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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영, 너무 예뻐서 캐스팅 못할 뻔”…’세기말의 사랑’ 임선애 감독 [인터뷰]

김연주 기자 조회수  

[TV리포트=김연주 기자] 임선애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세기말의 사랑’이 베일을 벗었다. 실관람객의 호평과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세기말의 사랑’으로 돌아온 임선애 감독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 ‘세기말의 사랑’은 세상 끝나는 줄 알았던 1999년, 짝사랑 상대인 ‘도영'(노재원 분)에게 올인한 ‘영미'(이유영 분)가 사랑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은 데 이어 ‘도영’의 아내 ‘유진'(임선우 분)을 만나 얽히고설키는 이상하고 사랑스러운 뉴 밀레니엄 드라마다. 한국 영화계가 주목하는 여성 감독으로 떠오른 임선애 감독이 선보이는 재기 발랄하고 경쾌한 신작이자 이유영, 임선우, 노재원 등 보석 같은 배우들의 열연과 케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지난 2020년 첫 장편 영화 ’69세’로 데뷔한 임선애 감독은 해당 영화로 부산국제영화제 KNN관객상,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감독상,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박남옥상의 영예를 안으며 주목해야 할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임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세기말의 사랑’은 그가 2012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당시 졸업 작품으로 썼던 시나리오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초고에서 11고까지. 기나긴 수정을 거쳐 지금의 ‘세기말의 사랑’이 탄생할 수 있었다. 

한편, ‘세기말의 사랑’은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이하 ‘세기말의 사랑’ 임선애 감독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개봉 이후 실관람객의 극찬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선보이는 첫 영화라 기대가 크다. 관객과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다. GV를 포함해 최대한 많은 관객과 영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젊은 배우들과 함께해서 그런지 에너지를 얻고 있다. 배우들이 영화를 사랑해 줘서 뜻깊다. 영화 홍보 일정을 핑계로 서로 얼굴을 보고 싶어서 자주 만난다.

-엄태화, 장항준 감독 등이 직접 홍보에 나섰다. 어떤 응원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진심으로 응원을 해주셨다. 사실 감독님들을 시사회에 초대하기 쉽지 않았다. 용기를 내서 초대하고 싶은 모든 감독님께 문자를 보냈다. 놀랍게도 문자를 보냈던 모든 감독님들이 시사회에 참석해 주셨다. 와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장문의 후기까지 전해주셨다. 저만 보기 아까운 후기들이라 홍보 문구로 활용하겠다는 허락을 받았다. 

-졸업 작품으로 쓴 시나리오가 12년 만에 영화로 탄생했다.

오래 묵혀둔 숙제를 끝낸 기분이다. 불현듯 비장애인 여성이 장애인 여성을 질투하는 이야기를 써보면 어떨까 싶었다. 보통은 반대라고 생각하지 않나. 그걸 전복하고 싶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유진’과 같은 신체 장애를 가진 막내 이모였다. 명절에 가족들이 모이면 막내 이모가 제일 상팔자라고 했다. 당시에는 어른들이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곱씹어 보니 한평생 희생하고 밥벌이를 해온 다른 형제들과 달리 막내 이모는 누군가의 돌봄을 받으면 산 거다. 그런 면에서 막내 이모를 부러워할 수도 있겠단 발상의 전환이 있었다. 또 책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읽으면서 각성한 바가 있다.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가지라는 말이 표면적으론 나름의 위로가 될 수 있는데, 역으로 그들의 인생에 희망이 없다고 섣불리 판단한 거란 깨달음을 얻었다. 그래서 우리 영화 속 두 주인공은 사회가 정한 기준과 부합하지 않지만, 자존감을 잃지 않는 방향으로 그렸다. 그런 두 사람이 만나 상대의 반짝거리는 부분을 발견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받아 회복하는 이야기를 쓰게 됐다.

-유독 시나리오 작업과정이 길었다고 들었다.

공식적으로 11고까지 썼는데, 제 마음에선 15~16고까지 고쳤다.(웃음) ‘영미’와 ‘유진’이 어떻게 서로를 질투하고, 우정을 쌓고, 서로를 통해 자기 삶을 구원하는지 과정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두 여성이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영향을 받는지였다. 자신의 치부를 가장 보여주고 싶지 않은 대상에게 치부를 드러냄으로써 친밀해지는 방식을 택했고, 그들의 감정이 관객들에게 제대로 느껴지는 데 주안점을 뒀다.

