이 과정에서 눈더미처럼 빚이 불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ESPN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지난 19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오타니가 내가 도박을 저리는 것에 대해 불쾌해했다”면서도 “그가 다시는 도박이 재발하지 않도록 빚을 대신 내주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해당 인터뷰에서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도박 빚을 대신 갚아주기로 합의한 뒤 자신이 보는 앞에서 컴퓨터에 접속하여 오타니가 직접 송금 했고, 몇 달에 걸쳐 돈을 보내줬다”면서 “이체 카테고리에 ‘대출(Loan)’이라고도 표시했다”고 답했다.
‘오타니가 직접 돈을 주지 않고, 왜 인터넷뱅킹을 통해 송금했냐’는 질문에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도박으로 인해 돈 문제에 대해서 나를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오타니는 자신이 도박으로 또 큰돈을 날릴 것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타니의 변호사가 사건에 개입하면서 미즈하라는 진술을 번복했다.
이에 대해 ESPN은 3월 21일 정정보도를 요청받은 사실을 밝혔다. 매체 측은 기사를 출고하기 전 오타니 측의 법률 자문을 통해 “미즈하라의 인터뷰 답변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정정 요청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오타니 측 을 통해 “오타니는 대형 횡령 사건의 피해자일 뿐이다”는 성명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오타니측 법률자문의 성명 뒤 미즈하라는 즉각 ESPN에 “오타니는 내 도박 빚에 대해 알지 못한다”라면서 “오타니가 직접 나에게 송금한 적도 없다”고 전하며 기존 주장을 철회하고 거짓임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ESPN 측은 미즈하라에게 ‘그럼 당신이 금융 절도 피의자냐’고 질문했고, 미즈하라는 “나는 이와 관련해 답변 할 수 없다고 들었다”고 대답했다.
미즈하라의 인터뷰 번복 발언과 관련해 다 측면의 해석이 나온다. 미즈하라가 도박 관련 혐의만 인정하고 절도죄를 피하고자 의도적인 거짓말을 했거나, 오타니의 ‘도박 스캔들’ 연루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본인이 절도죄를 감수하면서까지 진술을 번복했다는 예측이다.
지난 15일 한국을 방문한 오타니는 한국 땅에서 갖은 이슈를 만들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오타니는 3월 20∼21일 메이저리거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치러진 MLB 개막 2연전에서 증후군급 뜨거운 화제를 일으켰다. 지난겨울 북미스포츠 사상 최고 금액인 10년 총액 7억 달러를 받고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뒤 첫 프로리그라서 세계의 관심이 높았다. 오죽하면 고척에서 열린 서울시리즈를 두고 ‘오타니 시리즈’라고 할 정도였다.
오타니는 경기장 안팎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하며 화제성을 몰고 다녔다. 지난 14일 미국 애리조나에서 한국으로 가는 전세기를 타기 직전 그간 비밀로 감춰있었던 일본 여자프로농구 선수 출신 아내 다나카 마미코를 자신의 SNS인 인스타그램에 공개해 전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어 3월 15일 인천공항 도착 후 아내와 함께 입국장을 통과해 서로 시선을 주고받는 등의 모습을 보여 엄청난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오타니의 아내 다나카는 서울시리즈 기간 고척돔 일반 관중석에서 환하게 응원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오타니에 이어 한국에서도 야구선수 출신인 양준혁 해설위원도 10억 원대 사기 피해를 본 사건이 있었다. 전현직 운동선수들이 사기 범죄 피해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대한체육회가 실시한 ‘은퇴선수 실태조사 현황’에 따르면 현역에서 물러난 체육인의 37.1%가 무직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20년 이상의 선수 생활을 마친 운동선수들이 은퇴 후 사회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금융 지식도 부족하다. 이에 따라 사기의 표적이 되기 쉬워지고, 전 재산을 잃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번 오타니사건으로 운동선수들의 안정적인 재정관리에 구단 측은 적극 도움이 필요할 전망으로 보인다.
박지현 기자 linsey@fastviewkorea.com / 사진=출처: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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