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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장만 4시간, 배우 인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조태희 분장감독 [노량을 만든 사람들②]

김연주 조회수  

[TV리포트=김연주 기자] 충무로 사극 분장의 중심엔 조태희 분장감독이 있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사도’, ‘남한산성’, ‘박열’, ‘안시성’ 등 굵직한 작품 속 생생한 분장은 모두 조태희 분장감독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이순신 3부작의 완결판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가 관객과 만나고 있다.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으로 조선수군과 왜군, 여기에 명나라까지 합세해 시리즈 가운데 가장 강력하고 풍성한 이야기를 자랑한다. 

작품 공개 이후 전작 ‘명량’, ‘한산: 용의 출현’에 이어 분장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배우 김윤석을 비롯해 백윤식, 정재영, 허준호, 이무생, 이규형, 김성규 등이 각각 조선, 왜, 명나라의 인물로 분해 그동안 보여준 적 없는 모습으로 스크린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노량: 죽음의 바다’에 투입된 분장 인력은 총 30여명으로 알려졌다. 역대 사극 가운데 최다 인원이 한 작품을 위해 뭉친 것이다. 조태희 분장감독은 TV리포트와의 인터뷰에서 “특히 난도가 높은 작품이었는데, 마치고 보니 새로운 도전에 자신감이 생겼다. 그동안의 경험치를 최대한 발휘해 그 자체로 자부심이 있다”고 대장정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조태희 분장감독은 ‘한산: 용의 출현’부터 합류해 ‘노량: 죽음의 바다’까지 함께했다. 헤어와 메이크업은 물론 손과 목 등 스크린에 노출되는 모든 피부 톤을 분장하는 작업을 거쳤다. 분장이 보이지 않는 분장, 배우들의 연기를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신념 아래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배우를 변신시켰다.

“사극 특성상 실존 인물을 많이 다룬다. 그에 따른 고증과 콘셉트 등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창작과 고증의 적절한 합은 물론 배우의 연기에 방해되지 않는 선을 유지하면서 특성을 드러내야 한다는 미션이 주어진다. 분장, 헤어, 특수분장팀 모두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는 데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엄청난 인원의 액션팀과 보조출연자까지 분장을 원없이 했다.(웃음)” 

가장 큰 고민은 이순신 장군이었을 터. 배우 최민식, 박해일에 이어 김윤석이 마지막 이순신을 연기했다. ‘한산: 용의 출현’에선 이순신의 젊음과 지략이 돋보여야 했다면, ‘노량: 죽음의 바다’에선 장군의 근엄함과 인간적인 고뇌가 드러나야 한다는 숙제가 있었다.

“역시나 부담이 가장 큰 분장이었다. ‘노량’에선 이순신 장군이 보낸 세월이 함축될 수 있도록 수염의 길이감과 색감에 변주를 줬다. 장면에 따라 수염을 다르게 표현하기도 했다. 이순신 장군이 꿈속에서 달리는 장면을 촬영할 땐, 수염이 난 방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휘날리고 갈라지고 뒤집어진다. 장군의 어지러운 마음과 분장을 일치시키기 위해 제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수염을 세팅했다. 전쟁 장면에선 결의와 꼿꼿함이 돋보이도록 수염의 방향을 정갈하게 다듬었다. 고백하자면 ‘노량’을 통해 김윤석 배우의 인내심에 반했다. 매번 분장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었는데,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여주셨다.”

왜군 최고 지휘관 시마즈 역을 연기한 백윤식,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과 등자룡을 각각 연기한 정재영과 허준호 또한 눈부신 변신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전에 흰색으로 덮인 백윤식 배우의 모습을 상상하며 드로잉을 했다. 색감과 분위기를 미리 계산했던 게 큰 도움이 됐다. 백윤식 배우의 경우 백색 촘마개(윗머리를 밀고 정수리 쪽에서 머리를 묶는 헤어스타일) 가발과 백색 수염으로 여우 같은 노련함을 살리고자 했다. 정재영 배우와는 ‘역린’ 이후 10년 만에 만났다. 최대한 배우의 본모습을 분장에 살렸다. 광대 라인부터 눈두덩이 등 음영과 골격이 훨씬 잘 드러나도록 폭이 좁고 길이가 긴 수염을 선택했고, 이마 위 살짝 들어간 헤어라인은 배우의 것을 그대로 살렸다. 허준호 배우는 백윤식 배우와 같이 백색의 이미지로 가되, 캐릭터의 성향에 맞춰 극명한 대비를 주고자 했다. 그래서 백색에 노란빛을 더했다.”

스치듯 지나가는 장면이래도 소홀할 수 없는 게 분장이다. 20초 분량의 촬영분을 위해 10시간 동안 작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사전에 콘셉트를 준비하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수개월이 소요된다. 분장을 하는 이들에게도, 받는 이들에게도 쉽지 않은 과정이다. 하지만 조태희 분장감독은 시간의 힘을 믿는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이를 실행했던 시간들은 한 번도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분장을 하는 시간도 길지만, 지우는 것도 1시간 이상 소요된다. 분장을 하고 있을 때는 불편함이 많다. 특히 우리 작품의 경우엔 머릿속에 땀이 차서 배우들의 고충이 상당했을 거다. 그래도 공들인 만큼의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당대를 다룬 수많은 사극 중에서 우리팀의 디테일과 퀄리티에 자부심을 느낀다.”

2001년 영화 ‘엽기적인 그녀’ 분장팀으로 시작해 ‘최종병기 활’, ‘광해, 왕이 된 남자’, ‘역린’, ‘사도’, ‘박열’, ‘남한산성’, ‘안시성’, ‘자산어보’, ‘한산: 용의 출현’, ‘올빼미’, ‘노량: 죽음의 바다’까지. 조태희 분장감독은 20년이 넘는 동안 약 50편의 작품에 이름을 올렸다. 수많은 허들에 걸려 넘어지더라도 완주를 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오늘을 맞이했다. 분장감독으로 활동하는 동시에 분장, 헤어, 특수분장을 총괄하는 분장총괄팀 ‘하늘분장’을 꾸려 분장 업계에 있는 아티스트들의 고용안정과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분장을 사랑한다. 저와 같은 마음을 가진 후배들과 선배, 동료들이 같이 성장하길 원한다. 분장 아카데미학원을 비롯해서 헤어샵, 가발 제작 등 다방면으로 분장업계의 성장을 위해 매진하려고 한다. 아직까지 국내 시상식엔 ‘분장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제가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의미다.(웃음) 같은 업계에 있는 아티스트들이 더 인정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길 고대한다.”

한편, ‘노량: 죽음의 바다’는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본인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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