-특히 이유영의 파격적인 변신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시나리오만 두고 보면 이유영 배우를 연상할 수 없을 거다. 캐스팅 단계에서 이유영 배우를 언급했는데, 너무 예쁘지 않냐는 반응이 나왔다. ‘영미’와 어울리지 않다는 의미였을 거다. 외모 평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시나리오를 썼는데, 배우를 캐스팅할 때도 외모를 고려하는 게 이율배반적이었다. 그래서 이유영 배우에 대한 욕심이 더 커졌다. 물론 창작자로서 이유영 배우가 기존에 보여주지 않았던 얼굴을 만드는 것에 대한 모험심도 있었다.

-이유영이 비주얼 변신에 적극적이었다고 들었다.

주근깨, 안경, 교정기 등 기존 작품에서 ‘못생김’을 표현할 때 썼던 장치들은 우리 영화에 끌고 오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서 ‘영미’가 자신의 콤플렉스라고 여길 만한 외적인 요소가 있을까 생각했다. 고민 끝에 덧니가 떠올랐다. 이유영 배우에게 아이디어를 전했는데, 레퍼런스 사진을 보내더라. 덧니가 두 개, 세 개인 이미지를 각각 보내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보탰다. 덧니 분장을 더하고 싶다고 해서 말렸다.(웃음)

-독립영화계가 주목하는 배우 임선우, 노재원의 캐스팅 비하인드도 궁금하다. 

먼저 임선우 배우는 독립영화계에 유일무이한 마스크를 갖고 있다. 언젠가 작품으로 꼭 만나고 싶었던 배우였다. 이유영 배우와의 합을 생각했을 때도 좋았다. 다른 결의 아름다움을 가진 배우였다. 연기 또한 말할 게 없었다. 현장에서 ‘유진’을 연기하는 임선우 배우를 보면서 짠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도영’과 화상으로 만나는 마지막 신은 한 번의 테이크로 탄생했다. 임선우 배우가 보여준 연기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노재원 배우는 여기저기 칭찬을 너무 많이 해서 민망할 정도다.(웃음) 단편 영화 심사를 할 때 노재원 배우의 연기를 보고 이름을 적어놨다. 그리고 검색을 시작했다. 노재원 배우가 ‘버닝’ 전종서 배우의 대사를 흑백버전으로 연기하는 영상을 봤다. 화이트버전을 보면서 “어? 도영인데?” 싶더라. 그렇게 어필을 했다. 

-1999년 세기말이 배경이다. 본인의 세기말은 어땠나?

2000년도로 넘어가는 시기에 전기와 가스 공급이 중단될까 봐 휴지와 참치통조림, 부탄가스를 구매했다. 세간에 1999년에서 2000년도로 넘어가는 타이밍에 컴퓨터 전원을 켜두면 저장된 파일이 전부 삭제된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래서 그동안 모아둔 영화와 글들이 전부 삭제될까 봐 전원을 꺼두고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웃음) 결국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세기말의 사랑’ 속 모든 캐릭터는 결핍이 존재하지만, 사랑스럽다. 

공교롭게도 전작과 이번 작품 모두 사회적 약자를 다룬다. 스스로 인권 영화를 만들겠다는 선언을 한 적이 없는데 왜 그런 캐릭터에게 끌렸을까 생각해봤다. 공통점을 말하자면, 영화를 비롯해 미디어에서 주로 다뤘던 인물들은 직업, 환경 등 늘 봐왔던 인물일 때가 많았다. 그런데 막상 우리 주변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비단 제 가족 중엔 장애가 있는 분도 있다. 우리 인생엔 많은 다양성이 존재하고, 그게 자연스러운 거다. 그래서 창작자로서 다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거 같다. 특히 그동안 장애인을 소재로 하면 장애를 극복하고, 희생, 연민 이런 메시지를 함께 다뤘는데 저는 그냥 평범하게 그리고 싶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연애를 하고, 누군가에게 위악을 부리고,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이야기에 끌렸던 거 같다.

-‘세기말의 사랑’이 어떤 영화가 되길 바라나?

여전히 이런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관객들이 있을 거라 믿는다. 한국 영화의 역사가 벌써 100년이라고 한다.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문화가 100년 동안 이어진 거다. 코로나19로 시들했던 4년으로 무너지기엔 너무 억울한 문화다.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에 대한 애정이 사라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극장에 갔을 때 “어? 이상한 영화네?”라는 생각이 드는 ‘세기말의 사랑’에 눈길을 한번 주면 감사하겠다.(웃음)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주)엔케이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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