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연주 기자] “영화 ‘거인’ 이후엔 성장통을 겪는 캐릭터를 많이 만났다. 제게 잘 맞는 옷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하면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 ‘최우식이 연기하면 저렇겠지?’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뭔가를 과하게 하려고 하진 않는다. 오히려 담백하게 캐릭터를 그려내고 싶다. 그런 고민 속에서 스스로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소재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으로 대중과 만나고 있는 배우 최우식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은 우연히 살인을 시작하게 된 평범한 남자 ‘이탕'(손석구 분)과 그를 지독하게 쫓는 형사 ‘장난감'(손석구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꼬마비 작가의 동명 레전드 웹툰이 원작으로,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 영화 ‘사라진 밤’ 등 장르물에 탁월한 감각을 선보이며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받은 이창희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주변에서 작품을 잘 봤다는 말을 해줘서 긴장감을 누르고 있다. 물론 지인들은 항상 좋은 이야기만 해주지만 말이다.(웃음) 캐릭터의 심경 변화가 흥미로워 작품에 합류했다. 배우로서 연기하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 될 거 같았다. 특히 제가 연기하는 이탕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지난 9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살인자ㅇ난감’은 최우식, 손석구, 이희준이 의기투합해 쫓고 쫓기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어쩌다 악인 감별 능력을 각성한 ‘이탕'(최우식 분)과 기묘한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형사 ‘장난감'(손석구 분), 그리고 의문의 추격자 ‘송촌'(이희준 분)이 벌이는 예측 불가한 추적이 펼쳐진다.
“동경해온 선배 배우들과의 작업이었다. 두 형이 현장에서 어떤 연기를 할지 굉장히 궁금했다. 함께하는 배우들이 쟁쟁해 연기에 대한 욕심이 더 커졌다. 이번 현장은 마치 놀이터 같았다. 배우들을 비롯해 감독님까지 개그 욕심이 컸다. 석구 형과는 비슷한 면이 많았다. 제가 멘붕이 오면 같이 멘붕이 되는 형이었다. 희준이 형은 항상 괜찮다고 말했는데, 알고 보니 속으로 같이 멘붕이었다고 하더라.(웃음) 후배를 대하는 형들의 모습을 보면서 의젓함을 배우고 싶었는데, 아직은 그런 덕이 없는 거 같다.”
‘살인자ㅇ난감’은 ‘이탕’의 서사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이탕’은 점점 변화하는 자신의 모습을 운명처럼 받아들일지, 아니면 저항할지 끝까지 갈등한다. 그를 연기한 최우식은 두 갈래의 길 앞에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연기를 선보여 시청자들까지 주인공의 마음을 헤아리기 어렵게 만들었다. 사회의 악이라 불리는 이들을 처단하는 ‘이탕’의 사적 복수를 과연 합리화할 수 있는지, 아니면 그도 다를 바 없는 악인인지에 대한 물음을 남긴다.
“캐릭터가 각성하기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했다. 원작에서는 캐릭터가 자신의 능력을 받아들이고 타협하는 명쾌한 포인트가 있는데, 저는 그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내고자 했다. ‘이탕’의 마음을 생각했을 때 너무 힘들 거 같았다. 아무리 나쁜 사람에게 벌을 준다고 해도, 쉽게 타협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작품은 3일 만에 3,100,000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비영어 TV 부문 2위에 등극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해 볼리비아, 인도, 카타르, 홍콩, 싱가폴, 베트남 등을 포함한 총 19개 국가에서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글로벌 인기를 실감케 했다.
“주변의 평가를 많이 본다. 제가 출연하는 작품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해서 그렇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배우들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한다. 자신의 연기에 100% 확신을 가지는 배우가 몇 명이나 될까. 저는 의심도 많은 편이다. 칭찬도 중요하지만 논리적인 평가에 귀를 기울이는 편이다. 물론 현장에서 감독님의 칭찬을 들으면 너무 좋은데, 좋은 평가로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거두진 못한다. 부모님의 평가는 신뢰할 수 있다.(웃음) 그만큼 객관적이다. 이번 작품은 재미있게 봤다고 말씀해 주셨다.”
2011년 데뷔한 최우식은 영화 ‘거인’, ‘부산행’, ‘마녀’, ‘기생충’, ‘경관의 피’, 드라마 ‘그해 우리는’ 등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청춘이라는 키워드에 어울리는 배우로 때로는 청춘의 그늘을, 때로는 청춘이 가진 아름다움을 장착한 채 대중을 만나고 있다.
“어디에서 본 연기를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연기를 할 때마다 첫 번째로 떠오르는 물음표다. 이미지 변신에 대한 갈증보다 모든 작품에서 담백하게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 싶다. 가장 큰 전제는 최우식이 맡은 배역은 이런 모습이겠다는 예상에 부합하지 않는 새로운 연기다. 배역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거 같다. 감독님과 배우들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겁게 연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살인자ㅇ난감’ 전편은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넷플릭스
댓글1
석구
손석구가 손석구를 쫒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