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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유’ 이병헌 “연기에 대한 불안…스스로 믿는 수밖에” [인터뷰]

정윤정 에디터 기자 조회수  

[TV리포트=김연주 기자] 연기만으로 배우 이병헌을 나무랄 사람이 있을까. 매 작품마다 연기의 정점을 경신하고 인생 캐릭터를 갈아치우는 그는 ‘대체불가’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다. 

영화 ‘비상선언’ 이후 1년 만에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돌아온 이병헌은 재난 속 리더가 된 ‘영탁’을 완벽하게 소화해 또 한 번 주목받고 있다. 탄탄한 스토리, 섬세한 연출, 구멍 없는 배우들의 연기와 더불어 이병헌이라는 강력한 한 방이 영화를 호평으로 이끌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돼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다. 영화 ‘잉투기’, ‘가려진 시간’을 연출한 엄태화 감독의 신작으로 배우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에 이어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이 출연한다.  

이하 배우 이병헌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반응이 뜨겁다. 

감독님의 노고가 느껴졌다. 영화가 공개되기까지 공백이 있어서 어떻게 완성됐을지 궁금했다. 편집점, 음향, 음악까지 후반 작업에 모든 정성을 쏟은 작품이다. 영화에 참여한 배우로서,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재미있게 봤다. 

-어떻게 참여하게 된 작품인가? 

지진으로 인해 붕괴된 세상에서 아파트 한 채만 남았다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시나리오는 더 재미있더라. 털어놓자면 만화적인 요소가 있는 설정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 작품이 그랬다. 그런데 이야기할 거리가 많을 거란 기대감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인간 군상, 충돌하는 다양한 감정, 인물 간의 갈등이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엄태화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현장에서 대화를 많이 나눴다. 디렉션을 깊게 하는 감독님이 아니라서 초반에 준비를 많이했다. 예를 들어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을 내놓고 감독님이 고르도록 했다.(웃음) 대본에 명시된 인물을 살아 있는 것처럼 연기하는 게 배우의 몫이다. 감독님이 구상한 인물을 최대한 끌어내려고 노력했다. 

-노력 덕분인지 등장부터 강렬한 캐릭터가 탄생한 거 같다.(웃음)

좋았다는 반응에 안도한다. 사실 연기를 하면서 불안했다. 극중 영탁의 극단적인 감정을 관객이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다. 캐릭터의 감정선에 관객을 들어오게 만드는 게 배우의 역할이지 않나. 그런 면에서 고민하는 지점이 많았다. 

-‘M’자 헤어부터 꾀죄죄한 모습까지 파격적인 비주얼도 화제다. 

감독님, 분장팀과 상의 끝에 탄생한 외모다. 머리카락이 자라는 방향성, 모의 굵기, 머리를 자른지 오래된 거 같은 디테일까지 넣었다. ‘M’자 머리를 시도해 보잔 이야기를 들었을 땐, 팬이 많이 떨어져 나갈 거 같았다.(웃음) 하지만 그 스타일 자체가 너무 영탁스러웠다. 그래서 마다할 수 없었다. 

-극 중 윤수일의 ‘아파트’를 부르며 춤추는 장면이 웃음 포인트인데, 촬영 비하인드가 궁금하다. 

이른바 ‘아재춤’은 후배에게 배웠다. 진짜 아저씨들이 출법한 춤을 노래에 곁들이는 게 좋겠다 싶었다. 당초 춤 없이 노래만 부르는 거였다. 그런데 신나는 상황에서 춤이 빠질 수 있겠나. 하하.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의 연기 어떻게 평가하나?

계산하면서 연기를 하진 않는다. 감정을 연기하고 뒤늦게 모니터를 보고 깨닫는다. 영탁의 분노가 폭발하는 장면에서의 내 연기는 나도 놀랐다.(웃음) 촬영 기간 동안 영탁에 젖어살려고 애썼다. 영탁의 편에서 영탁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끊임없이 영탁에게 가까이 다가갔고, 영탁의 정서에 가닿기를 발버둥 치면서 살았다. 

-본인의 연기에 만족하는 편인가?

나름대로 믿음은 있지만, 불안함은 늘 갖고 있다. 내가 이해한 정서, 표현한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될지에 대한 물음이 항상 따라다닌다. 보통 배우들은 자신이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이해한다고 믿을 거다. 때문에 어떤 캐릭터를 만나든 그 캐릭터를 이해하고 상상하고 이입할 수 있는 거 같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극단적인 감정을 연기할 때는 조심스럽다. 연기에 주관적인 해석이 섞이기 때문이다. 때때로 내 판단이 과잉될 수 있고, 반대로 더 보여줘야 하는데 자제한 건 아닌지 돌아본다. 이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 같다.

-불안감은 어떻게 해소하는지 궁금하다.

나를 더 믿으려고 한다. 내가 표현하는 감정이 보편적인 인간의 것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믿음이다. “내가 하는 연기가 맞을 거야”라는 주문을 왼다. 그리고 내 연기를 보는 감독, 스태프들을 믿는다. 그들의 반응이 내겐 확신이자 자신감이 된다. 

-스스로를 믿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거다. 

불안함만 갖고 연기하면 너무 힘들다.(웃음)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적절한 믿음이 필요한 거 같다. 반복적으로 “내가 맞을 거야”, “나는 괜찮을 거야”라고 말해줘야 다음 연기가 있는 거다.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을 보면 불안감 속에서 관객의 반응을 보고, 내 표현이 맞았구나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경험들이 쌓여 스스로를 더 믿게 된 게 아닐까 싶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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